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1.08 04:00
'코스피 지수'와 '전국주택가격 지수' 15년 수치 비교해 보니…
“10년 주기 경제 위기가 올해 돌아온다?”
코스피 지수가 22개월만에 2000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국내 경기 전망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어 10년마다 찾아오는 경제 위기가 2018년에도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주가 지수가 급락한 10월 넷째주 서울 강남권 집값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선 것.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값은 18주만에,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14주, 15주만에 집값이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은 실물 경기에 선행하고, 주택 시장은 후행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최근 주가 급락이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을까.
땅집고는 지난 15년간 주가 지수와 아파트가격 지수 데이터를 활용해 두 지수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고, 이번 주가 폭락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 15년간 주가와 집값 비교해보니…
주가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과 산업 전망을 반영한다. 부동산(주택) 가격은 공급량(희소성)과 수요가 좌우하지만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나 경기 전망에도 영향을 받는다. 둘 다 근본적으로는 국내총생산(GDP) 등 실물 경기의 영향을 받아 오르내리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1993년부터 2018년 10월 말까지 코스피 지수와 전국주택가격 지수(KB국민은행 조사) 추이를 비교하면 둘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드러난다. 코스피 지수는 1980년 1월 4일 시가총액을 100으로 놓고 비교 시점 시가총액을 지수로 표시했다. 주택가격 지수는 2015년 말 가격을 100으로 놓았을 때 비교 시점 가격을 보여준다.
둘 다 시기기별로 등락은 있지만 추세상으로는 우상향하는 곡선이다. 국민소득이 늘고 경제 규모가 커진데 따른 현상이다. 다만 비교 기간별 지수의 상승 폭은 주가 지수가 더 크게 나타났다. 1993년 대비 현재 주가지수가 3배 정도 상승한 반면, 주택가격 지수는 약 2배 오르는데 그쳤다. 이 기간 최저점과 최고점 지수를 비교하면 변동성 격차는 더 커진다.
코스피 지수는 추세상 우상향해도 수시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 반면, 주택가격 지수는 상대적으로 상승과 하락 폭이 작다. 주식을 사고 팔 때 거래 비용이 거의 없어 향후 전망에 따라 가격이 수시로 변화하는 반면 주택은 거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 “주가 등락과 집값 반영 속도 빨라지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주가가 경제 위기 수준으로 급락했을 때 주택가격의 변화다. 1997년 IMF 금융 위기 당시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주택가격 지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때를 제외하고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주택은 전망이 좋지 않아도 집주인들이 웬만하면 팔지 않고 버틴다. 경기가 장기간 급격히 나빠지지 않으면 실제 집값이 하락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른바 하방경직성이 강하다.
하지만 최근 주식 시장 등락이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요즘 아파트는 표준화·규격화하고 안정적인 투자 상품의 하나로 점차 금융 상품 성격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재건축 아파트 같은 투자 수요가 많은 상품은 주가처럼 경기 전망에 따라 민감하게 등락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이번 주가 하락을 가져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과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경우 부동산 가격도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코스피 지수가 2000 아래로 떨어진 지난 10월 29일을 바닥으로 주가가 진정세를 보여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는 이르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서울 강남3구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떨어진 것 역시 경제 위기 영향보다 그동안 가파르게 오른 집값이 공급량 증가와 정부 규제 등으로 자연적인 조정을 겪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10년 주기 위기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 주기란 공급과 수요의 시간 격차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1997년과 2008년 위기는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경제 주기와는 관련이 없다”며 “다만 지금같은 경제 성장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 주가지수와 집값 모두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