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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자율주행 시대…부동산 투자는 이곳에"

  •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

    입력 : 2019.01.01 06:05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자율주행 시대, 오피스의 미래는?

    요즘 사무실 주변에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다. 바로 이스쿠터(electric scooters).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심 거리를 점령했던 임대 자전거가 사라지고, 어느날 갑자기 이스쿠터 세상이 됐다. 호시탐탐 타볼 기회를 노리다가 얼마 전 그날이 왔다. 걷기에는 멀고 차 타고 가기에는 가까운 식당에 점심 약속이 잡혀 이스쿠터를 이용했다. 거리에 세워진 이스쿠터를 골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잠금을 풀었다. 결제도 간편했다. 사용 거리에 따라 미리 입력한 신용카드에 자동 결제되는 방식이었다. 차로 식당에 온 일행이 시간당 5달러짜리 주차 공간을 찾는 동안 먼저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르는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2018년 8월 3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타트업인 스킵의 직원이 전기스쿠터를 타고 있다. /블룸버그

    오늘 주제가 이스쿠터는 아니다. 자율주행 차량(Autonomous vehicle)과 부동산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스쿠터와 자율주행 차량은 모두 부동산 시장에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 바로 보행 가능 위치의 가치를 높인다는 점. 자율주행 차량으로 목적지에 도착해 주변을 이스쿠터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나 지역이 앞으로 더 가치 있는 부동산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이 미칠 부동산, 특히 오피스 시장 변화와 그 세상이 얼마나 가깝게 왔는지 알아보자.

    ■걸어다닐 수 있는 지역의 가치 상승

    최근 CBRE가 내놓은 흥미로운 리포트(Autonomous vehicles, driving change for realestate)가 있다. 자율주행 차량이 바꿔놓을 부동산에 관한 내용이다. 크게 세 가지 영향을 전망했다.

    첫째, 외진 지역이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특히 오피스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출퇴근때 도로 위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기때문이다. 자율운행 차량 안에서는 더 잘 수도 있고,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도 있다. 당연히 출퇴근 시간 피로도는 훨씬 낮아질 것이다.

    2018년 9월 4일 오전 경기도 판교에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운전자 없이 달리고 있다. 경기도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의뢰해 개발한 '제로셔틀'은 운전자가 없는 레벨4 수준이다. /장련성 객원기자

    둘째, 회사들의 사무실 선택 반경도 넓어진다. 오피스 주변에 얼마나 많은 고용 가능 노동력이 분포하는 지도 덜 중요해진다. 자율주행 뿐만 아니라 VR(virtual reality) 같은 통신 기술 발전이 이런 트렌드를 앞당기고 있다.

    마지막 영향은 이미 앞서 설명한 부분이다. 보행 가능 위치에 있는 사무 공간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것. 이스쿠터의 평균 이동 거리는 2.6㎞다. 반면 도보 거리는 평균 0.8㎞. 이스쿠터는 차 없이 넓은 지역의 편의시설 접근을 허용한다.

    ■“가격과 안정성 확보되면 급성장할 것”

    이스쿠터나 자동차 공유 서비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출퇴근을 자가 차량에 의존한다. CBRE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 약 86%가 지동차, 트럭, 밴으로 출퇴근한다. 대중 교통이 발달한 보스턴이나 워싱턴 DC, 시카고도 75% 이상은 자동차를 이용한다. 이는 미래 자율운행 차량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차는 타야 하는데, 운전은 귀찮은 수많은 이들이 자율운행 차량의 잠재 고객이다. 가격과 안전성만 확보되면 순식간에 시장을 집어삼킬 수 있다.

    CBRE 연구 결과, 밀레니엄 세대의 약 56%가 최대 30분까지의 출퇴근 시간을 참을 용의가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직장을 정할 때 집에서 30분 이내 거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30분짜리 참을성은 자율운행 차량이 대중화하면 1시간, 2시간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그만큼 오피스 임대 공간의 지역적 제약이 느슨해질 수 밖에 없다.

    ■규제 완화와 기술 개발이 핵심 과제

    2018년 5월 29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구나비치 인근 도로에서 테슬라의‘모델 S’차량이 길가에 주차돼 있던 경찰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운전자는 자율주행 기능인‘오토파일럿’모드 주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측은“오토파일럿 기능이 자동차를 모든 사고로부터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그렇다면, 현재 자율주행 차량 확산을 방해하는 요소는 뭘까. 우선 규제다. 주(州)나 시 정부가 자율주행 차량 위험성을 이유로 운행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최근 자율주행 시험 차량의 사고로 일부 주에서는 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 차량 회사들을 두손 들어 반기는 주나 시도 많다. 주에 따라 자율주행 차량 확산 속도가 현저히 다를 수 있다.

    CBRE는 이를 적용 시기에 따라 3차 물결로 나눴다. 2020~2022년 1차 물결을 맞을 도시로는 친비즈니스적이면서 도시가 복잡하지 않고 날씨가 좋은 댈러스, 휴스턴, 마이애미, 피닉스, 라스베이거스를 꼽았다. 2021~2025년 2차 물결은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다. 2025~2028년 3차 물결은 시카고, 보스턴, 뉴욕 등으로 퍼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도 아직 완벽하지 않다. 도심의 복잡한 도로와 혹독한 날씨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문제는 기술 개발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전문가들도 2020년 중반이면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형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드웨어, 차량 대량생산도 문제다. 이는 경제성과 직결된다. 자율운행 차량이 경제적으로 정당화하려면 평균 100만 마일을 뛸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생산되는 일반 차량은 평균 20만 마일의 주행 거리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100만 마일 차량을 제작하는데, 앞으로 5년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99MPH에 따르면 차량 가격이 2028년까지 현실화하고 기술 발전이 순조롭다면 2030년에 운전자 없는 차량이 전체의 27.5%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자동차 메이커인 다임러그룹과 차량부품사인 보쉬가 선보인 도심 내 자율주행 택시 운행 구상도. /보쉬

    ■“결국 오피스 자체의 매력이 중시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자율주행 차량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 빌딩 자체의 매력을 높여야 한다. 만약 자율주행 차량으로 사무실 거리 제한이 줄어든다면 편의시설 등 빌딩 자체의 매력이 임대나 매매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도보 가능 위치를 타깃으로 해야 한다. 걷기 좋은 곳에 위치한 오피스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부동산 투자도 이런 요소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대중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져도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도보로 주변 시설 이용이 가능한 오피스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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