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0.13 05:32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2지구. 고층 아파트 건물 곳곳에 노란색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7호선 노선 변경하라’ ‘주위를 둘러봐라! 10만인구 지하철은 기본이다’
경기 북부로 연장하는 것으로 결정된 지하철 7호선 연장선 노선에 대한 주민 불만을 써 놓은 현수막이었다. 지하철 7호선은 서울 강남권을 지나는 전철 노선이라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주민들에겐 ‘꿈의 노선’으로 통한다. 하지만 도봉산역과 양주 옥정역을 잇는 지하철 7호선 연장선에서 의정부를 지나는 곳이 의정부 경전철과 교차하는 ‘탑석역’ 단 한 곳으로 결정된 것이다.
당초 전철 노선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던 의정부의 새 아파트 밀집지역인 민락지구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민락지구 주민 A씨는 “신곡·장암지구와 민락2지구에 23만명이 살고, 민락2지구와 인근에 택지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데 경제성이 떨어져 전철 노선이 하나도 없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7호선 연장선이 민락지구 아래 지역을 지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해당 지역은 최대 수혜지로 떠올랐다. 민락지구 아랫 동네인 의정부시 용현동에선 낡은 아파트인 ‘용현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해 ‘탑석센트럴자이(2573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 추진돼 이달 중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에선 탑석역이 걸어서 5~10분 거리다. 용현동의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민락지구 주민들은 속이 상하겠지만 현재로선 노선 변경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탑석자이가 들어서면 새 아파트인데다 의정부에서 서울 강남 접근성이 개선돼 조합원들은 복권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똘똘한 한 채’의 조건은 ‘역세권’
최근 서울지하철 노선의 경기도 확장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베드타운 격인 서울 주변 위성도시 주택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집값이 장기간 침체된 지역이나 개발이 중단된 곳도 전철 연장 노선이 확정되면 되살아나기도 하고, 전철 공사가 지연되는 지역은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신분당선이 뚫린 경기도 용인시 일대다. 장기간 주택시장이 침체돼 있던 이곳은 지난 3~4년간 서울 주택시장이 호황일 때도 거의 꿈쩍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 주택 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서 최근 규제에서 벗어나 있고, 서울 출퇴근 환경이 좋은 동네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수지구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107.2였다. 경기도에서 수지구보다 수치가 높은 곳은 성남시 분당구, 과천시, 광명시, 하남시 뿐이었다. 매매가격지수(100기준)가 높을수록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100이하로 떨어지면 기준시점(지난해 12월 4일)보다 집값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용인 수지 동천동의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수지에서 신분당선을 타면 어디라도 30분 이내에 서울 강남역에 닿을 수 있어 전세 수요도 풍부해 최근엔 수지 아파트를 찾는 서울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인천 청라와 검단신도시 주민들도 지하철 청라 연장 사업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서울 2호선 차량기지를 청라로 옮기고 까치산역까지 다니는 서울 2호선을 청라까지 연장하는 이 사업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청라와 검단신도시 부동산 업계에선 “서울 지하철 노선이 이 지역으로 연장될 경우 서울 출퇴근 지역이 돼 주택시장이 활성화하고 집값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집앞에 지하철역 생기면 “정말 좋겠네”
실제로 주택시장에선 전철역까지 거리에 따라 집값이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역 주변이더라도 거리가 가까울수록 그 입지를 더 인정받고 가격에도 반영된다. 서울 외곽 지역과 경기도 베드타운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의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바로 앞에 있는 창동대림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년간 1억2000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창동역에서 도보로 8~10분 걸리는 신도브래뉴 전용 84㎡가 1억750만원, 10분 넘게 걸리는 금호어울림 전용 84㎡가 5000만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오름세가 더 크다.
경기권도 마찬가지다. 경의중앙선 구리역에서 도보 5~10분 거리에 있는 구리인창삼환·신일 5단지 전용 96㎡는 지난 한해동안 거래가격이 9500만원 올랐다. 구리역에서 15~20분 걸리는 현대홈타운과 20분 넘게 걸리는 구리인창동양아파트 전용 82㎡와 84㎡가 각각 6500만원, 3750만원 오르는데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같은 역이라도 ‘강남접근성’이 집값 가른다
전철 역세권도 서울시내 업무지구 접근성에 따라 집값이 크게 영향을 받는 편이다. 모든 역세권 집값이 똑같이 오르진 않는다. 서울로 가는 전철과 지역 내에서만 운행되는 경전철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신분당선 수지구청역 인근 경기 용인시 풍덕천동 신정마을주공1단지 전용 54㎡는 지난해 10월 3억8000만원대에서 이달 5억4000만원으로 1억8000만원 정도 올랐다. 같은 용인시에 있는 용인경전철 강남대역 앞 기흥구 일대 아파트들은 같은 기간 집값에 미동이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서울 외곽 지역과 경기도 베드타운은 강남 접근성에 따라 역세권의 가치가 크게 차이난다. 지난 3월 부동산114가 조사한 서울·경기·인천 지역 21개 지하철 노선 대상 역세권 아파트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강남 접근성이 좋은 분당선, 3호선, 9호선 아파트값이 상위 2~4위를 차지했다. 역세권 아파트 중 매매가격이 가장 낮은 노선은 의정부경전철이었다.
전문가들은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베드타운에서 집을 살때 강남 접근성을 우선적으로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같은 지하철이라도 1·4·6호선보다 2·3·7·9호선이나 신분당선 가치가 더 높다”며 “강남에 집을 살 수 없다면 강남으로 가기 편한 곳에 집을 사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