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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한국인도 발길 '뚝'…맥 못추는 동대문 상권

    입력 : 2019.02.24 04:30

    [발품리포트] 중국 관광객만 쫓다가…명동 이어 ‘쇼핑 1번지’ 동대문 상권도 무너진다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 대로변에 줄지어 있는 대형 의류 쇼핑몰. /이지은 기자

    동대문 밀리오레 쇼핑몰 1층 상가에는 손님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이지은 기자

    지난 15일 오후 1시쯤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4번 출구에서 나와 3분 정도 걸으니 대로변을 따라 대형 상가들이 줄지어 있었다. 굿모닝시티·두타·밀리오레·Yes APM 등 모두 의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쇼핑몰이다. 동대문 대표 상가인 M 건물로 들어갔다. 여성복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한 라인에 옷을 구경하는 손님은 고작 5명도 안됐다.

    영업하는 매장보다 빈 매장이 더 많을 만큼 공실률이 높다. /이지은 기자

    'M' 상가 내에서 붙어있는 점포 4곳이 모두 비어있다. /이지은 기자

    상가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분위기는 더 썰렁했다. 1~2평 내외 매장 대여섯개로 이뤄진 라인 1곳당 빈 점포가 1~3개씩 보였다. 빈 점포에는 ‘입점문의’, ’임대문의’라고 적힌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중국 상인과 관광객이 몰려들던 서울 강북 대형 상권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동대문과 명동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수요보다 중국 관광객 매출에 의존하는 상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2017년 사드(THAAD) 문제로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내린 후 중국인 발길이 뚝 끊기면서 좀처럼 상권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동대문과 명동 상인들은 생계를 위협받을 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G상가에서 여성복을 파는 한 상인은 “요즘엔 손님이 아예 없기도한데 전에 동대문을 떼지어 몰려다니던 중국인 관광객들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조용한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라며 “오늘은 점심 시간이 지나도록 중국어 한마디 꺼내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중국 정부 잇단 규제로 무너지는 동대문 상권

    2016~2018년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수 추이./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중 갈등이 극에 달했던 최근 2년간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각각 지난해 478만여명, 2017년 416만여명이다. 한한령 발표 전인 2016년(806만여명)의 절반을 조금 웃돈다. 갈등이 다소 완화된 지난해 12월 중국인 관광객 수는 41만여명으로 2017년(33만여명)에 비해 다소 늘긴 했다. 그러나 호황기인 2016년 12월(53만여명)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동대문 상인들은 “매출로 따지면 한중 관계가 좋던 시기의 60~70%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중국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됐다./조선DB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정부가 올 1월부터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다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들의 사업자 등록과 세금 납부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혀 동대문을 찾는 중국인들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다이공은 동대문에서 도매가로 의류를 대량 구입한 뒤, 중국에서 이보다 더 비싸게 판매해 차익을 남기는 소매상들이다. 한한령 이후 매출 절반 이상을 다이공들에게 의존하던 의류 매장이 많아 동대문 상인들이 입을 타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공실률 급증…에스컬레이터 옆 목좋은 매장도 비어

    서울 주요 상권 공실률 추이./한국감정원

    동대문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상가 공실률도 급등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동대문 상가 공실률은 평균 14.6%다. 1년 전인 2017년 4분기(10.9%)에 비해 3.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명동의 공실률 변동률이 2.3%포인트(5.4%7.7%), 홍대·합정이 0.6%포인트(4%4.6%)인 것보다 상승 폭이 컸다.

    ‘목 좋은 자리’로 꼽히던 1층이나 에스컬레이터 근처 매장도 비어가고 있다. 동대문 A상가 관리팀 관계자는 “현재 1층의 1평짜리 매장이 보증금 1500만원·월세 150만원에 나와있는데, 해당 매장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급하게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 상가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월세도 못 버는 경우가 계속 생기니 다들 가게를 서둘러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이 절대 내놓지 않던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 매장도 텅 비었다. /이지은 기자

    하지만 상가 주인들은 아직까지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버틴다. 2017년 3.3㎡(1평)당 14만2230원이었던 동대문 소규모 1층 상가 임대료는 지난해 4분기 14만910원으로, 중대형 상가는 12만450원에서 12만120원으로 약간 내리는데 그쳤다. 신당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상가 주인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언젠가 돌아온다고 생각해 월세를 굳이 낮추지 않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경기 침체까지 동대문 발목 잡아

    중국인 수요 감소 뿐 아니라 동대문 시장 자체의 구조적인 악재(惡材)도 있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동대문 상권이 중국인이 돌아와도 과거처럼 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약 93조4000억원이었는데, 온라인 거래 품목 중 의류가 비율은 10.8%로 여행·교통 서비스(13.4%) 뒤를 이어 전체 2위였다.

    'D' 쇼핑몰 명품관에는 대낮에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이지은 기자

    온라인 시장이 성장해도 ‘맛집’을 기반으로 한 상권은 그나마 버티지만 옷과 패션 잡화를 기반으로 한 상권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경기 침체로 서민층의 살림살이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이들을 주 고객으로 한 동대문 시장에는 심각한 위기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동대문 상권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동대문 상권은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워낙 높았고, 온라인 쇼핑 성장에 직접 영향을 받는 의류 비중이 높아 상권이 안정성이 떨어진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상권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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