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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모르고 치솟는 임대료…맘터도 스벅도 2층行

    입력 : 2018.12.05 04:23

    2016년 12월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가 서울지하철 종각역 앞 상가 2층에 점포를 냈다. 원래 다른 프랜차이즈 점포가 1~2층을 함께 썼다가 폐업하자, 맘스터치가 1층이 아닌 2층 입점을 선택한 것. 이는 유통 업계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식음료 점포는 으레 접근성 좋은 1층에 매장을 냈기 때문이다.

    서울지하철 시청역 앞 맘스터치 매장. 맞은편 1층에는 맥도날드가 영업 중이다. /한상혁 기자

    맘스터치는 1998년 서울 쌍문동에 1호점을 연 이후 주로 주택가 인근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저렴한 메뉴를 판매하면서 사세를 확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도심 상권에 진출하면서 주로 상가 2층에 점포를 내고 있다. 종각역점에 이어 매장을 연 서울시청점과 구로구 신도림·개봉역점, 남양주시 다산진건점 등이 모두 2층 매장이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가맹점주들과 본사가 임대료·상권 분석을 통해 매장 위치를 정하는데, 최근엔 임대료가 저렴한 2층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점포 당 매출을 공개할 수 없지만 자체 분석에 따르면 2층 점포도 수익성 면에서 1층에 비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앞 2층에 입점한 맘스터치 매장. /한상혁 기자

    일반적으로 상가 1층은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임대료가 비싸다. 그래도 1층을 선호하는 이유는 임대료 이상으로 매출 증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2층을 선택하는 점포들이 늘고 있다. 특히 패스트푸드와 카페 등 전통적으로 유동 인구 유입을 중시하는 업종의 2층 진출이 눈에 띈다. 패스트푸드는 맘스터치가 대표적이며, 카페는 이미 대다수 업체가 2층에 점포를 내고 있다. ‘2층 입점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1층 임대료, 2층의 2배 넘어

    올 3분기 지역별 집합상가 층별 임대료. /한국감정원

    일반적으로 2층 점포는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1층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대료가 저렴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서울의 집합상가 1층 임대료는 1㎡당 5만1800원, 2층은 2만3400원으로, 2층 임대료는 1층의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2층 상가에 적합한 업종이 따로 있었다. 병원·학원·미용실 등이다. 유동 인구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찾아오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면서 비교적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경우는 2층이 적합하다.

    하지만 이런 층별 업종 구분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1층에서 2층으로 옮겨간 대표 업종은 은행.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은행 영업점은 당연히 1층에 있었지만 이제는 은행이 1층에는 ATM(현금자동입출금기)만 설치하고 상담창구는 2층으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패스트푸드와 커피숍은 어떨까. 이들은 전통적으로 1층에 적합한 매장이다. 고객이 점포를 선택할 때 ‘접근성’이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식음료 매장이라도 주로 여럿이 약속 장소를 잡고 모여서 먹는 식당은 2층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은 것과 대비된다.

    ■ 2층에 속속 진출하는 카페·패스트푸드

    서울 중구 명동 한 상가 건물 2층에 스타벅스가 영업 중이다. 같은 건물 1층은 의류 매장이다. /한상혁 기자

    하지만 커피숍·패스트푸드 모두 1층에서 서서히 2층으로 올라가고 있다.

    먼저 커피숍의 경우, 여전히 대다수는 1층이지만 중심 상권에서는 2층 매장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실제로 명동·강남 등 핵심 상권에는 커피빈, 톰앤톰스, 할리스 같은 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2층에서 영업 중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1층 매장만 고집하는 스타벅스도 명동에서는 2층 점포를 두 곳 운영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명동 같은 핵심 상권에서는 2층 점포가 다른 곳 1층 못지 않게 수익성이 좋아 1층 매장을 구하기 어려우면 2층에도 점포를 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는 아직 맘스터치 외에는 2층에만 매장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2층에 진출하고 있긴 하지만, 1층과 2층을 함께 임차하며 1층 면적은 최대한 줄이는 방식을 쓴다. 1층 매장은 계산대와 주방 정도만 두고 2층에 넓은 좌석을 확보한다. 그러면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접근성을 확보하면서도 1층만 임차할 때보다 전체 임대료를 줄일 수 있다. 버거킹·KFC 등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이런 매장을 속속 오픈하고 있다.

    ■ “임대료 낮아도 매출 20~30% 줄어들 수 있어”

    맘스터치가 운영하는 2층 매장은 괜찮은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다른 업체들에까지 미칠지는 미지수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맘스터치가 ‘가성비’를 바탕으로 많은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서 2층에 점포가 있어도 매출이 안정적일 수는 있다”며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이런 전략을 폭넓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상가 2층에 입점한 커피빈. /한상혁 기자

    양유장 GS리테일 팀장은 “2층에 점포를 낼 경우 1층과 비교했을 때 임대료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기는 하지만 인건비나 재료비 등 나머지 비용은 똑같기 때문에 전체 비용 감소 폭은 20~30% 정도 줄어드는데 그친다”며 “결론적으로 2층에 외식 매장을 낼 경우 매출 감소 폭을 20~30% 이내로 유지해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임대료를 아낄 목적으로 2층에 식품·음료 점포 창업을 고려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2층 매장일 경우 특히 건물 바깥에서 넓은 간판을 건다든지해서 눈에 잘 띄는 방법을 찾아야하고, 출입구는 대로변으로 나 있어야 한다”며 “인근에 같은 업종 1층 점포가 있거나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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