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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폐업에 실업대란…오피스·상가가 텅텅 비어간다

    입력 : 2018.10.27 04:00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국내 최고의 업무중심지 서울 세종로네거리 일대. /김리영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극심한 경기 침체의 여파가 서울 대형 오피스와 상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국회교통위원회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분기까지 서울의 핵심 업무 지구인 서울 종로 오피스 21.4%, 강남대로 오피스 19.9%가 공실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양대 핵심 업무지구인 종로와 강남권 사무실 10개 중 2개가 비어 있다는 의미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2013년 2분기 6.4%에서 올해 2분기 12.1%로 2배 가량 껑충 뛰었다.

    ■줄폐업, 실업대란 영향…오피스·상권 시장에 직격탄


    서울 주요 업무지구 오피스 공실률. /한국감정원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이 급증한 이유는 지난 5~6년 사이 도심 오피스 공급은 늘었는데, 경제 상황은 최악의 수준으로 몰락하면서 기업의 오피스 수요는 반대로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종로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2분기 11.1%에서 올해 2분기 21.4%로 불과 1년 사이에 공실률이 두 배 정도 늘었다. 강남권 오피스는 같은 기간 18.1에서 19.9%로 1.7%포인트 늘었다. 서울 전체로는 11.3%에서 12.1%로 0.8% 포인트 공실률이 늘었다.

    지난 5년 간 종로 일대에는 그랑서울(2013년), 디타워(2014년) 등이 공급됐다. 강남권에도 강동 이스트센트럴타워(2017), 잠실 롯데월드타워(2017년) 등 초대형 오피스가 잇따라 공급됐다. 올 하반기에도 종로 센트로폴리스를 비롯해 강남N타워, 선릉역889빌딩, 마곡 센테니아 빌딩, 열린M타워 등 대형 오피스가 공급된다.

    과거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도심 재개발와 유휴지 개발 사업이 최근 마무리되면서 대형 오피스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공급은 늘고 있지만, 오피스 수요자인 기업들은 시장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고용부 등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6월 이후 1년간 매일 평균 3500여개 사업장이 문을 닫았다. 새로 생기는 사업장 수를 감안한 순감 사업장도 7800개나 됐다. 중견기업인 300인 이상~999인 이하 사업장도 전국적으로 307개 사라졌다. 고용시장도 황폐화 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으로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 고학력자의 고용률은 74.58% 통계청 집계 이후 최악이다. 실업률도 3.52%로 외환위기 때인 1999년 3.63%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종로에 A빌딩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고급 오피스의 주요 수요자는 대기업, 금융사들이 대부분인데, 이들 기업이 투자 자체를 꺼려 하기 때문에 오피스를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2013년 이후 연도별 주요지역 오피스 공급량. /신영에셋 제공

    오피스 공실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임대료는 계속 올라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분기 서울 도심지역 대형 오피스의 평균 임대료는 3.3㎡ 당 9만3000원으로 작년 2분기 9만2700원보다 0.3% 올랐다. 강남과 여의도 지역은 각각 3.5%, 0.86% 내려 각각 8만2170원, 7만5240원을 기록했다. ‘프라임급’의 신규 오피스 공급이 늘어나면서 평균 오피스 임대료가 올라 간 영향이 크다. 하지만, 오피스 공실률이 지금처럼 높은 상황이 이어지면, 임대료도 머지않아 하락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내 권역별 오피스 평균임대료. /한국감정원, 신영에셋

    ■ 공간 필요없는 신생기업, 대기업 사옥이전 등 산업구조 변화도 큰 원인

    서울 도심 오피스가 비어 가는데에는 산업구조의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생기업의 경우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면서 주요 업무지구에 있을 이유도 크게 없다. 특히 IT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공유형 오피스를 선호하고, 전통적인 기업처럼 큰 사무 공간을 찾지 않아 도심 업무지구에 대한 수요도 크지 않다.

    대기업 중에서도 전략적으로 외곽지역이나 경기도 업무 지구로 이전하는 사례도 있다. 작년 하반기 여의도에 있던 LG 그룹 계열사들이 마곡지구 사이언스파크로 대거 이전했고, 서울 강남에 있던 기존 삼성 그룹의 사옥들은 판교, 기흥, 평택 등으로 옮기고 있다.
    업무용빌딩과 기업체가 몰려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 /조선DB

    ■ 자영업 폐업 증가로 도심 상권도 ‘공동화’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서울의 핵심 상권 중·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치솟도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이태원동은 올해 2분기 공실률이 21.6%로 급증했다. 2013년(3.3%)과 비교하면 공실률이 6.5배 증가했다. 경기 침체와 미군 기지 이전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다.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1동은 신규 창업 고위험지역이다. 이태원1동의 3년 간 개업 대비 폐업률은 103.4%로 1개 가게가 창업을 하면 1개 이상의 가게가 문을 닫는 셈이다. 점포 수도 4.9% 감소했다. 홍대·합정(소규모 상권 1위, 17.2%) 상권이 분포한 마포구 대흥동 역시 신규 창업 고위험지역으로 꼽혔다. 이곳의 3년 간 개업 대비 폐업률은 115.9%에 달해 1개의 점포가 창업할 때 약 1.1개 점포가 폐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 빌딩전문 중개회사 ‘빌딩드림’ 김영정 실장은 “자영업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상가 공실과 권리금, 임대료가 모두 떨어지고 있다”며 “경기 회복이 되지 않는 이상 서울 도심의 오피스 주변 상권은 당분간 침체기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2분기 서울 주요지역 공실률 증감율. /한국감정원

    경제상황이 계속 나빠지더라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크게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오피스·상가 시장의 침체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윤창선 키웨스트 자산운용 대표는 “기업들의 투자가 갑자기 증가하거나, 자영업자들의 영업 환경이 지금보다 나아질 근거는 거의 없어 오피스·상가 시장의 침체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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