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0.14 04:57 | 수정 : 2018.10.14 10:09
“몸에 병이 들었을 때 아픈 곳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먼저죠. 집도 마찬가지에요. 낡은 건물은 병든 몸과 같습니다. 새로 탈바꿈하려면 내 집이 처한 환경과 특징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하죠. 진단에 따라 집짓기 방법은 천차만별이 됩니다.”
‘낡은 건물 리모델링 전문병원’. 김형수 포스톤건설 대표(54)는 자신의 회사를 이렇게 부른다. 그는 20년 넘게 건물 리모델링 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마치 종합병원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듯 노후 건물에 다양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한다.
그는 연세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건축사와 건축시공기술사(PMP) 자격증도 땄다. 국내에서 드물게 3개의 자격을 모두 갖췄다. 1998년부터 CDS건축사사무소를 차린 이후 2001년 건축시공과 리모델링 전문으로 하는 포스톤건설을 설립했다.
리모델링 전문가로 이름이 나면서 그는 외부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2007년부터 2년간 서울특별시 건축위원회위원으로, 2010년에는 국토해양부 중앙건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리모델링협회 RMP 자격시험 출제위원, 대법원 특수감정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땅집고와 가진 인터뷰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수명을 늘릴뿐만 아니라 수익률까지 끌어올리는 일석이조 비법을 소개했다.
Q. 리모델링이 신축보다 좋은 점은.
“낡고 오래된 건물을 깨끗하게 바꾸는 방법은 두 가지다. 부수고 다시 짓는 ‘신축’과 골격은 유지한 채로 증축하거나 내·외부 자재를 바꿔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지상 4층 빌딩을 8층으로 증축한 사례가 있다. 기존 건물을 35억원에 경매로 낙찰받은 건축주가 25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공사 후 건물 가치가 125억원으로 뛰었다. 리모델링만으로 60억원 정도 새로운 가치를 얻은 셈이다. 신축했다면 철거와 공사비를 감안할 때 비슷한 수익을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리모델링은 대체로 신축 비용의 60% 정도로 신축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신축하면 총 비용의 40%를 토목과 골조 공사, 철거 등에 사용하고 60%를 내·외부 마감에 투입한다. 리모델링은 내외부 마감만 진행하면 돼 훨씬 간단해진다.
신축은 현행 법이 100% 적용되지만 리모델링은 증축이나 용도변경을 하지 않는 한 건물이 지어진 당시 적용된 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예를들면 2007년 이전까지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이 300%까지 허용됐다. 이 당시 지은 건물을 지금 부수고 다시 지으면 50~100% 정도 용적률이 깎인다. 하지만 리모델링하면 과거 적용된 300%의 용적률을 유지할 수 있다. 주차대수 허용기준도 마찬가지다. 과거보다 지금이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Q. 리모델링할때 건물을 전부 뜯어고쳐야 하나.
“일반적으로 증축이 가능한지 살펴보는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쓰인다. 그러나 반드시 층을 올리지 않고 기존 건물에 엘리베이터만 설치해 가치를 올릴 수도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건물(근린생활시설 및 주택)은 지하1층~지상3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지하 1층~지상1층은 목욕탕, 2층은 판매시설, 3층은 주거용으로 사용했다. 건물주는 상업시설을 늘려 임대 수익을 더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증축은 비용이 많이 들고 번거로웠다. 고민 끝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층별 구성을 바꿨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하1층은 목욕탕을 찜질방으로, 지상1~2층은 모두 음식점으로 각각 변경해 판매시설을 늘렸다. 리모델링 후 3개층 임대율이 이전보다 높아졌고 임대수익률도 올랐다.”
Q. 건물 용도를 바꾸는 리모델링시 중요한 점은.
“경기도 용인에서 의류창고로 쓰던 건물이 있었다. 대지면적 1618㎡, 연면적 6913㎡에 지상 5층 규모였다. 그런데 차츰 도심 상권이 창고 건물 주변까지 확장해 들어오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났다. 이를 본 건물주는 창고를 의류 아웃렛으로 용도변경면 수익이 늘어나겠다고 판단했다. 지상 5층 건물의 1~2층을 전면 유리로 시공해 개방감을 살리는 방식으로 리모델링했다. 그러자 수익이 창고로 쓸때보다 5배나 뛰었다.
이 창고처럼 환경 변화로 주변에 어울리지 않는 외딴 건물로 남을 경우 적절하게 용도를 변경하면 죽었던 건물도 살아나게 된다.
보통 주거시설을 근린생활시설로 바꾸거나 반대로 변경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한 용도 내에서도 세부 용도를 바꿔 수익률을 올릴 수가 있다.
1964년에 지은 서울 남대문의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된 빌딩이 있었다. 원룸으로 임대하려던 건축주는 고시원을 만들었다. 원룸은 주거시설이어서 주차대수도 늘려야 하고 용도변경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복잡했다. 하지만 고시원은 근린생활시설에 해당돼 임대수익을 올리면서도 리모델링 절차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해당 건물주는 26개의 방을 갖춘 고시원을 운영해 이전보다 건물 임대수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건축주는 리모델링에 앞서 지구단위계획상 용도 변경 가능 여부를 확인해 추가 주차 수요가 필요한지, 구조적으로 안전한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Q. 신축과 리모델링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
“리모델링을 하려면 3가지 문제가 없어야 한다. 구조가 튼튼한지, 도면과 건물의 치수가 일치하는지, 불법 증축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여부다.
우선 골조가 부실하면 리모델링은 불가능하다. 구조 보강 공사비가 신축보다 더 들어갈 수 있다. 예전에 지은 건물은 도면과 건물 크기가 불일치하는 경우도 많다. 정밀하게 실측해야 하는데 도면이 없으면 실측이 부정확해질 수 있다. 결국 잦은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늘어나게 된다. 불법 증축한 건물은 리모델링시 합법화하는 과정이 필요해 절차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3가지를 고려해 신축보다 비용과 절차상 효율적이라면 리모델링을 진행해도 괜찮다.”
Q.리모델링을 할 때 주의점은.
“불법 증축한 건물은 리모델링 절차가 가장 까다롭다. 옥상을 설치하거나 지하주차장 용도를 바꾸고 1층을 확장하는 등이 대표적 사례다. 낡은 건물은 증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특히 옥상에 불법으로 층을 올리는 방식이 아닌, 전체 몸집을 키우는 방식으로 면적을 넓힌 경우가 그렇다. 이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불법증축했다고 무조건 리모델링이 불가한 것은 아니다. 반드시 꼼꼼한 실측을 거쳐 불법 증축을 합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담당 공무원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건물 수리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