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1.01 05:00 | 수정 : 2018.11.01 07:50
[스타일링 with 리빙센스]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의 이국적인 무드 하우스

집은 사는 이의 취향과 안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취향이 타고나는 것이라면 안목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를 갈고닦은 경험이자 훈련일 터.
여행을 좋아하는 결혼 11년 차 김도준, 김예지 부부는 1년 중 절반은 해외에서 머물렀기에 집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두 아이를 만나고부터 마음이 달라졌다.
“결혼 후 9년 동안 줄곧 모던 스타일의 집에서 살았어요. 해외를 자주 오가다 보니 집에 대한 기대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깔끔한 곳 정도면 되었거든요. 그러다 지난해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아이들에게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둥지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유학과 출장 등 잦은 해외 생활에서 안목을 키워온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 김예지 씨의 프렌치한 감성이 곳곳에 녹아 있는 집은 그렇게 완성됐다.
■자연을 느끼다

숲에 온 듯 푸르른 그린 컬러와 원목의 조화로 시각적 편안함을 주는 집은, 곳곳에 디퓨저와 방향제를 비치해 후각적 안정감과 피톤치드 세례를 받는 듯 힐링이 느껴진다.

“자연의 컬러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데, 나무가 주는 편안함은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가족이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안정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컬러를 선택했어요. 가족이 앉아 두런두런 그날 있었던 이야기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넓은 식탁은 필수였죠. 존재감이 강렬한 주방이 아닌 거실의 연장 공간으로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남부에서 봤던 다소 거칠지만 정감 있는 곳으로 꾸며달라고 요청했어요.”
주방은 그릇을 포함해 각종 생활용품까지 보관할 수 있는 커다란 수납장과 세탁실을 별도 분리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파리 아틀리에로 순간 이동

복도 끝으로 이동해 마주하는 문을 열면 파리의 어느 아틀리에로 순간 이동한 듯한 감동이 몰려온다. 이국적인 정취뿐 아니라 기품이 느껴져 영감이 마구 쏟아져나올 것 같은 공간이다. 김예지 씨는 집 안에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작업실을 시공하길 원했고, 포룸의 최승희 대표와 완벽한 취향 공유를 통해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공간을 완성했다.


최승희 대표는 “많은 자료와 이미지들을 보면서 소통하고 결정했는데, 예지 씨가 보내온 파리 프티팔레 미술관의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실을 만들었어요. 생각한 대로 표현돼 만족스러워요”라며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직감을 중요시하는 김예지 씨. 남편을 보는 순간 ‘내 사람이다’라고 느꼈던 것처럼 수없이 보러 다닌 앤티크 제품들 중에서 ‘내 물건이다!’ 하는 것들만 모아 작업실을 꾸몄다.
■매일 아침 여행…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친구들 사이에서 ‘그린피스운동본부’라 불릴 만큼 그린 컬러를 사랑하는 김예지 씨가 가장 선호하고 좋아하는 터키 그린 컬러로 꾸민 침실. 파우더 룸으로 이어지는 도어는 보색 계열인 머스터드 컬러를 선택해 상큼하면서도 역동적이다. 그녀가 결혼 전부터 꾸준히 모아온 몇천 벌 이상의 옷들은 벽의 모습을 하고 있는 옷장 안에 켜켜이 들어 있다.


“숙면을 취하고 눈을 떴을 때 일상을 떠나온 듯한 느낌을 살려 공간을 채우고자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덧문을 열면 매일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침대 양쪽으로 영국에서 사온 리넨장과 프랑스에서 사온 사이드테이블,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는 밀라노에서 사온 아드리아해의 사진이 여행 당시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공기정화 효과가 있는 드라세나 드라코가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모녀가 가장 좋아하는 컬러

부모의 생각대로 자라는 아이가 아닌, 아이 스스로 정체성을 갖고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기를 바라는 김도준, 김예지 씨 부부는 아이만을 생각하며 방을 꾸몄다. 김예지 씨가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옐로와 딸이 가장 좋아하는 핑크로 옷을 입혀 깔끔한 아이의 방. 복층 구조로 위층에서 놀고 아래층에서 잠을 잔다. 첫째가 학교에 입학할 쯤이면 복층 구조를 없애고 새로 꾸며줄 계획이라고.


“아이들은 장난감이 있는 위층에서만 놀아요. 바퀴가 달린 장난감을 타고 거실까지 나오지만 이전 집에서 볼 수 없던 정돈된 느낌이 좋아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 혼자서도 잘 자더라고요. 매일 행복한 꿈을 꾸며 정신과 육체 모두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