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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모형에 대입하니…서울 집값 곧 하락한다

    입력 : 2018.10.05 04:00

    주택경기 예측모형 적용 결과…서울, 2016년부터 활황기인 '제2국면'
    이대로라면 '제3국면' 지나 거래량·가격 떨어지는 '제4국면' 접어들어
    "정책·새 아파트 선호 현상 등 현실 변수 반영 못한 이론" 반론도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수요자들이 서둘러 집을 구입하고, 사업자들은 집을 대규모로 공급한다. 이는 2~3년 후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집이 남아도 살 사람이 없어 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면 2~3년간 다시 공급이 줄고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주택시장에서는 이런 식의 ‘순환 주기(사이클·cycle) 이론’을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 많이 활용된다. 주택 경기가 5년·10년 등 일정 기간마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붙은 매물을 바라보는 주민. /성형주 기자

    주택 경기 예측 모형 중 대표적인 것이 ‘벌집순환모형(Honeycomb Cycle Model)’이다. 이 모형은 주택의 가격과 거래량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벌집모양의 6각형 패턴(1~6국면)을 보이면서 반 시계방향으로 순환한다는 이론이다. 그렇다면 이 모델을 이용해 분석한 현재 서울의 주택 시장 상황은 어떨까.

    ■ “주택 시장은 6 국면으로 순환한다”

    우선 벌집순환모형에서는 주택 거래량과 가격 두 가지 변수를 기준으로 1개 사이클을 6개 국면으로 나눈다. 각 국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래와 같다.
    벌집 순환 모형에 따라 분석한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막대그래프)과 아파트 가격 지수(붉은색 곡선)./ 자료=국토교통부, KB국민은행
    1국면(회복기): 거래량↑(정점), 가격↑
    주택 경기 전망이 좋아지면서 주택 거래량과 가격이 동시에 오른다. 주택 수요는 늘어나고 공급자가 공급을 확대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주택 착공을 늘려도 완공까지 2~3년 걸리기 때문에 계속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2국면(활황기): 거래량↓, 가격↑
    향후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늘어나면서 공급자들은 신규 착공을 줄이고 수요자는 이사 계획을 연기하면서 거래량이 줄어든다. 하지만 일부 수요자는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주택을 구입하면서 가격은 계속 상승한다.

    3국면(침체진입기): 거래량↓, 가격보합(정점)
    거래량이 줄고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는 국면이다. 신규 착공이 중단되고 주택 수요도 위축돼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제1국면에서 착공한 주택이 입주하면서 공급은 증가한다.

    4국면(침체기): 거래량↓(바닥), 가격↓
    과거 착공한 주택의 입주가 계속되면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주택 수요자들은 가격이 더 내릴 것으로 기대해 거래량이 계속 줄어든다.

    5국면(불황기): 거래량↑, 가격↓
    가격은 계속 떨어지지만 수요자들이 그동안 미뤘던 거래를 시작하면서 거래량은 바닥을 찍고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다. 공급자 역시 경기가 바닥이라고 판단하고 착공을 늘린다.

    6국면(회복진입기): 거래량↑, 가격보합(바닥)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하락세가 꺾이고 보합으로 돌아선다. 거래량이 점점 늘어 가격이 다시 오를 조짐으 보이면서 점차 제1국면으로 다시 진입한다.

    ■ 제 2국면 진입한 서울 아파트 시장

    벌집순환모형을 서울 아파트 시장에 대입해 보면 어떻게 될까. 먼저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14만1812건)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2년 4만4771건으로 바닥을 찍은 후 다시 상승해 2015년 13만1413건으로 재차 정점을 찍었다. 2018년 현재 상황은 거래량이 줄고 있지만 가격은 계속 오르는 전형적인 ‘제 2국면’에 속한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벌집순환모형은 거래량과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1~6국면을 반시계 방향으로 순환한다. /조선DB

    2006년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12년까지 제2·3·4국면을 지난 뒤 2015년까지 제5·6·1국면을 차례로 보이면서 한차례 순환했다. 우선 2006년 하반기~2008년 상반기는 가격이 막바지로 상승한 제2국면, 2008년 상반기~2009년 하반기는 가격이 보합세를 보인 제3국면, 2010년~2011년 하반기는 가격이 하락하는 제4국면을 각각 거쳤다.

    2012~2015년에는 다시 거래량이 증가하는 상승 사이클을 탔다. 이 기간은 가격이 떨어지지만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는 제5국면(2012년 하반기~2013년 상반기), 그리고 가격 하락이 멈추는 제6국면(2013년 하반기~2014년 상반기),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는 제1국면(2014년 하반기~2015년 하반기)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이 맞이한 제 2국면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거래량이 줄기 시작하지만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벌집순환모형이 정확하다면 앞으로는 거래량이 계속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이 멈추는 제3국면을 지나 가격이 하락하는 제4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책’ 변수 빠진 모델, 그대로 믿기는 어려워”

    서울 잠실의 아파트 단지. /오종찬 기자

    벌집순환모형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모델에서 고려하지 않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 규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만 집값 상승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정부가 재건축·세금·대출 측면에서 수요 억제 정책을 펴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갖기’ 열풍으로 서울 아파트에 수요가 집중되는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거래량이 감소하는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워 일시적 과열이 끝나면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순환 주기 이론은 정책이나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 현상같은 여러 현실적 변수를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정부가 9·13대책으로 1주택자 수요도 막았지만 여전히 무주택자 수요는 남아있고, 정책이 발표된 지 얼마되지 않아 가을 이사철 상황까지 지켜봐야 서울 집값의 향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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