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0.13 04:13
[발품리포트|홍제·홍은동] 서울 부동산시장의 대표적인 저평가 지역
광화문 가깝고 북한산 끼고 있지만 체감교통 불편해 집값은 절반 수준
개발 바람에 기존 아파트값도 껑충…"사업 끝나면 타지역 따라잡을 것"
지난 5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홍제역까지 30분쯤 걸렸다. 이날 태풍 콩레이 영향으로 비가 내렸지만 동네 곳곳에 자리잡은 재건축·재개발 구역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홍제역 2번 출구 쪽 이면도로를 따라 150m쯤 걸으니 홍제3재개발 구역이 나왔다. 철거 작업이 마무리에 들어가 건물은 없고 황토만 남아있었다. 이날 홍제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통일로를 따라 동서로 형성된 홍제2구역, 홍제1구역에서도 골조 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서대문구 홍제동과 홍은동. 지도를 펴놓고 보면 두 곳은 서울 도심이 코앞이다. 지하철 3호선과 시내버스를 타고 20~30분이면 광화문 업무지구에 도착할 만큼 가깝다. 북한산을 낀 속칭 ‘숲세권’이어서 환경도 좋다.
하지만 두 곳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대표적인 소외지역으로 꼽힌다. 홍제·홍은동 집값은 서울 평균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3.3㎡(1평)당 2594만원인 반면 홍제동은 1643만원, 홍은동은 1393만원이다.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체감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 지리적으로 서울 도심과 가깝지만 실제 출퇴근은 만만치 않은 탓이다. 실제 주요 교통수단인 통일로와 지하철 3호선을 은평구는 물론 고양시 등 경기도 서북부 주민들과 함께 이용해 출퇴근 혼잡이 심각하다. 여기에 지역 곳곳에 낡은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달동네라는 인식이 있고 대규모 새 아파트가 들어선 지 20년이 훌쩍 넘은 것도 지역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하나 둘씩 진행되면서 집값이 오르고 수요자의 관심도 높아지는 것. 홍제동 신라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재개발 구역 인접 아파트는 1년새 집값이 1억원 안팎 올랐다”며 “대부분 싼 집값에 끌려 도심 출퇴근 실수요자들이 찾아왔는데 최근들어 투자목적 매수 문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싼값에 찾던 홍제·홍은동은 ‘변신 중’
홍은동과 홍제동 일대에는 현재 주택정비사업이 12곳에 진행되고 있다. 재개발 사업이 5곳, 재건축 사업이 7곳이다. 대부분 사업이 상당히 진척된 상태여서 분양을 했거나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곧 분양을 앞둔 사업장이 많다.
이 중 핵심으로 꼽히는 곳은 홍제3구역. 재개발 구역 중 면적이 가장 크고 홍제역이 가장 가까워서다. 철거가 거의 끝났고 오는 12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총 1116가구로 ‘효성해링턴플레이스’가 들어선다. 1995년 4월 입주한 홍은동 벽산아파트(1329가구) 다음으로 단지 규모가 크다.
홍제2구역의 홍제원아이파크(2018년 12월 입주 예정, 906가구), 홍은6구역의 북한산두산위브2차(2020년 11월 입주 예정, 296가구), 홍은14구역의 북한산두산위브(2019년 6월 입주 예정, 497가구)는 입주를 앞두고 공사 중이다.
홍은3구역과 12구역은 개발 사업을 마쳤다. 홍은12구역에는 북한산더샵(552가구)이 작년 12월 입주했는데, 59㎡는 3억9000만~4억원, 84㎡는 4억8000만~4억9000만원에 각각 분양됐다. 서울 아파트 치고 분양가가 비교적 저렴하기도 했지만, 동네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웃돈이 크게 붙는 추세다. 이 아파트 59㎡는 4월 5억9500만원, 84㎡는 7월 8억5000만원에 팔려 분양가 대비 각각 2억원, 4억원 정도 올랐다.
■동개발 바람 타고 기존 집값도 덩달아 출렁
주택 정비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입주 20년 가까이 된 기존 아파트 매매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홍은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는 “실수요자들만 찾던 이 일대 집값이 단기간에 1억원 넘게 오른 것은 처음”이라며 “광화문으로 가는 직통 버스가 다니는 통일로와 가까운 단지일수록, 개발지와 가까운 대규모 단지일수록 집값 상승폭이 크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홍제동 인왕산힐스테이트(2000년 입주, 700가구) 전용 84㎡가 지난 9월 6억8000만원에 팔렸다. 작년 9월 5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만에 1억4000만원 올랐다. 작년 9월 4억~4억1700만원에 팔리던 홍은동 벽산(1995년 입주, 1329가구) 전용 84㎡도 올해 9월에는 5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5억원대를 돌파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향후 홍제·홍은동 집값이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주장한다. 서울에서 새로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힘든 점, 수색증산·가재울뉴타운과 가깝고 도심 접근성이 좋은 점 등으로 서북권의 신흥 주거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홍제동의 A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금은 이 일대 아파트 가격이 입지에 비해 저평가됐지만, 정비 사업으로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 서울 평균 집값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호재 많지만 장기적 상승은 “글쎄”
홍제·홍은동에는 정비사업 외에도 개발 호재가 많다. 서울시는 ‘2030 서울생활권 계획’에 따라 홍제동에 의료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제역과 세 정거장 떨어진 3호선 연신내역에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2023년 개통할 예정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홍제역~인왕시장길을 잇는 260m 가량의 지하 공간을 연결한 ‘언더그라운드 시티’를 만들어 상가, 도서관, 문화복합시설을 들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거주 위주인 이 곳이 투자자들까지 끌어모으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말한다. 북한산이 있어 주거 환경은 쾌적하지만 산에 막혀 새 아파트를 짓거나 도로를 내기가 쉽지 않아 지역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시가 강북 중심으로 개발 계획을 짜고 있어 홍제·홍은동 일대가 이전보다 크게 좋아지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재개발·재건축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가 부지가 산발적으로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집값 상승세에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