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2.12 05:20
“30년 넘게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만큼 자연환경은 끝내주죠. 판교와 분당은 물론 강남 거주자들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용인~서울고속도로 헌릉IC에서 차를 타고 15분쯤 달린 뒤 서분당IC를 빠져나오자,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양쪽으로 공사용 펜스가 둘러쳐진 가운데 곳곳에서 터파기가 한창이었다. 바로 성남 대장지구다. 판교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장지구를 가보면 주변이 해발 200~300m 산으로 둘러싸여 마치 산속에 들어앉은 느낌이 든다”면서 “고급 주거지로서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고 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30년 넘게 녹지로 묶여있던 대장지구가 본격적인 개발 추진 14년 만에 첫 삽을 뜬다. 첫 아파트 분양을 시작하는 것. 이달 14일 아파트 3개 단지, 총 2814가구가 모델하우스를 연다.
대장지구는 올해 수도권 주택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판교신도시에서 남쪽으로 불과 1.5㎞ 거리인데다 동쪽으로 3㎞ 정도 거리에 분당신도시가 있을 만큼 입지가 좋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사업이면서도 택지지구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 전망이다. 과연 대장지구는 시장의 예상처럼 제2의 판교가 될 수 있을까.
■ 5000가구 미니신도시…터널 뚫리면 판교까지 5분
대장지구는 강남권과 가까운 입지·교통에 30년간 개발행위허가제한구역 등으로 묶여 있어 뛰어난 자연 환경까지 갖췄다. 그래서 2004년부터 LH(토지주택공사)가 타운하우스(연립주택)와 단지형 펜션 등 고급 주거단지로 계획했다. 계획 당시 ‘한국판 베벌리힐스’라는 별칭이 붙었다. 하지만 택지로 지정되기 전 개발 도면(圖面)이 유출되는 사건과 투기(投機) 논란으로 사업이 한 차례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후 10여년이 지나면서 여건이 변했다. 우선 92만467㎡ 규모에 아파트 5268가구와 연립·단독주택 636가구로, 과거 계획보다 아파트가 2배쯤 늘었다. 주택 규모는 판교신도시 전체(2만9263가구)의 5분의 1 수준이다. 택지개발 대신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개발사업 방식을 택하고 시행사로 성남시가 참여해 공공성도 높였다.
과거 계획이 교외의 고급 주택이었다면, 지금은 강남·판교 업무지구와 가까운 대체 주거지에 가깝다. 대장지구는 판교신도시까지 지금도 차로 10분 이내면 닿을 수 있다. 여기에 서판교 남쪽 경계와 대장지구 북쪽을 잇는 서판교터널(가칭)이 2020년에 뚫리면 서울 강남까지도 2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주변 배후 수요도 많다. 판교테크노벨리 뿐 아니라 2019년 완공 예정인 제2테크노밸리(판교창조경제밸리), 지난 8월 확정된 제3테크노밸리까지 합치면 상주 근로자만 15만명에 달할 예정이다.
도시개발로 공공시설 공사가 함께 진행되는 만큼 아파트 주변에 유치원과 초·중학교 부지가 계획돼 교육 여건이 우수하다. 지구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공사가 끝나면 전체 면적의 30% 이상이 공원녹지로 조성된다. 지구를 관통하는 1.5㎞ 실개천도 계획 중이다.
■ 서판교보다 평당 700만원 낮은 분양가
대장지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저렴한 분양가다. 이달 중순 대장지구에서 처음으로 청약을 받는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A1·A2블록)’와 ‘판교 더샵 포레스트(A11·A12블록)’은 3.3㎡(1평)당 분양가를 2100만원 이하로 책정했다. 작년 6월 대장지구 인근 분당구 백현동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가 3.3㎡당 2350만원에 분양했고, 서판교 운중동의 아파트 시세는 현재 3.3㎡당 2800만원대이다.
도시개발사업은 민간 주도의 수익 사업이다. 공공택지와 달리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대장지구 개발에는 성남시가 공동 출자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우선 낮은 분양가로 공공성을 높였다. 또 토지 개발 수익금 920억원을 인근 도로·터널 개설에 쓰게 됐다. 성남시는 수익금 일부를 수정구 신흥동 일대 옛 1공단 용지 매입과 공원 조성 사업비로도 투입할 예정이다.
대장지구는 10년 가까이 신규 아파트 공급이 없었던 판교·분당신도시의 대체 주거지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판교는 2009년 본격 입주 이후 새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었고, 1991년 첫 입주가 시작된 분당은 이미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장지구는 10년 가까이 신규 아파트 공급이 없었던 판교·분당신도시의 대체 주거지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판교는 2009년 본격 입주 이후 새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었고, 1991년 첫 입주가 시작된 분당은 이미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대장지구도 약점은 있다. 지하철 교통이 불편하다. 청약 자격도 지역(성남시) 1년 거주자에게 우선 기회가 돌아가므로 서울 등 다른 지역 거주자에게 기회가 돌아가기 어렵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판교 생활권인데다 분당신도시가 노후화한 점, 분양가가 저렴한 점 등을 감안하면 수요가 충분할 것”이라며 “다만 일부 주택형은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