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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5000가구 '시동'…리모델링 다시 뜨나

    입력 : 2018.09.30 04:03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 최고 18층 아파트와 지상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아파트는 신당동 달동네를 재개발해 2000년 7월 입주한 아파트다. 총 5150가구로 서울 전체를 통틀어 손꼽히는 대단지다.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 최고 18층 아파트 사이로 지상주차장에 주차한 차들이 보인다. 이 아파트는 가구당 주차대수가 1대도 안된다. /한상혁 기자

    이 아파트는 현재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지 중 하나다. 지난 6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 사업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선정된 7개 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주민들 기대감도 높다. 아파트 곳곳에는 ‘리모델링 시범단지 선정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아파트값도 전용 84㎡ 기준 지난 2월 8억2800만원에서 시범 사업지 선정 후 8월에 8억9000만원으로 뛰었다.

    ■“재건축은 어렵다…리모델링이 답”

    남산타운 아파트는 낡아 보이긴 해도 구조나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하·지상 주차장을 합쳐 가구당 주차대수가 0.84대에 불과하다. 가구 내부 구조 역시 2베이(bay) 평면인데다 지하 주차장에 엘리베이터도 없어 신축 아파트와 비교하면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 정문 인근에는 리모델링 추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한상혁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 아파트가 준공 30년 전후로 재건축을 추진한다. 하지만 남산타운처럼 준공 20년쯤 지난 아파트는 재건축이 어렵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채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용적률이다. 저층 아파트에 비해 최고 18층으로 지은 남산타운은 용적률이 231%에 달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설령 최고 300%까지 용적률을 적용받아 재건축을 해도 일반분양 할 수 있는 물량이 많지 않아 건축비 충당이 어렵다”고 했다.

    결국 남산타운 아파트는 리모델링에서 답을 찾고 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헐고 다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기본 골격은 유지한 채 수평이나 수직(3층 이내)으로 아파트를 넓히고 주차장, 배관 등 내부 구조도 업그레이드한다. 준공 15년이 지나면 추진할 수 있고 공사 기간도 18~24개월로 재건축보다 짧다. 공사비도 재건축 절반 수준이며 재건축·재개발처럼 공원 등을 만들어 기부채납할 의무도 없다.

    남산타운 아파트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되면서 타당성 조사와 기초 설계에 필요한 예산 3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기본설계 업체를 선정하는 중이다. 이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측은 “내년 2월부터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를 받기 시작해 5~6년 후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리모델링, 그동안 인기없던 이유는…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은 2003년 국내에 첫 도입됐다. 하지만 이제껏 사례는 많지 않다. 15년간 14개 단지(2900여 가구)가 완공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대림아크로빌과 도곡동 예가클래식, 대치동 래미안하이스턴, 청담동 아이파크, 서초구 방배동 예가클래식과 삼성에버뉴, 용산구 이촌동 두산위브 등이다.

    리모델링에는 분명히 단점이 있다. 우선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없어 가구당 2억원 정도 공사비를 소유자가 부담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재건축과 달리 집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칠 수 없어 공간 활용이 제한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쌍용예가' 아파트 평면도. 전용 93㎡(오른쪽)는 가로로 길쭉한 다소 기형적인 모습이다. /네이버 부동산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쌍용예가 클래식’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2010년 우리나라 최초로 수직 증축 리모델링 방식으로 준공했다. 기존 지상 주차장을 모두 지하에 옮겨 짓고 지상은 정원으로 만들어 새 아파트 못지 않은 외관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평면(전용 93㎡)을 보면, 구조상 건드릴 수 없었던 내력벽(붉은 색 동그라미)을 그대로 두고 옆으로만 확장한 탓에 발코니 면적이 좁고 앞뒤로 납작한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수직 증축 허용이 변수…리모델링 ‘붐’ 오나

    준공 연차별 서울 아파트 재고량 추이. /유진투자증권(통계청)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주택 시장에서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기존 아파트는 리모델링 외에는 딱히 새 아파트로 변신할 방법이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적절한 준공 15~30년차 아파트는 76만 가구로 전체(164만가구)의 46%에 달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서울에는 새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다”면서 “재건축은 인허가 받기가 어려워 자연스럽게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는 아파트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산타운 아파트 외에도 신도림 우성1·2·3차(각각 169·239·234가구) ▲문정 시영(1316가구) ▲문정 건영(545가구) ▲길동 우성2차(811가구) 등이 서울형 리모델링 단지로 선정된 상태다. 강남구 개포우성 9차, 용산구 이촌현대맨숀 등은 독자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변수는 내년 3월로 예정된 리모델링시 내력벽 철거 일부 허용 여부다. 세대간 내력벽을 헐 수 있게 되면 다양한 평면을 만들 수 있어 지금보다 리모델링 경쟁력이 높아진다. 국토교통부는 2016년 1월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세대 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안전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이를 보류했다. 현재 안전성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평면에 한계가 있는 현재 제도로는 수요가 한정적이지만 내력벽 철거가 허용된다면 서울뿐 아니라 분당·일산 등지에서도 리모델링이 재건축을 뛰어넘는 파급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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