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2.07 05:23
올해 서울 오피스 시장의 거래 금액이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부동산 전문업체 에비슨영코리아는 올해 서울 오피스 빌딩 거래 총액은 1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연간 최대 거래 금액은 2016년 8조3700억원이었다. 2년 전보다 4조원 이상 거래액이 늘었다.
이 중 해외 투자자들이 참여한 거래액은 4조4000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서울의 오피스 시장은 앞으로 점점 더 거래 규모가 커지고, 투자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오피스 시장이 ‘폭풍 성장’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땅집고는 지난달 15일 에비슨영코리아가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 오피스 시장의 상황과 전망을 정리했다.
n기관투자가들, 주식·채권 대신 오피스 대체투자로 눈 돌렸다
에비슨영코리아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거래된 대표적인 오피스 빌딩으로는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 있는 ‘센트로폴리스’가 있다. 연면적 13만5378㎡의 초대형 오피스다. 영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M&G 리얼에스테이트가 1조1200억원에 매입했다. 국내 단일 오피스 빌딩 거래가격으로는 역대 최고 가격이다.
지난 5월에는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과 지하 통로로 연결되는 ‘써밋타워’(내년 4월 준공 예정)가 8578억원에 거래됐다. 연면적 14만6655㎡, 지하 8층~지상 20층, 총 2개동으로 이뤄진 트윈타워다. KT AMC·BC카드 컨소시엄이 대우건설로부터 매입했다. 이 외에도 매각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는 거래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비스영코리아 측은 올해 1만~2만평 이상의 ‘프라임급’ 빌딩 거래 사례가 유독 많았던 것이 올해 서울 오피스 시장을 활성화된 첫 번째 요인으로 꼽았다. 센트로폴리스, 써밋타워 외에 삼성물산 서초사옥도 올해 거래가 성사됐다. 유명한 에비슨영코리아 리서치 파트장은 “경기 침체 및 해외 시장 급변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자 안정적인 현금 확보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우량 오피스를 매각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의 연면적 1만평 이상 오피스 3000여개 중 사옥으로 쓰는 빌딩을 제외하면 투자 가능한 건물 비중은 CDB(도심업무지구) 8.7%, GBD(강남업무지구) 1.9%, YBD(여의도업무지구) 5.6%일 정도다. 투자자 입장에선 희소성이 높기 때문에, 매물로 내놓으면 거래가 잘 되는 편이다.
두번째, 국내 오피스 거래 시장이 증가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증시 부진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 외 부동산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유 파트장은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오피스를 중심으로 한 대체 투자 비중을 높였다는 점이 오피스 거래액이 늘어난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의 올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보면 지난해 대비 국내 주식 수익률은 25.88%에서 -5.14%로 급감했다. 반면, 대체투자 수익률은 4.53%에서 5.17%로 올랐다. 국민연금은 지난 10월 글로벌 투자회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강남 업무지구 중심부에 위치한 르네상스호텔 재개발 사업에 2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교직원공제회의 대체 투자 수익률도 7.1%à7.7%로 늘었고, 사학연금도 4.7%à5.6%로 늘었다.
n서울 오피스 건물 26%에는 해외 자본 투입돼
세번째, 해외 투자자들의 유입 증가도 서울 오피스 빌딩 거래 시장이 활발해 진 요인 중 하나다. 해외투자자들이 매수한 서울 오피스 총액은 2014년 2조원, 2016년 3조5000억원을 거쳐 올해 4조4000억원까지 뛰었다. 유 파트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오피스 시장의 수익률과 시장 금리 간 격차(스프레드)가 커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오피스 시장에서 수익률은 ‘캡레이트(Cap Rate·자본환원율)’라고 한다. 부동산 매입가격 대비 순임대소득을 의미한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주요 도시들의 오피스 시장 캡레이트와 시장 금리 간 차이를 살펴보면, 서울이 2.2%포인트로 도쿄(3.1%포인트)에 이어 2위다. 이 캡레이트와 금리간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서울 오피스 시장에 투자액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서울에서 거래된 주요 오피스 81개 중 21개(26%)에 해외 자본이 투입됐다. 에비스영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 진행된 21개 빌딩의 연평균 가격 상승률은 5.4%로 높은 편이었다. 해외 기관이나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률이 높은 한국 오피스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인 셈이다.
n내년 거래 총액 줄지만 오피스 수요 자체는 충분할 것
그러나 에비슨영코리아는 내년 서울 오피스 시장의 거래 규모는 6조480억~9조8419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13조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전망이다.
내년에는 일단 신규 오피스 공급량 자체가 줄어든다. 2019년 새로 들어서는 오피스 건물은 총 12개동, 13만평이다. 최근 3년 평균 공급량(31.5만평)의 41.3%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프라임급 빌딩은 거의 없고, 페이토플레이스(3363평), 감정평가협회(2967평) 등 중소형 오피스가 대부분이라 거래 규모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신규 오피스 공급 자체가 적어 거래규모가 줄어들지만, 서울 오피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유 파트장은 “아직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남아있고, 한국에선 공유 오피스 시장 규모도 이제 막 성장하고 있고 투자 수요는 충분해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자 유입이 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