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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제때 올렸으면…집값 폭등, 한은 책임일까"

    입력 : 2019.02.16 04:00

    지난해 말까지 부동산 경기가 과열됐다가 급랭하면서 널뛰기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더불어 국내 실물 경기도 동반 하강하면서 금리 결정권을 갖고 있는 한국은행이 제역할을 했느냐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한은이 지난해 금리를 어느정도 올려놨다면 부동산 가격 급등을 제어하면서 경기 하강에 대응할 여지도 가졌을텐데, 금리 인상을 미루면서 집값만 치솟았다는 것이다. 소위 ‘금리 인상 실기론(失機論)’이다. 집값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데에도 한은 책임이 있을까.

    2013년 5월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 /한국은행

    금리 인상 실기론에 대해 한은도 할 말은 있다. 한은은 기본적으로 물가를 조절하는 기관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를 정해 유지하는 ‘인플레이션 목표관리정책(inflation targeting)’을 하고 있다. 현재 목표는 2% 내외다. 물가상승률이 2% 밑으로 떨어지면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으니 금리를 낮추고, 2%를 크게 웃돌면 물가 상승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8월까지 지속적으로 2%를 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오른다고 무작정 금리를 올리면 물가 안정이란 한국은행의 책무를 망각하는 일이면서 자칫 경기 하강이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논리 때문에 한국은행은 지난해 금리 인상을 주저했고, 결과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가격 급등에 일조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전년동월 대비 물가상승률 추이(단위: %). /한국은행

    이 때문에 학계에선 부동산 가격 변화를 포함하는 새로운 CPI(소비자물가지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CPI에는 부동산 가격이 빠져 있는데, 부동산 가격 흐름을 물가지수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실제 CPI에 부동산 가격을 반영하면 자산가치 변동률과 물가 상승률 간 괴리를 줄일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물가지수도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물가지수도 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면 부동산 가격을 반영해 통화정책을 펴는 게 가능해진다. 부동산 가격이 포함된 CPI가 크게 올랐다는 이유로 긴축정책을 실시하는 식이다.

    물론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다. 자산가치는 변동 폭이 일반적인 물가 지표보다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를 CPI에 반영하면 물가 지표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 가치 변화와 상품 가격 변화를 하나로 묶는 게 곤란하다는 주장도 있다. 왜곡된 CPI에 따른 정책은 심각한 경제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7년 8월 31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이주열 총재가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그래서 자산가치 변동을 반영한 CPI를 만들어 보조 지표로 활용하는 건 어떻겠느냐는 절충론이 나온다. 다양한 물가지수를 만들면 부동산 가격 변화를 포함한 물가 상승 추이를 현실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자산가격이 물가 수준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변화는 주택 수요와 공급, 전철·도로 등 인프라 건설, 실물경기 추이, 미국·중국 등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물론 한국은행이 정하는 금리도 부동산 시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자산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를 만들 수만 있다면 한국은행이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경제 관련 출입처를 15년 간 취재한 박유연 기자가 최근 펴낸 ‘나는 오늘부터 경제기사를 읽기로 했다’를 재가공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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