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2.14 04:00
[발품리포트]분양 시작부터 ‘미분양 무덤’ 걱정하는 검단신도시
지난 5일 찾은 인천 서구 원당동 유현사거리. 검단신도시에 분양하는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몰려 있다. 문이 열린 모델하우스는 세 곳. 두 곳에선 분양을 앞두고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올 12월 중 분양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지만 예정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두 달 전 분양했던 아파트에서 벌써 대규모 미분양이 나온 데다 수도권 주택 경기가 본격적인 냉각기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분양을 시작한 A아파트 모델하우스로 들어갔다. 모델하우스 직원은 “맘에 드는 물건이 없느냐”며 “지금은 청약 통장 없이도 바로 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단신도시는 인천 서구 당하·마전·불로·원당동 일대 1118만1000㎡를 개발하는 마지막 2기 신도시다. 판교·동탄·위례 등 2기 신도시 개발은 이미 대부분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검단신도시는 올 10월이 돼서야 첫 분양을 시작했다.
검단신도시는 총 7만5000가구를 수용할 계획이다. 이 중 올해 1만2000가구를 분양한다. 지구에 편입된 기존 아파트를 제외하면 2007년 6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이후 11년만인 올해 처음으로 분양에 돌입한 것. 올 들어 서울 부동산 시장이 고강도 규제를 받으면서 부천·김포 등 수도권 지역이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걱정 반 기대 반’인 상황에서 검단신도시 첫 분양이 시작됐다.
하지만 첫 분양이 시작되자 마자 미분양이 터져 나왔다. 첫 분양에 나선 3개 단지 중 ‘검단호반베르디움’과 공공분양 아파트인 ‘검단신도시금호어울림’은 미분양이 없었지만, ‘검단신도시 유승한내들에듀파크’(919가구, 특별공급 제외) 중 157가구(17%)가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원당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구지정 11년만에 시작된 첫 분양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나오는 바람에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연말에 분양 물량이 몰려 있는데,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철 불편한데다 수도권 입주 폭탄까지…대형 악재 겹쳐
검단신도시에서 분양이 시작되자마자 먹구름이 낀데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검단신도시 최대 약점은 서울로 곧바로 가는 전철이 하나도 없다는 것. 현재 검단신도시에서 서울 강남·강북 주요 업무지구로 가려면 출퇴근 시간 기준으로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린다. 전철이 없어 향후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분양가격을 아무리 낮게 책정해도 서울 출퇴근 인구를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인천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공사가 예정돼 있지만 먼 얘기다.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몇 년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인천지하철 1호선을 연장해 검단신도시에 역 3개를 짓고 이를 공항철도 계양역과 연결하는 사업이 2020년 착공, 2024년 완공 목표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검단신도시 첫 입주단지인 ‘검단호반베르디움’, ‘검단금호어울림센트럴’ 등이 지하철 노선이 연장되기 전인 2021년부터 입주를 시작해 주민들은 적어도 3년 이상 교통 불편을 겪어야 한다.
둘째, 현재 수도권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주택건설 업계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수도권 서부 지역에만 각각 3만7000가구, 5만8000가구 정도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검단신도시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검단신도시는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입주 폭탄이 떨어지는 시기에 분양 물량이 몰려 있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연말에 발표하는 3기 신도시 계획도 검단신도시 주택 시장에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3기신도시 지역들은 기존 2기신도시보다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광역교통대책까지 갖출 예정이기 때문이다. 원당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특히 후보지 물망에 오른 김포 고촌읍이 3기신도시로 지정될 경우 검단신도시가 소외받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제대로 된 교통망·일자리 하나 없는데 분양가는 주변보다 비싸
분양 시기와는 관계없이 검단신도시가 ‘미분양의 무덤’으로 전락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미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된 2기 신도시들에 비하면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다가 교통도 불편하고, 주변에 기업들이 없어 자족기능도 없기 때문이다.
검단신도시는 인접한 김포한강신도시와 비교된다. 전반적으로 검단신도시보다 한강신도시 입지가 더 우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강신도시에는 내년 7월 지하철 5·9호선 김포공항역과 연결되는 김포도시철도가 개통되면 서울 접근성이 다소 개선된다.
그럼에도 검단신도시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한강신도시 새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지도 않은 편이다. 전용 84㎡ 기준으로 ‘검단호반베르디움’ 4억700만원, ‘검단유승한내들’ 3억9690만원 등으로 3.3㎡(1평)당 1200만원 정도다. 김포 풍무지구에 들어서는 ‘한화꿈에그린유로메트로’가 평당 1150만원, ‘김포한강신도시 동일스위트 더 파크’가 평당 900만원에 분양했는데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것을 감안하면, 입지에 비해 분양가가 비싸게 책정된 검단신도시에서도 앞으로 미분양 물량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검단신도시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 어떨까. 전문가들은 분양 가격을 대폭 낮추지 않는다면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비교적 가까운 서울 마곡지구에 근무하는 일부 실수요자들이 검단신도시를 찾을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를 제외하면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는 역할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