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0.06 04:34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5개월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6.8%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노무현 정부 이래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정권 중 가장 많이 뛴 것이다.
땅집고가 2일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의뢰해 역대 정부 출범 이후 1년5개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땅집고가 2일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의뢰해 역대 정부 출범 이후 1년5개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9월말까지 26.8%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노무현 정부 시절(17.9%)보다 더 높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1.2%)와 박근혜 정부 시절(-1%)에는 서울 집값이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재건축 시장 규제, 청약자격 강화, 부동산 세금 인상,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은 더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도 서울 못지 않게 많이 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12.0%로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16.4%)보다 상승 폭은 약간 적지만 이명박 정부(-1.5%), 박근혜 정부(1.08%)보다 훨씬 높다. 다만 같은 기간 서울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절반 수준에 그쳐 지역별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정권별 집값 변동
역대 정부별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상승했던 시기는 노무현 정부 시절(2003~2007년)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집값을 잡기 위한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대거 시행했다. 하지만 아파트값은 오히려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2003~2007년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울과 전국이 각각 68.14%, 42.44%에 달했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지금보다 거시 경제 여건이 좋았고 서울과 지방 모두 신규 아파트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크게 부족한 나머지 수요 억제책만으로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바닥을 기었던 10년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택 경기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급랭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한국 경제도 타격을 피할 수 없었던 것.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에만 전국 아파트값 변동률은 -1.46%, 서울은 -2.22%로 곤두박질쳤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 통틀어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6.64%였다. 이 같은 하락세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까지 이어졌다. 2013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1.81%로 전년보다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는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규제 완화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 내내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했고, 2012년에는 서울 집값 변동률이 집권 이래 최저인 -5.79%로 추락했다. 다만 지방에서는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2010년까지 -1.01%이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1년 만에 2.04%로 반등했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침체한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을 지속했다. 양도소득세 면제, 리모델링 규제 완화, 재건축 연한 완화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주택 경기는 서서히 살아났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은 2015년 5.58%, 2016년 7.57% 각각 오르면서 완연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과 지방 양극화 갈수록 심해져
박근혜 정부 말기에 촉발된 집값 상승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전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 대신 규제 강화와 투기억제 대책이 계속 발표됐지만 한번 달아오른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과 지방 모두 집값이 올랐다. 다만 최근들어 서울과 지방간 집값 양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올 9월말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4.72% 상승했지만 전국은 6.72%로 배 이상 차이가 났다. 2003년 이후 서울과 전국의 아파트값 상승률 편차가 배 이상을 기록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양극화 확대 이유는 최근 1~2년 지방 경제를 지탱하던 산업기반이 무너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업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지난 2월엔 한국지엠 군산공장마저 폐쇄가 결정됐다. 직격탄을 맞은 전북 군산시와 경남 통영시는 올해 집값이 하락하고 인구 감소가 본격화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군산시 아파트값은 지난 8월 -0.39%, 통영시는 -0.24%의 변동률을 각각 보였다. 올해 내내 하락세다.
경기 침체에 인구 감소로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데 공급 물량은 계속 증가해 지방 주택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각종 규제로 인해 이른바 ‘똘똘한 한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지방과 서울의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경제가 몰락하고 돈있는 투자자들은 서울로 몰리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서울은 주택 수요가 꾸준한 반면 공급 확대 방안이 마땅치 않아 당분간 집값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