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1.30 04:00
2~3년 전 부산 부동산 시장에는 ‘청약 광풍(狂風)’이 몰아쳤다. 평균 청약경쟁률이 100대1을 넘어서는 것은 다반사였다. 최고 500대1(동래구 명륜자이)을 기록한 아파트도 부산에서 나왔다. 분양 시장에선 “부산 사람 뿐 아니라 서울 사람, 외국인도 해운대 부동산 시장에 몰려왔다’, ‘부산 아파트는 당첨만 되면 무조건 로또다’라는 말도 나왔다. 모델하우스 개관 때만 되면 관람객이 수백m씩 줄을 서는 것도 예사였다.
2015~2017년 3년간 부산에서 청약경쟁률 100대1이 넘은 아파트가 40 곳에 육박한다.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2017년 상반기까지 부산 분양권 시세도 고공 비행했다. 분양권 시세가 수억원씩 급등하면서 속칭 다운(down) 계약도 만연했다. 2017년 부산 동래구 명륜동의 한 아파트에선 9개월 여에 걸쳐 1개 단지에서 세금 탈루액 100억원이 넘는 다운계약 의심 사례 200여건이 적발돼 국토교통부가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뜨겁게 타올랐던 부산 청약시장의 분위기는 최근 급반전했다. 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 등 정부의 초강경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면서 부산 주택시장은 서울과 함께 규제 타깃이 됐다. 이 대책 여파로 부산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100대 1 아파트의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땅집고는 당시 청약 광풍(狂風)이 불었던 단지들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다.
■ 329대1 기록했지만…마이너스 피 붙은 아파트
작년 10월 입주한 부산 연제구 연산동 ‘시청스마트W’ 아파트. 3년 전 분양 당시 청약경쟁률 329대1을 기록한 곳이다. 최고 20층 2개동에 105가구가 입주했다. 부산시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데 부산지하철 1호선 시청역과 3호선 물만골역을 이용할 수 있다. 시청을 비롯해 경찰청·국세청 등 부산 시내 20여개 행정기관이 밀집했고 이마트가 바로 옆에 있다.
2년 전 이 아파트 전용 84㎡ 분양가는 3억3000만원이었고, 1년 후인 2017년 12월 최고 3억4788만원(10층)에 팔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 주택형은 3억950만원(4층)에 팔렸다. 최고가 대비 4000만원 정도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분양가보다도 내려 속칭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됐다. 연제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한 해 동안 분양가보다 1000만~3000만원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며 “현재도 분양가보다 1000만원 정도 낮은 매물이 나와있다”고 말했다.
■ 지난 1년간 웃돈 줄어든 단지 속출
2016년 부산 수영구에 분양한 ‘민락동e편한세상오션테라스 4단지’ 역시 청약경쟁률이 194대1이었다. 이 아파트 전용 84㎡ 분양가는 층과 동에 따라 3억5000만원에서 4억원대 후반이었다. 2017년 8월 6억4381(19층)만원까지 가격이 올랐지만 작년 7월 4억8571만원(14층)까지 떨어졌다. 1년 만에 무려 1억 5810만원, 24.5%가 급락해 분양가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2015년 분양해 청약경쟁률이 119대1이었던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파크푸르지오’ 아파트 전용 84㎡는 2017년 11월 분양가(3억2000만원)보다 약 8000만원이 높은 4억280만원(26층)에 거래됐다. 그러나 지난해 9월에는 3억6425만원(7층)에 팔렸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4000만원 정도 높지만 분양권 가격이 정점일 때 집을 산 사람 입장에선4000만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다.
땅집고가 2015년 이후 분양한 10개 단지의 2017년 최고가와 현재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2개 단지를 빼고는 모두 5~13% 가격이 하락했다. 이 아파트들의 현재 가격은 전용 84㎡ 기준으로 3억원대 중반에서 5억원대 초반. 최고 거래가격과 비교하면 평균 3000만원 정도, 많게는 8000만원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청약 광풍단지 앞으로 오를까?…전문가들은 ‘No’
전문가들은 100대 1 이상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부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첫째 요인으로 정부 규제를 꼽는다. 국토교통부는 2015~2016년 부산 청약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2016~2017년 두 해에 걸쳐 해운대구·동래구·수영구·부산진구·남구·연제구·기장군 등 7개 구(군)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정했다.
이 지역들의 경우 민간택지에서는 6개월 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됐고, 청약과 주택대출 한도 등에 규제가 생겼다. 이듬해 9·13 대책이 나오면서 규제는 더욱 강화했다. 그 결과 부산의 청약 열기는 크게 꺾였고 집값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3.2%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0.3%였고 서울은 8.2%였다. 작년 3~12월 부산 시·군·구 월별 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14개구(군) 전체가 매달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다.
작년 12월 국토부는 거품이 꺼진 부산 부동산 시장을 고려해 조정대상지역 7곳 중 4곳(부산진구·남구·연제구·기장군)을 해제했지만 하락세로 돌아선 집값은 다시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부산시가 작년 두 차례에 걸쳐 국토부에 부산시 전체를 조정지역대상에서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산 지역이 실수요자보다 투자수요와 거품이 많았던 터라 경기 전망 악화에 따라 급격하게 하락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선임연구원은 “부산의 사례는 청약경쟁률이라는 성적표와 실제 부동산 경기 사이에 격차가 크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며 “실제로 거주할 목적이 아닌 이상 그 지역의 청약경쟁률만 보고 청약 시장에 나서면 안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