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2.02 06:30
전세 시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고공 비행하던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60% 밑으로 떨어졌다. 5년여만에 처음이다.
전세가율 하락으로 향후 전세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gap)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집값 역시 최근들어 동반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갭투자했던 집주인이 자칫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속칭 ‘깡통 전세’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운영하는 ‘KB부동산 리브온’은 2일 ‘11월 주택가격 월간 통계’를 통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59.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6년 5월 역대 최고인 75%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60% 이하로 떨어지기는 2013년 9월(59.1%) 이후 5년 2개월 만이다.
강남구 전세가율이 48.7%로 서울에서 가장 낮았다. 용산구가 49.2%, 송파구는 50.0%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송파구는 이달 말 9500가구가 넘는 헬리오시티 입주를 앞두고 전셋값 하락이 빨라져 곧 5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강북에서는 중랑구가 지난 10월 72.8%에서 11월에 71.6%로, 성동구는 같은 기간 69.8%에서 68.4%로, 도봉구는 65.7%에서 64.6%로, 노원구는 62.3%에서 61.6%로 각각 떨어졌다.
이론적으로 전세가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셋 중 하나다. 매매가와 전세값이 동반 상승하되, 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더 많이 오르면 전세가율은 떨어진다.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되, 전셋값이 더 많이 떨어져도 전세가율은 하락한다. 매매가는 오르고 전세값이 하락하면 역시 전세가율은 낮아진다.
그렇다면 최근 전세가율 하락의 원인은 뭘까. 9·13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과 이후로 나눠 분석할수 있다. 9·13대책 발표 이전까지는 지난해 이후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 증가 등으로 전셋값은 안정되거나 하락한 반면 매매가격만 급등하면서 전세가율이 떨어졌다.
9·13대책 발표 이후에는 매매가 상승 폭이 둔화하거나 하락하는 가운데 전셋값은 매매가보다 하락 폭이 더 커지면서 전세가율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가율이 하락하면서 그동안 집값 상승 자극 요인으로 꼽혔던 갭투자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이른바 역전세난과 이에 따른 깡통전세 속출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아파트 입주가 몰린 경남이나 충남 등 일부 지방에서는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세입자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등 안전장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