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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핫플레이스'로 각광…양양에 무슨 일이?

    입력 : 2018.10.20 05:00

    속초·강릉 등 동해안 他지역에 비해 인기 없던 곳
    고속도로·KTX 개통과 평창올림픽으로 이름 알려져
    서핑족 비롯 관광객 늘어…아파트·토지 거래 활발
    전문가 "인기 편승한 섣부른 투자는 지양" 우려도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포월리에 있는 75평 나대지가 경매에서 감정가의 두 배 가까운 7000만원에 낙찰됐다. /부동산태인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포월리에 있는 251㎡(약 76평) 규모 나대지. 주변에 특별한 개발 계획도 없고 면적도 크지 않아 쓸모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난 9월 17일 열린 경매에 이 땅이 나오자 입찰자가 68명이나 몰렸다. 결국 감정가(2460만원)보다 3배 높은 7000만원에 팔렸다.

    요즘 양양군은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최고의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꼽힌다. 실제 부동산 경매 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양양군에 나온 경매 부동산의 평균 낙찰가율은 135.52%다. 전국 평균(85.74%)보다 50%포인트 높았다. 입찰경쟁률도 평균 6.4대 1로 전국 평균(3.68대 1)의 1.8배에 달한다.

    2018년 강원도 내 시군별 공시지가 상승률. /양양군청

    양양군 땅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양양군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10.46%로 지난해(4.97%)보다 배 이상 높았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6.28%), 강원도 평균(7.01%)보다 훨씬 높다. 인구가 고작 2만7000명(2017년 기준)으로 강원도 18개 시·군 중에서도 양구·화천에 이어 3번째로 적은 양양군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후 ‘서핑족 성지’ 떠올라

    양양은 속초나 강릉·동해 등 다른 동해안 지역보다 이름이 덜 알려졌던 곳이었다. 기차도 다니지 않고 서울에서 한번에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없어 교통이 불편했던 탓이다.

    지난해 6월 개통한 서울-양양고속도로. /땅집고

    양양이 전국에 이름을 알린 결정적 계기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교통망이 속속 뚫리면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진 것. 먼저 작년 6월 서울~양양을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했다. 교통 체증이 없으면 서울에서 양양까지 1시간 30분(150km)이면 도착한다. 과거보다 절반쯤 이동 시간이 줄었다.

    서울과 강릉을 잇는 KTX(고속철도)도 작년 12월 운행에 들어갔다. 이 철도는 1년 앞선 완전 개통한 동해~강릉~양양~속초로 이어지는 동해고속도로와 함께 양양을 비롯한 동해안 도시들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양양은 국내에서 서핑하기에 가장 적합한 해안선을 갖추고 있어 전국 각지에서 서핑족들이 몰려들고 있다. /조선DB

    교통이 좋아지자 양양의 관광 산업도 호황을 맞고 있다. 특히 양양의 해안선은 구불구불하고 경치가 좋아 서핑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평가되면서 ‘한국의 와이키키’라고 불릴 만큼 서핑족의 명소로 떠올랐다. 올 여름 폭염으로 동해안을 찾은 피서객 자체가 줄었지만, 서퍼비치로 유명한 양양의 동산포해수욕장과 물치해수욕장 방문객은 작년보다 각각 133%, 157% 늘었다.

    해수욕을 즐기는 피서객도 늘었다. 양양군에 따르면 지난해 낙산해수욕장 등 양양 일대 해수욕장 21곳을 찾은 방문객은 39만여명에 달한다. 도로가 뚫리기 전인 2016년(32만여명)보다 20% 이상 늘었다.

    ■양양 바닷가 아파트값 2년새 7000만원 상승

    교통 개선과 관광객이 늘면서 양양의 부동산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해수욕장 옆 아파트일수록 집값 상승 폭이 크다. 국토부에 따르면 하조대해수욕장 인근 심미아파트(2001년 8월 입주, 495가구) 전용 58㎡는 2016년 6월 9800만원, 1억원에 각각 팔렸는데 올 7월 1억6500만원, 8월엔 1억7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양양군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국토교통부

    토지 거래도 활발하다. 양양군청은 지난해 총 부동산 거래 건수가 5363건으로 2016년(4044건)보다 32.6% 증가했다고 밝혔다. 땅값도 3.3㎡(1평)당 14만1900원으로 3년 전(7만5900원)보다 87% 급등했다. 양양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3년 전부터 부자들 사이에서 속초에 ‘세컨드 하우스’를 사는 유행이 시작됐는데, 양양에도 해안가 아파트나 전원 주택용 토지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교통 개선으로 양양의 관광 시장이 탄력을 받고 있고 통일과 화해 무드 영향으로 접경지역 프리미엄까지 얹어지면서 양양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매물 귀하지만 섣부른 투자는 피해야”

    동해안 최고의 미항으로 꼽히는 양양군 현남면의 남애항. /양양군청

    현지에서는 “양양 부동산 시장의 호황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서울에서 춘천을 지나 속초까지 이어지는 동서고속화철도(2024년 개통) 등 교통망이 계속 확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양양의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 환경과 저비용 항공산업 활성화로 관광객이 몰리고 전원주택 붐이 일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며 “강원 동해안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데, 그동안 저평가된 양양이 최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의 인기에 편승해 아무 땅이나 섣불리 구입하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건설 경기가 하강 국면을 맞는데다, 갈수록 인구와 부동산 측면에서 대도시와 지방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과 바다에 인접한 양양의 지형 조건을 감안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 확인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경사도가 15도 이상인 땅, 자연환경보전구역으로 지정된 땅은 구입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태풍이 오면 물바다가 되는 하천·저수지·계곡과 인접한 땅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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