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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대책 쏟아내는 박원순…전문가들은 '갸우뚱'

    입력 : 2018.10.08 04:00

    서울시 내 보존 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을 공급하는 안에 대해 국토부와 서울시의 의견이 엇갈렸다./ 조선DB

    지난달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가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 범위 안에서 도심 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 종로·을지로 등 도심 업무 지구에 있는 빌딩 일부를 공공임대나 분양주택으로 만들고, 도심 경관을 해치지 않는 높이로 주거 용도가 포함된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렇게 짓는 주택을 중산층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 같은 박 시장의 발언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다시 한번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가 대안으로 내놓은 방법들로 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n서울에 새 아파트 필요한데...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주택 공급 어려워져

    2017년 서울 주택 수급 불균형 정도./ 자유한국당 김현아 위원실, 국토부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새 집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집이 없어서’다. 특히 서울 아파트 공급량은 지난 10년간 최저 수준이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위원에 따르면 2017년 서울의 입주 주택 수에서 멸실(滅失) 주택 수를 뺀 ‘순증(純增) 주택 수’는 2만1424가구다. 이 중 아파트 순증분은 1만4491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국토부가 예측한 연평균 신규 주택 수요인 5만5000가구에 비하면 4분의 1 정도다.

    주택시장에선 이런 상황에서 서울 주택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으로 꼽히는 것은 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꼽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박 시장은 각종 서울시의 각종 규제·심의 기능을 동원해 재건축·재개발 사업 진행을 막고 있다는 것이 주택 시장의 판단이다.

    최근 5년간 서울시 재개발, 재건축 구역 해제 추이./ 서울시

    실제로 서울에서 재개발 사업을 새로 진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기존에 지정된 재개발 구역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의 ‘최근 5년간 전국 시도별 정비(사업)구역 유형별 증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수의 절반 가량인 354곳이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이 중 170곳은 시장 직권으로 해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재개발 사업지 22곳이 추가로 구역 해제될 계획이다.

    ‘2030 서울 플랜’으로 재건축 아파트 층고 제한(35층)이 걸리며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로도 막혔다. 이에 더해 재건축에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재건축 단지들의 정비 계획에 대한 심의를 잇달아 보류하면서 재건축 시장은 거의 ‘올 스톱’된 상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 6월 도계위의 재건축 정비계획안 보류 판정으로 네 번째 퇴짜를 맞았다.

    “투기꾼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주장하던 문재인 정부도 최근에 와서는 서울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것이 집값 급등의 원인이라고 인정하고 서울 주변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에 미온적이던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자손에게 물려줄 땅”이라며 반대하고 나면서 제동이 걸렸다.

    주택시장에선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규제도 강화하는 동시에 그린벨트 해제까지도 반대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서울시는 공정한 세상도 만들고, 환경보호도 해야하지만, 집값도 안정시킬 의무도 있는데, 집값 안정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이 반대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n임대 주택 확대·소규모 주택 공급만으로는 서울 집값 못 잡아

    그렇다면, 서울시가 생각하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효과가 있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선 유휴부지 활용, 상업지역 및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가 당초 계획한 5만가구보다 많은 6만2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박 시장이 내놓은 유휴부지들이 도심 접근성은 좋지만 택지 규모가 작아 ‘공급 갈증’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안도 서울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파격적인 정책은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안한 유휴부지 11곳 활용안 중 옛 성동구치소 부지, 개포동 재건마을 2곳이 공개됐다./ 서울시

    우선 유휴부지로는 송파구 가락동의 옛 성동구치소 부지(1300가구)와 강남구 개포동 재건마을 (340가구) 2곳만 발표된 상태다. 나머지 9곳은 추가 사업성 분석을 마친 후 공개될 예정이다. 이 부지들을 활용하면 총 1만5000가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자투리땅에 아파트 2~3개 동(棟) 정도가 들어서는 ‘나 홀로 단지’들을 산발적으로 지는 것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상업지역·준주거지역 용적률은 각각 400%에서 600%으로, 400%에서 500%으로 완화된다. 늘어난 용적률의 50%만큼은 임대주택으로 사용한다는 조건인데, 이 방법으로 총 4만7000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다. 하지만 이미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찬 서울에서 실제로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에 속도감 있게 주택이 공급될지도 의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도시공간 개선사업을 총괄하는 광역행정청(AMB)을 방문해 도시재생 정책에 대해 설명있다. /서울시

    박 시장이 도심 오피스 밀집지역에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도 밝혔지만, 이 정책은 이미 서울시가 시도해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도입해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장기전세주택(SHIFT·시프트)’가 중산층 임대주택 정책이다.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아파트. /네이버 로드뷰

    당시 오세훈 시장은 “중산층도 임대주택에 살면 된다”며 시프트를 대대적으로 공급했다. 서울 도심에는 주상 주상복합 임대주택을 지었고, 강남의 대표적인 고가 주택 단지인 반포 래미안신반포팰리스와 반포 자이 등도 시프트를 공급했다. 하지만, “세금으로 부자들에게 집을 지어 준다”는 특혜 논란으로 인해 시프트 정책이 대폭 수정·축소됐고, 현재는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고가의 시프트 주택을 폐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결국 이미 실패한 정책을 박 시장이 다시 들고 나온 셈이다.

    주택시장에선 임대 주택을 위주로 한 서울시의 주택 공급 방안은 주택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해 정상적인 주택 공급 시스템을 마련해 하는데 현재 서울시의 주택정책은 굉장히 특이하고, 특수한 방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서울 집값도 못잡고, 세금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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