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0.01 12:39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의 가파른 집값 상승이 결과적으로 경제 침체를 가져올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ADB는 지난달 30일 ‘아시아 역내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를 통해 “높은 집값은 주택 가격이 급락할 때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는 조짐을 보여준다”며 “아시아 주요 도시, 특히 홍콩, 말레이시아, 중국, 한국, 대만에서 임대료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이 최근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집값이 갑자기 급락세로 돌아설 경우 더 길고 심각한 경기 하강 국면을 맞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주택시장에서 임대료는 매매가격보다 주택의 실질 가치를 잘 보여주는 지표로 통용된다. 임대료 대비 주택 매매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은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ADB는 최근 이 지역들의 집값 상승 요인으로 경기 호황,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 은행의 느슨한 신용정책, 통화정책의 완화, 자금 유입량 급증 등을 꼽았다.
아시아 주요국 중에서도 한국을 내집마련 부담이 가장 큰 곳으로 지목했다.
ADB가 한국,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 6개국 대상으로 각국의 5분위별 월평균 가구 소득과 50㎡(약 15평), 70㎡(21평)의 집을 사고 20년간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월평균 상환금을 비교한 결과다.
ADB는 월평균 상환금액이 소득의 40%를 초과하지 않아야 적정한 수준으로 판단했다.
한국에서는 상위 20%만 50㎡짜리 집을 살 때 주택구입 능력이 적정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하위 80%는 50㎡ 주택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이 가구 소득의 40%를 넘었다.
70㎡ 주택에서는 모든 소득 분위에서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이 40%를 초과했다.
중국은 하위 80%의 경우 50㎡ 주택을 사는데 상환금이 소득의 40%를 넘었지만, 소득 상위 20%는 50㎡는 물론 70㎡ 주택을 살 때도 소득 대비 상환금이 40%를 초과하지 않았다.
분석 대상 6개국 가운데 말레이시아가 내집마련 부담이 가장 적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소득 하위 20%를 제외하면 나머지 80%가 50㎡, 70㎡ 주택을 마련해도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이 40%를 넘지 않았다.
ADB는 “주택은 아시아에서 중요한 개인 자산 중 하나이며 집값 변동은 가계의 순 자산과 소비ㆍ저축 여력에 큰 영향을 준다”며 “주택 가격의 순환 사이클은 금융ㆍ거시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정책 담당자들은 집값 모니터링 결과를 면밀히 보고 받아야 한다”며 “경기 안정성을 떨어뜨릴 정도로 집값의 급격한 조정 없이 더 많은 사람이 내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신중하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