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1.27 04:30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3~4년간 프리미엄 브랜드를 속속 내놓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첫 주자는 대림산업이다. 대림은 2013년 프리미엄 브랜드 ‘아크로’를 내놓았다. 이후 현대건설 ‘디에이치(theH)’, 대우건설은 ‘써밋(Summit)’을 출시했다. 올해 초에는 롯데건설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적용할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인피니엘’ 등을 유력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4월쯤 정식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이 기존 친숙한 아파트 브랜드 대신 생소한 브랜드를 새로 내놓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전에 없던 ‘고가 아파트’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미이다. 과거에는 건설회사 이름 자체가 브랜드였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건설사간 브랜드 경쟁이 본격화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등이 나왔고,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를 내세웠다. 힐스테이트는 최근 목포에서 대규모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었다.
건설사들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짓는 아파트는 자재도 좋은 것으로 쓰고, 특화된 설계도 적용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런 ‘프리미엄 브랜드’가 정말 ‘이름값’을 하고 있을까? 땅집고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실제 거래가격을 주변의 브랜드 아파트와 비교하기 위해 서울 주요 지역의 지난해 1~12월 실거래 가격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프리미엄 브랜드가 반드시 그 지역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건설사들이 기존 친숙한 아파트 브랜드 대신 생소한 브랜드를 새로 내놓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전에 없던 ‘고가 아파트’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미이다. 과거에는 건설회사 이름 자체가 브랜드였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건설사간 브랜드 경쟁이 본격화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등이 나왔고,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를 내세웠다. 힐스테이트는 최근 목포에서 대규모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었다.
건설사들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짓는 아파트는 자재도 좋은 것으로 쓰고, 특화된 설계도 적용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런 ‘프리미엄 브랜드’가 정말 ‘이름값’을 하고 있을까? 땅집고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실제 거래가격을 주변의 브랜드 아파트와 비교하기 위해 서울 주요 지역의 지난해 1~12월 실거래 가격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프리미엄 브랜드가 반드시 그 지역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 프리미엄 브랜드 ‘아크로’, 한강변 최고가 ‘독점’
강남구 개포동에서는 일반 브랜드인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전용 126㎡(입주권·27억7900만원)이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였다.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전용 106㎡ 분양권이 최고 23억2000만원에 매매돼 5위에 불과했다.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99㎡(24억4000만원)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강남구에서는 아직까지 압구정동 등 한강변 최고 입지에서 재건축이 본격화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브랜드 아파트 중에서도 전용 84㎡ 기준으로 대치동의 ‘래미안 대치팰리스(24억5000만원)’, 청담동 ‘청담 자이(전용 82㎡ 24억원)’ 등의 실거래 가격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한강변 재건축이 어느 정도 진행된 서초구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시세 순위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서초구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원조인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 178㎡ 주택형이 48억원으로 최고가 1위를 차지했다. 서초구에선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 198㎡)도 아크로리버파크보다 면적이 더 크지만, 최고가 자리를 내줬다.
대형 면적을 제외하고 전용 84㎡ 기준으로 가격을 비교하면 차이가 더 뚜렷했다. ‘아크로리버파크’가 지난해 최고가인 31억원(9월)에 이어 9위(27억5000만원)까지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기존 브랜드 아파트 중에서 ‘래미안퍼스티지’가 10위(27억원), ‘반포 자이’(23억8000만원)가 36위로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서초구와 붙은 동작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 리버하임’ 입주권(전용 84㎡)의 거래가격이 16억5000만원으로 동작구 전체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면적 기준으로 상위 1~11위까지 ‘아크로 리버하임’이 차지했다. ‘흑석한강센트레빌’(13억8000만원)이 12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e편한세상 상도노빌리티’ 입주권은 13억원이 최고가였다.
반면, 강남 3구 중 서울 송파구의 경우 아직은 잠실동 ‘엘스’ 등 기존 브랜드 아파트가 최고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한강변 주요 입지인 잠실 주공5단지(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GS건설 컨소시엄)와 미성·크로바 아파트(롯데건설)가 재건축 후 어떤 브랜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최고가 브랜드’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 ‘고가 이미지’로 경쟁력…기존 브랜드 ‘차별’ 우려도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붙이는 데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요소는 입지와 그에 따른 분양 가격의 차이다. 강남권 중에서도 한강변과 같이 주변 지역 가운데 아파트 시세가 높을만한 곳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프리미엄 아파트라서 비싼 것이 아니라, 가격이 비쌀 곳이니까 ‘프리미엄 브랜드’를 붙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건설사들이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를 도입하는 이면에는 중요한 노림수가 있다. 그동안 아파트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부인하고 있지만, 건설업계에선 삼성이 아파트 사업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삼성은 래미안을 앞세워 강남을 비롯한 핵심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싹쓸이’로 수주해 왔다. 래미안이 사라지는 시장에서 1등 브랜드 자리를 차지하면,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고가 이미지를 내세워 수주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의 무서운 점은 한번 굳혀 놓은 이미지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주변 지역으로 도미노처럼 퍼져나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이후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가 들어서고,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이후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3차)’가 연달아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 재건축 조합들은 가격뿐 아니라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고급 커뮤니티에 가치를 두는 경우가 많아 고가 브랜드 전략이 잘 통할 것”이라며 “그러나 기존 브랜드 아파트 거주자들은 ‘고가 브랜드’를 자신들에 대한 차별처럼 느낄 수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