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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업무빌딩에 임대주택? 선진국선 일반적"

    입력 : 2018.10.31 04:00

    [인터뷰] '도시계획 전문가' 리처드 윌슨 ASGG사 디렉터

    리처드 윌슨(Wilson) 미국 ASGG사 디렉터. /이상빈 기자

    “도심 상업시설이나 업무시설 상층부에 주택을 넣으면 직주근접(職住近接)이 가능해져 직장인의 시간을 아끼고 소비도 촉진된다. 도시에 활력도 생길 수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도시계획 전문가 리처드 윌슨(Wilson) 미국 ASGG사 디렉터는 땅집고와 가진 인터뷰에서 “복합용도 건물은 도시가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주택 문제 해법의 하나로 도심 업무용 빌딩 일부에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좋은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시카고 도시개발 계획을 맡아 도심 재생에 일조한 그는 중국 베이징, 두바이 등 여러 도시에서 도심 계획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ASGG(Adrian Smith+Gordon Gill Architecture)는 UAE 두바이 부르즈칼리파(높이 928m), 사우디아라비아 킹덤타워(1001m) 등 초고층 빌딩 설계로 유명한 세계 4대 건축설계사무소 중 하나다.

    땅집고는 최근 방한한 리처드 윌슨 디렉터를 만나 도심 복합용도 개발, 바람직한 도시재생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도시재생을 통해 주차장 부지에서 랜드마크로 탈바꿈한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ASGG사 제공

    -한국에서 주택난 해소를 위해 도심 업무용 빌딩 상층부에 임대주택을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데.
    “아주 좋은 생각 같다. 서양 도시에선 이미 많이 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포용하진 않는 것 같다. 물론 양복을 입은 사람들과 잠옷을 입은 사람들이 함께 건물을 쓰는건 약간 복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업시설 위에 주거 복합용도의 건물을 올리면 직주근접이 가능해 직장인들의 시간을 아끼는 것은 물론 소비도 촉진된다. 이동거리가 짧아지니 에너지도 덜 쓴다. 용적률을 더 주는 대신 복합용도를 허용하면 도시엔 활력이 생기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다.”

    -불편한 점은 없을까.
    “주거하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이 같은 건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갈등이 존재할 수 있다.

    뉴욕이나 시카고에서는 그런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출입구와 창문 방향을 다르게 낸다. 위아래가 아니라 양 옆으로 주거와 업무 용도를 분리하기도 한다. 그래도 소음이 있을 수 있고, 서로 부딪히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소유자가 달라 나중에 재건축할 때 이해관계가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분양형 건물에서는 이런 식의 복합용도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을 하다보면 갈등이 필연적인 것 같은데.
    “시카고의 경우 건축가나 디벨로퍼들이 공공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민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이를 도시정책에 반영한다. 디벨로퍼는 공공시설이 자신의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고 있다. 시민들도 불만이 없어야 공간을 찾는 이들이 늘고, 디벨로퍼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서구권에선 도심 고층 빌딩에 사무실과 주거시설이 혼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서구권 문화가 스며든 홍콩의 신화통신 건물 상층부에 주거시설이 함께 있는 모습(왼쪽)과 시내 건물 주거시설에 빨래가 널려있는 모습. /이상빈 기자

    이를 위해 시카고는 설계자나 도시계획자들이 시민들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는데 큰 책임을 갖고 있다. 단지 시민들이 찾아올때까지 기다리는 것 뿐만 아니라 대안을 찾아 먼저 다가선다.

    한국에서는 디벨로퍼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분위기라고 들었다. 하지만 공원이나 예술작품들이 공유공간에 들어와 시민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면 오히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도시계획이 불평등을 낳는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두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도시 개발 마스터플랜을 짜는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교통과 도로, 편의시설 상황은 지역마다 다르다. 이를 고려해 비용에 따라 편익이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짤 수 밖에 없다.

    불평등 문제는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예전엔 이 문제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도 도시 간, 커뮤니티 간 평등의 문제에 민감해졌다. 시카고의 경우 용적률을 높여서 개발하는 지역에서 나오는 이익금을 주변 낙후 지역의 개발 대상지나 학교, 시민 시설 등에 재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었다. 이걸로 지역간 불평등 문제를 다소나마 해소하는 것이다.”

    시카고는 '이웃 기회 펀드(Neighborhood Opportunity Fund)'를 통해 도심 재개발을 통해 나온 이익을 소외지역으로 재분배하고 있다. /NOF홈페이지 캡처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시카고에서는 ‘이웃 기회 펀드(Neighborhood Opportunity Fund)’를 조성해 도심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금 일부를 낙후 지역에 제공한다. 도심에서 용적률을 더 받아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선 돈을 내야 한다. 이 돈으로 서부의 낙후 지역에 있는 상업시설이나 문화시설, 공공시설을 수리하고 아름답게 만드는데 재투자한다.

    2년 전 시작했는데 미국에서도 처음이다. 주변 낙후지역은 이 돈으로 다시 개발 기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수백만달러의 기금이 조성됐다.”

    -앞으로 도시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까.
    “리테일(소매업)이나 주차용지에서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주행차가 생기면 도심 내 주차장이 크게 사라질 것이다. 인터넷 발달로 오프라인 쇼핑이 줄어드니 상업시설도 집 근처에 있는게 아니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런 곳들은 용도를 바꿀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주상복합에 대해 좀 더 마음을 열 필요도 있다.

    모든 도시가 과제를 안고 있지만 미래에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친환경 빌딩을 짓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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