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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규제하자 후분양으로 피해간다

    입력 : 2019.02.11 22:54

    1500여가구 재건축 과천주공1단지, 수도권 대단지 중 이례적 결정
    강남 재건축 조합들도 도입 검토

    지난 8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과천 더 퍼스트 푸르지오 써밋(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는 건물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아파트 조합은 골조 공사가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 1571가구 중 509가구를 비조합원에게 분양할 예정이다. 분양부터 하고 분양 대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선(先)분양'이 일반적인 국내 시장에서 이 같은 대단지 '후(後)분양'은 전례 없는 일이다. 업계에서는 "선분양을 하려면 정부 분양가 통제를 받아야 하는데, 정부 요구에 맞추자니 사업성이 안 나오기 때문에 선택한 궁여지책"이라고 해석한다.

    정부의 고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최근 후분양을 결정한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
    정부의 고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최근 후분양을 결정한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 외관 골조 공사가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에 분양할 예정이다. /대우건설
    최근 정부는 투기와 부실시공에 따른 주택 실수요자의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후분양을 권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준(準)강남'으로 통하는 과천에서 자발적으로 후분양을 선택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향후 후분양이 확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높은 분양가를 받아야 하는 강남에서 후분양을 검토하는 재건축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후분양의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많으므로 의무화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분양가 규제 대안으로 떠오르는 후분양

    과천주공1단지는 작년 하반기부터 분양가를 놓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협상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조합이 제시한 평(3.3㎡)당 3313만원이 비싸다는 이유로 HUG가 분양 보증 발급을 거부한 것이다.

    분양 보증이란 주택 분양 사업자가 사업 도중 도산해도 HUG에서 시공 및 분양 대금 환급을 책임지는 제도다. 사업 부담을 낮춰 주택 공급을 늘리고, 사업자 도산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분양 보증은 고분양가 통제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과 과천·광명 등에서는 '인근 지역 최근 1년 평균 분양가의 110%'가 넘는 분양가로는 보증을 못 받는다. 과천에서 작년 분양한 아파트 두 곳의 분양가는 2955만원이었기 때문에 과천주공1단지 조합이 요구한 분양가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시세를 고려할 때 과천주공1단지 분양가가 3500만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근 입주 11년 차 아파트 '래미안슈르' 26평(86㎡)의 올해 1월 실거래가는 평당 3560만원이다. 4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대우건설 신용도를 활용한 대출이나 분양 수익을 담보로 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검토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수도권 1000가구 이상 대단지 후분양은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과천주공1단지 분양이 흥행에 성공하면 높은 분양가를 받아야 하는 아파트 중심으로 후분양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서울 방배13구역,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4지구 등 강남 재건축 조합들이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장점 많지만 대기업 독식 등 역효과도

    후분양 활성화 논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인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건설사들이 분양 보증을 통해 저리(低利)로 공사 대금을 대출받는 것이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물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아파트를 분양하기 때문에 부실시공을 부추긴다고도 비판한다. 무엇보다 분양권을 사고파는 전매(轉賣)가 투기의 온상이라고 지적한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공주택부터 단계적으로 후분양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작년 8월에는 전체 공정의 60% 이상 공사한 후 분양하는 사업자에게 공공택지(宅地)를 우선 공급하는 인센티브도 내놨다.

    하지만 후분양의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후분양을 하면 사업자 금융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분양가를 높일 수 있고,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후분양이 일반화되면 일시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므로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분양받기 유리하다"며 "분양권 전매는 없어질지라도 다른 형태의 투기가 성행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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