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9.29 04:00
[발품리포트│전주] 2010년부터 관광객 몰려들어…지역상권 살고, 일자리도 늘고
한옥마을 넘어 교동 등 구도심도 덩달아 인기…'당일치기 코스' 한계는 극복해야
이달 초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입구 공영 주차장은 오전부터 ‘만차’였다. 하지만 입구에는 차량 수십대가 주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가 없어 대로변에 주차한 차도 보였다. 전주에 사는 이모(55)씨는 “한옥마을이 유명세를 타면서 주말마다 관광객이 넘쳐 전주 사람들은 아예 차를 끌고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차장 바로 옆부터 한옥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다. 골목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보면 한옥마을의 메인도로라고 불리는 은행로·태조로 교차 구간이 나온다. 이곳은 관광객이 늘 북적인다. 이들 중에는 한복을 빌려 입고 한껏 여행 분위기를 젊은 관광객도 많았다. 한옥 점포에서 파는 길거리 음식을 먹으려고 줄을 서면 2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한옥마을이 전국구 광관지로 떠오르면서 전주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옥마을 관광객은 2016년 1064만명에 이어 지난해 1109만명을 기록하며 2년 연속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관광객 1000만명은 전남 여수, 경기 용인민속촌 등 전국구 관광지에서만 가능한 수치다. 2012년 493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했다.
전주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 하루쯤 꼭 들러볼만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지역 상권이 살고, 일자리도 늘고 있다. 침체했던 전주 옛 도심의 도시재생에도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특색 있는 한옥 점포로 전국 관광객 끌어모아
전주 한옥마을은 1910년부터 완산구 풍남동·교동 일대에 조성됐다. 29만8260㎡ 터에 들어선 건축물 799채 중 625채가 한옥이다. 한옥 밀집도가 78%로 경북 안동 하회마을(37%)이나 서울 익선동(30.7%), 서촌(7.8%), 북촌(7.3%)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관광객 사이에선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한옥마을을 보려면 전주로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곳이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건 2010년대다. 한옥마을 맛집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젊은층 관심을 끌었다. 교통망 확충도 영향을 미쳤다. 전주KTX역과 전주고속·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옥마을까지는 각각 5㎞, 3㎞쯤 떨어져 있어 택시만 타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한옥마을 곳곳에는 젊은 관광객을 겨냥해 기존 한옥을 리모델링해 만든 식당, 카페, 한복 대여점 등이 성업 중이다. 최저임금 급등 영향도 덜 받는 편이다. 전주시 전동의 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 원모씨는 “꼬치구이집, 전집 등이 한옥마을에 많은데 이런 곳은 일이 힘들고 장사가 잘 되는 편이어서 이미 작년에 시간당 인건비가 1만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한옥마을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은행로·태조로 교차로 쪽 33㎡ (10평)짜리 한옥 점포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1억원에 월세 1000만원 정도다. 권리금은 1억원이 기본. 5년 전과 비교하면 임대료가 2배 넘게 올랐다. 전주의 대표 상권인 전북도청 주변 10평짜리 점포 임대료가 월 700만~800만원인 것과 비교해도 한옥마을 임대료가 비싸다. 유동인구가 비교적 적은 한옥마을 외곽 점포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00만~450만원 선이다.
땅값도 강세다. 올해 전북 개별공시지가 평균은 3.3㎡당 4만4781만원이다. 이 중 전주 한옥마을을 낀 완산구는 평균 59만원7800원으로 전북에서 가장 비싸다. 메인 도로변 한옥은 3.3㎡당 1200만~13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해에는 한옥마을 은행로변 주택 공시지가가 3.3㎡당 1313만원으로 전북 주거지역 중 가장 비쌌다.
■한옥마을 후광 효과로 구도심도 살아나
한옥마을이 활성화되면서 전주 구도심의 재생도 탄력을 받고 있다. 관광객들이 한옥마을 뿐 아니라 전주의 오래된 마을인 교동·풍남동까지 찾아나서면서 이 지역에도 생기가 돌고 있다.
한옥마을에서 400m 떨어진 교동 자만마을. 6·25 전쟁 때 피난민들이 무허가로 집을 지은 달동네다. 전주시가 이곳을 벽화마을로 꾸미면서 판잣집만 가득하던 이곳에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 카페 등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한옥마을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남부시장이 나온다. 중장년층 상인들이 대부분이던 이 곳 2층에 20~30대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청년몰’이 생겼다. 서울 익선동, 연남동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카페, 식당, 책방이 들어선 덕에 젊은이들이 꼭 방문해야 할 핫 플레이스로 꼽힌다.
■너무 작은 한옥마을…‘당일치기 관광지’ 그칠 우려
관광객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한옥마을을 필두로 한 전주의 관광 산업도 한계가 있다. 한옥마을은 유명세에 비해 두 세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만큼 규모가 작다. 전주 전동의 구용근 신남문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한옥마을은 소규모 관광지여서 관광객 대부분이 당일치기로 들렀다가 떠나버린다”고 했다.
관광산업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최소한 1박2일 관광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만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임실, 남원 등 전주 주변 도시들과 관광 산업 연계도 느슨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주시는 한옥마을과 풍남문, 객사, 전라감영(복원 중·2019년 완공) 총 4곳을 연결해 1박 2일 관광지를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전주 주변 지자체와 협업해 다양한 관광 상품과 코스를 개발하면 그 효과가 상권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