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1.28 05:00
[세상을 뒤흔든 新 랜드마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계탑 ‘마카 로열 클라크 호텔 타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계탑’은 어디에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빅 벤(Big Ben)’이 있는 영국 런던을 떠올리겠지만, 실제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종교 도시 메카다. 메카에에는 해마다 수백만명의 이슬람교 신도들이 찾는 종교 복합 단지인 ‘아브라즈 알 바이트(Abarj Al Bait)’가 있는데, 이 건물 중 ‘마카 로열 클라크 호텔 타워(Makkah Royal Clock Hotel Tower)’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계탑이다.
복합단지 아브라즈 알 바이트는 총 7동의 고층 건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가장 높은 건물이 시계탑 모양의 마카 로열 클라크 호텔 타워다. 높이는 601m다. 빅벤(96m)보다는 무려 6배 높다. 시계탑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전체 건물을 놓고 따져도 UAE(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할리파(829m)와 중국 상하이타워(632m)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해마다 이뤄지는 성지순례(하지·Haji)는 거대한 종교 의식이기도 하지만, 관광 산업면에서도 엄청난 효과가 있다. 이슬람교 신도라면 일생에 적어도 한 번은 기간에 메카를 방문해야 한다. 해마다 180여개국에서 300만명의 신도들이 이 종교 행사에 참석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막대한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연간 관광 수입은 지난 2010년 75억3600만달러(약 8조5000억원)에서 2017년 148억4800만달러(약 16조8000억원)로 늘었다.
메카로 몰려드는 성지 순례객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축·토목 산업도 발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성지 현대화’로 더 많은 무슬림들을 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교통 인프라를 개선하고 숙박·관광 시설을 신설해왔다.
호텔·쇼핑몰·예배당 등을 포함하는 ‘아브라즈 알 바이트’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총 7개의 고층 건물로 구성된 이 종교 복합 단지를 짓는 데만 총 150억달러(약 17조원)가 투입됐으며, 한 번에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건설 기간은 2004~2012년으로 8년이 걸렸다. 모든 건물은 사우디 정부의 이슬람 사역부(Ministry of Islamic Affairs) 소유로 운영한다.
복합단지 아브라즈 알 바이트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빌딩이 바로 120층(601m) 규모의 초대형 시계탑인 ‘마카 로열 클라크 호텔 타워’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계탑을 건설하라’는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Abdullah Bin Abdul Aziz) 전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지시로 지었다. 이슬람교의 다섯 가지 의식 체계 중 네 개(신앙 고백·예배·단식·성지 순례)가 시간에 의해 통제된다. 무슬림들에게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한 개념이고, 시계탑도 마찬가지 의미가 있다. 건축면적은 31만638㎡, 연면적은 157만5820㎡다. 건축비는 20억달러(약 3조2800억원)가 들었다.
시계탑은 건물은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지상에서 450m까지는 숙박시설과 쇼핑몰도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고, 다음 510m까지는 초대형 시계, 그리고 그 위로 91m 높이의 첨탑이 있다.
호텔 규모는 858실이고, 연 평균 투숙객은 15만명 정도다. 숙박 시설 외에도 쇼핑몰, 전망대, 예배당 등이 있어 메카를 찾는 이슬람 신도들의 편의를 돕는다. 초고층 건물인만큼 윗부분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강도가 높은 유리섬유강화콘크리트(GFRC)를 활용해 지었다.
건물 4면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치된 시계판은 가로·세로가 모두 43m다. 시침 17m, 분침 22m 길이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시계판이기도 하다. 헤르만 헤세가 견습공으로 일했던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탑 시계 제조업체 페롯(PERROT)이 제작을 맡았다. 시계판 4면을 9800조각의 유리 모자이크로 덮어 화려하게 장식하고, 200만개의 LED 조명을 부착해 30km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시계판 위쪽에는 ‘알라는 위대하다’, 아랫 부분에는 ‘알라 외의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도이다’라는 문구를 새긴 조명판을 달았다. 문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기 색깔인 초록색과 하얀색으로 이뤄졌다.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5번씩 기도해야하는 무슬림들을 위해 7km 떨어진 곳에 있는 신도들도 알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대형 스피커도 장착했다.
마지막 첨탑 부분에는 고난이도 기술을 적용했다. 탑 꼭대기에 높이 23m, 무게 35t에 달하는 거대한 초승달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다. 이슬람교에서 초승달은 신의 진리가 인간에게 전해진 첫 계시를 뜻하므로, 초승달로 마천루의 대미를 장식한 것. 두바이에서 모형을 10개로 나눠서 만든 후, 메카로 운반해 타워 크레인을 설치한 시계판 밑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섬유유리 기반 모자이크 금(fiberglass-backed mosaic gold)으로 만들어진 이 달 모양 구조물 제작에만 280억원이 투입됐다. 엔지니어 5명과 작업자 100명이 초승달 모형을 조립하는 데는 꼬박 17일이 걸렸다고 한다.
김형수 서울시건축사회 홍보이사는 “‘마카 로열 호텔 클라크 타워’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랜드마크이며, 신정 국가의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며 “다른 나라 정부에서 세금으로 이런 건물을 세웠다면 국민들에게 비난 받았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산업으로 벌어들인 엄청난 세수와 신도들의 기부금이 있었고, 국교(國敎) 자체가 관광 산업으로 이어져 이런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