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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가 경제자유구역?" 주민들에게도 잊힌 이곳

    입력 : 2018.11.28 05:00

    [발품리포트│동해안경제자유구역] 5년간 강남 아파트 한채값 투자 유치하고 끝나나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변. /이상빈 기자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이요. 처음 듣는 말인데, 우리 동네에 그런 개발계획이 있었나….” (동해시 주민 A씨)

    지난 18일 오전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은 한산했다. 일요일이었지만 초겨울을 맞은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고, 오가는 주민들도 거의 없었다. 망상해변 주차장으로 걸어가자,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홍보관’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건물이 보였다. 재난안전센터, 컨벤션센터로도 사용되는 이 건물에도 직원을 제외하고는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망상나들목(IC)에서 동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삼척 방향으로 가다보면 양옆으로 보이는 지역은 ‘동해안경제자유구역 (EFEZ, East Coast Free Economic Zone)’이다. 정부가 환동해안권 경제중심지를 육성한다는 목표로 2013년 지정했다.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마찬가지로 산업ㆍ인프라 기반이 있는 지역 중 성장동력을 잃는 지역에 활력을 부여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정됐다.

    지정 당초 강릉시 옥계면, 동해시 망상동, 구호동 등 일대 전체면적 4.81㎢(약 146만평), 여의도 면적의 절반 규모였다. 총 예상 사업비는 1조7979억원이었다. 하지만 지구 지정 5년째가 된 동해안경제자유구역은 동네 주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실패한 경제자유구역으로 남아 있었다.

    16일 오전 찾은 망상해변 주차장은 찾아오는 관광객이 없어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이상빈 기자


    ■ 계속되는 투자실패에 난항…구역 면적 3차례나 축소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의 계획은 거창했다. 구역 중 규모가 가장 큰 망상지구는 망상해변을 살려 호텔, 리조트, 주거시설, 병원, 국제학교 등을 갖춘 국제해양 복합관광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 있었다. 동해 북평지구엔 첨단부품산업단지, 강릉 옥계지구엔 티타늄·리튬 등 초경량소재를 이용하는 부품산업 클러스터를 각각 조성할 계획이었다.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개발 계획.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제공

    하지만, 현재까지 실제로 진척된 사업은 거의 없다. 몇차례 해외투자유치가 진행됐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2014년 리조트 전문 개발업체인 캐나다의 던디그룹이 동해안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하기로 했지만, 내부사정을 이유로 지난해 사업권을 포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어기구 의원실에 따르면 동해안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액은 9000만달러로 전국 총 176억3000만달러 중 0.5%였다. 그 중에서도 실제 국내로 돈이 들어와 투자가 된 금액은 300만 달러(약 33억원)에 불과했다. 5년간 강남의 고급 아파트 한채 값 정도가 투자 된 것이다. 전체 7개 경제자유구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통상 경제구역으로 지정되면 땅값이 오르고, ‘투기 바람’도 불지만 이곳에는 그런 변화도 없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동해시의 땅값 상승률은 2013년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강원도 평균을 웃돈적이 없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땅값은 강원도 전체가 2.6% 올랐지만, 동해시는 2.1% 오르는데 그쳤다.

    동해안권경재자유구역 개발 개요.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사업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규모도 세 차례에 걸려 줄어들었다. 동해안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큰 망상지구는 당초 계획 부지보다 40%, 북평지구는 90% 가까이 축소됐다. 주민들도 반발하고 있다.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도는 시민들의 잃어버린 10년을 철저히 보상해야 하며, 도 차원의 대책 없이는 전면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부동산 시장은 잠잠…KTX 들어서면 나아질까

    반발의 목소리도 있지만, 강원도와 경제자유구역청은 대외적으로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강릉 옥계지구와 동해 북평지구엔 몇몇 기업들이 실제 입주했고, 가장 큰 면적(3.91㎢)을 차지하는 동해 망상지구는 이달 2일 사업시행자가 지정되는 등 속도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망상지구의 경우 메리어트 호텔과 골든 튤립 호텔 등의 프로젝트를 협의 중에 있고, 부국증권의 투자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림병원과 실버타운 조성을 준비 중이며, 캐나다 매니토바주 국제학교, 경인여대 특성화학과 등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경제자유구역청의 설명이다.

    교통 호재도 있다. 강릉까지 운행되던 KTX열차가 내년 중 동해역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동해역이 생기면 서울 청량리에서 1시간 40분이면 동해까지 도착할 수 있게 된다.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북평지구 인근 토지. /이상빈 기자

    그러나 약간의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동해안경제자유구역 사업이 계획처럼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KTX가 생긴다고 해도 서울에서 오는데 시간이 걸리고 동해안 다른 지역과의 경쟁 구도도 생각해보면 승산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해안경제자유구역처럼 지구지정만 돼 있고, 아무런 실적이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요다고 조언한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자유구역 자체가 수요자 입장에서 정한 것이 아니라 정치 논리에 따라 지정된 곳이 많다보니 실적도 없는 것”이라며 “이참에 될 곳과 안될 곳을 확실하게 구분해 경제자유구역을 정리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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