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2.10 04:00
[발품 리포트│광진구 구의동] 입지는 좋은데…3대 랜드마크 개발로 날아오를까
지난 3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광진구청)역. 3번 출구로 나오자 지상 3층 높이 고가 철도로부터 10m쯤 떨어진 곳에 지상 3~4층짜리 오래된 상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구의역 주변은 일부 오피스텔을 제외하면 1960~70년대에 지은 낡은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광진구청)역. 3번 출구로 나오자 지상 3층 높이 고가 철도로부터 10m쯤 떨어진 곳에 지상 3~4층짜리 오래된 상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구의역 주변은 일부 오피스텔을 제외하면 1960~70년대에 지은 낡은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구의역 3번 출구 남쪽으로 각각 지상 4층 높이 옛 서울 동부지법·지검 건물이 있었다. 지법·지검이 2017년 초 송파구 문정동으로 이전한 후 현재는 비어있다. 이곳과 KT광진지사를 포함한 38만㎡ 땅은 ‘구의 자양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돼 2700가구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와 광진구청 신청사·업무시설 등을 짓는 개발이 추진 중이다.
구의역 일대는 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데다 서울 강남과 강북 도심까지 20~30분이면 닿을 수 있고, 한강까지 끼고 있어 서울에서도 입지가 나쁘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그동안 개발이 더뎠다. 구의동 A부동산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구의역 중심으로 그동안 부족했던 새 아파트와 업무·상업시설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마·용·성’ 못지 않게 개발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 2호선 고가철도에 발목잡힌 구의동
서울지하철 2호선 강변역 일대 역시 광진구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이 낙후된 이유는 뭘까.
우선 동서울터미널이 큰 장애물이다. 버스터미널은 교통 면에서 장점이 되지만 주민들은 지은 지 30년 가까운 동서울터미널을 두고 “사실상 혐오 시설”이라고 지적한다. 강변북로로 이어지는 고가도로는 지하철 2호선 고가 철도와 얽혀 만성 교통체증에 매연 공해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걸림돌은 지하철 2호선 고가철도다. 2호선은 한양대역~강변역(8.02㎞) 구간을 지하가 아닌 고가 철도로 달린다. 건대입구역, 구의역, 강변역 등 광진구 중심지들이 모두 고가 철도로 단절된 것이다. B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땅이 단절돼 집중적인 개발이 어렵고, 미관도 좋지 않다”면서 “차가 막히고 시끄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광진구는 위치상 강북 도심권이나 강남권 모두 멀지 않다. 그렇다고 어느쪽도 가깝지 않다. 따라서 개발 우선 순위가 높지 않았고 어린이대공원 일대는 고도 제한에 묶이고 세종대·건국대 등 대학 용지가 많았던 것도 지역 개발이 뒤떨어진 또 다른 원인으로 풀이된다.
실제 구의동 일대는 상업시설 비중이 아주 낮다. 서울시에 따르면 광진구의 상업용지는 전체의 1.18% 로 25개 자치구 중 금천구(1.14%) 다음으로 낮다. 전체 주택 중 아파트 비중은 36%로 서울 평균(58%)보다 낮을뿐더러 서울에서 종로(31%)·강북(35%)구에 이어 3번째로 낮다.
■ 광진구 첫 대규모 재정비, 이르면 내년 착공
최근 광진구 부동산 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말만 많았던 구의동 일대 ‘3대 랜드마크’ 사업이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것. 대표적 프로젝트가 이르면 내년 착공 예정인 ‘구의 자양 재정비촉진지구’다. 이곳은 동부지법과 지검을 이전하고 남은 부지 등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개발 면적이 광진구에서 동서울터미널 인근 다음으로 넓어 완공 후 새로운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광진구 전체를 통틀어 대규모 도심 재정비의 첫 사례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도 서울시와 토지소유주 한진중공업이 지난해부터 사전 협상을 시작했다. 최고 40층 규모로 터미널을 비롯한 업무·숙박·판매·문화·집회시설 등을 갖춘 복합건물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특서울시는 차량 정체 해소를 위해 교통환경 개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구의동과 가까운 중곡동에는 ‘의료행정타운’ 조성 공사가 내년 말 완공 목표로 진행 중이다. 최고 20층 8개 동 규모로 대형병원뿐 아니라 대형마트, 백화점 등 각종 편의 시설이 대폭 확충될 전망이다.
■ 기대감에 상승한 집값…개발 속도가 관건
구의동 일대 집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구의동에서 가장 비싼 구의동 ‘현대프라임(1997년 입주)’은 전용면적 84㎡가 지난 8월 10억8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약 1㎞ 떨어진 5호선 인근 광장동 ‘극동2차’는 8년 더 오래된 아파트인데도 최고가가 11억5000만원(8월)으로 더 높다.
하지만 지난 1~2년간 개발 기대감으로 상승 폭은 컸다. 구의동 구의현대 6단지의 경우 지난 1년 새 전용 84㎡ 가격이 7억5000만원에서 9억3300만원으로 뛰었다. 마포구나 성동구와 비교해도 상승 폭이 큰 편이다. 구의동 C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저평가된 부분도 있어 9·13대책 영향으로 위축된 마포나 용산보다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하지만 개발 사업이 모두 끝나도 2호선 고가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구의동 일대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광진구청은 20년 전부터 2호선 지중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2조원)으로 인해 성과가 없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광진구는 마포구·용산구 등 강북 한강변의 다른 지역 못지 않게 우수한 입지를 가졌기 때문에 개발이 진행되면 시장에서 평가가 높아질 수 있다”며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집값 상승 압력 우려에 따라 대규모 개발 속도를 늦추는 분위기여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