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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오르던 글로벌 집값 뚝뚝…그렇다면 한국은?

    입력 : 2019.02.12 05:45

    최근 몇년간 집값이 급등했던 홍콩의 타이쿠싱 지역 아파트. /조선DB

    홍콩은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로 꼽힌다. 좁은 땅에 인구는 많아 중산층이 사는 일반적인 아파트가 3.3㎡(1평당)당 1억원을 넘는다. 부동산업체 센탈린에 따르면 홍콩은 2008년이후 10년 연속 집값이 뛰었다. 하지만 한국 집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8월부터 홍콩 집값은 되레 하락세로 돌아섰다. 연초까지 4개월간 홍콩 집값은 약 8%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저금리 등을 이유로 줄곧 오르던 세계 주요 도시 집값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를 정점으로 속속 꺾이기 시작한 것. 우리나라 주택 시장도 작년 말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전 세계적인 집값 하락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 홍콩·시드니 등 속속 하락 행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뿐 아니라 캐나다 밴쿠버, 호주 시드니, 영국 런던, 싱가포르 등 그동안 집값 상승이 높았던 세계 주요 도시 중심으로 작년 하반기쯤부터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때 차이나머니가 대거 몰리며 집값이 급등했던 호주 시드니는 최근 급락세다. 데이터 분석 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시드니의 평균 주택 가격은 고점을 찍은 2017년 10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11.1% 하락했다.

    영국 런던 쇼핑가인 나이츠브리지에 있는‘원 하이드 파크’아파트. /블룸버그

    지난 5년간 집값이 50% 넘게 올랐던 런던도 지난해부터 하락장을 맞고 있다. 런던 집값은 작년 2분기 평균 1.9% 내린 데 이어 3분기에도 0.7% 떨어졌다.

    주목할 점은 상대적으로 집값에 거품이 많다고 평가되던 지역들에서 가장 먼저 하락세가 나타났다는 것. 실제 시장조사업체 데모그라피아에 따르면 홍콩의 중위 가구소득 대비 부동산 중간 가격은 20.9배로 전 세계 도시 중 가장 높다. 이 조사에서 소득 대비 집값(PIR)이 비싼 2위는 캐나다 밴쿠버가, 3위는 호주 시드니가 차지했다. 영국 런던은 유럽 도시 중에서 가장 높은 10위를 기록했다.

    ■ 세계 집값은 역대 최고…구매력은 못 따라가

    최근 10년간 전 세계 집값이 오른 데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이후 주요 국가들이 공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선 영향이 컸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와 확대 재정 정책을 사용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유례없이 넘쳤다.

    IMF가 집계한 세계 실질주택가격지수는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최고점(159.0)을 넘어섰다. /IMF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세계 실질 주택가격지수는 2017년 4분기 160.1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 최고치인 159.0(2008년 1분기)을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지수는 2000년 1분기(100) 기준으로 비교 시점 가격 수준을 보여준다.

    그러나 2017년 말부터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며 유동성 긴축에 들어가자 상황이 역전됐다. 금융 비용이 늘어나면서 비싼 집값을 받아줄 수요층이 줄어든 것이다. 스위스금융그룹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 주요 도시 평균 집값 상승률이 35%에 달해 ‘구매 가능성(affordability) 위기’를 불러왔다”고 했다.

    세계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던 차이나 머니가 위축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로 중국의 해외 자본 유출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인 투자가 활발했던 홍콩과 시드니 집값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은 거품 작지만…“많이 올랐다면 많이 내린다”

    세계 주요 국가의 소득 대비 집값(PIR) 변동률. 한국은 2010년 대비 2018년 소득 대비 집값이 오히려 내렸다. /IMF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세계 흐름과 비슷한 추세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다만, 한국 집값이 폭락을 걱정할 정도로 ‘거품’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각국의 소득 대비 집값(PIR)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상승률이 세계 평균 대비 낮다는 것이다. IMF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18년 PIR 지수 변동률은 한국이 84에 그쳐 오히려 소득 대비 집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국가별 집값 상승률./IMF
    최근 한국의 집값이 오르긴 했지만 상승 폭은 세계적인 급등세와 비교하면 크지 않다. IMF가 조사한 2017~2018년 집값 상승률은 한국이 0.3% 상승에 그쳤다. IMF의 비교 기준이 주요 도시와 지방 등 전국을 합산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도 동일 기준으로 비교한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세계적으로 보면 평균 이하로 낮은 수준이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주요 도시의 2011년 대비 현재 집값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를 보더라도 서울(11%)은 도쿄(6%)보다 높지만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 아니다. 홍콩(119%), 밴쿠버(83%), 시드니(75%), 런던(65%) 등이 훨씬 높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의 지난 1년간 상승률은 분명히 세계적으로도 높았지만 지난 상승사이클 전체로 보면 세계 주요 도시보다 평균 또는 그 이하 수준에 불과하다”며 “다만 서울에서도 강남 재건축 등 상승 폭이 유난히 컸던 아파트와 지역은 하락 폭도 클 것으로 봐야 하고, 이런 지역들은 지난 상승기 때 올랐던 가격의 최대 절반 정도는 하락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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