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0.16 01:19
"사유재산 침해" 곳곳 충돌
정부가 수도권 공공 택지 조성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기업인이 사업 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공기업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기업인들은 "땅 투기도 아닌데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분양 끝난 타운하우스도 강제 수용
성남신촌지구는 그린벨트로 묶인 땅을 아파트로 개발하기 위해 지정됐다. 하지만 전 대표의 땅을 포함한 일부 저층 상가 건물은 그린벨트가 아님에도 포함됐다. 문제는 이 상가 건물들이 서울공항을 마주하고 있어 높이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지구 단위 계획상 10m보다 높은 건축물을 짓지 못하도록 돼 있어서 수용하더라도 상가밖에 못 짓는다"며 "결과적으로 민간이 상가 지을 땅을 정부가 강제 수용해 상가로 만들어 비싼 가격에 분양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구에는 전 대표 경우보다 더한 사례도 있다. 지역 건설사인 군월드건설은 수성구 연호동에 타운하우스 건설 용도로 땅을 사서 작년 11월 분양까지 마치고 10월 착공을 앞둔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 5월 해당 부지가 '연호지구'라는 이름의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수용 대상이 됐다. 정부는 이 땅에 신혼희망타운을 지을 계획이다.
군월드건설과 입주 예정자들은 분양까지 마무리된 공동주택 사업지를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항의 방문하고 국토교통부, 대구시에도 항의서를 제출했다. 8월에는 서울로 상경해 국회, 청와대 등을 돌며 항의 집회도 열었다. 군월드건설 관계자는 "서민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우리 입주 예정자 중에는 신혼부부도 있고 노인도 있다"며 "정부 정책 때문에 이들이 입주할 새집을 뺏기는 게 과연 정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군월드 사업지를 지구에서 빼면 교통 단절 문제가 있어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은 정부가…"보상 기준 현실화해야"
공공택지 지정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주민 공람 기간 중 지방자치단체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해야 한다. 민원이 접수되면 LH 등 사업자가 공청회를 열어 한 차례 더 의견 조율을 시도한다. 합의가 안 되면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가 최종적으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부의 토지 수용은 결국 민간의 재산을 공공이 취득하면서 얼마나 납득 가능한 수준의 보상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신 대표가 보유한 토지의 공시가격은 평(3.3㎡)당 980만원이다. 아직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통상 정부에서 공시지가의 150% 수준에서 보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상 가액은 평당 15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전 대표는 "10년 전 토지를 매입했던 금액이 평당 1500만원 정도였고 지금 주변 땅 시세는 평당 최소 3000만원이 넘는다"며 "그 돈 받고 수용당하느니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같은 공공택지라 할지라도 입지에 따라 기대 개발 이익의 차이가 큰 만큼 보상 가격 산정 기준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