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9.24 06:24 | 수정 : 2018.09.25 09:34
[미리 만난 건축주대학 멘토] 이명희 참공간디자인 대표
‘부동산의 중심’ 조선일보 땅집고가 절대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로 가는 바른 길을 제시할 ‘제4기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www.csacademy.kr)이 10월 2일 문을 엽니다. “좋은 집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말처럼 건축주 스스로 충분한 지식과 소양을 쌓아야 좋은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 4기 과정을 이끌 건축 멘토들을 미리 만나 그들이 가진 건축 철학과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건물을 예쁘게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죠. 요즘 공간을 예쁘게 꾸미는 것이 유행이지만 경우에 따라 돈이 더 들 수 있습니다. 목적에 맞는 디자인이 필요하죠.”
장사해서 돈벌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다. 조금이라도 손님들 눈에 더 띄도록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돈을 더 벌기는커녕 본전도 못뽑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명희 참공간디자인 대표는 “무조건 예쁘게 짓는 것보다 목적에 맞는 합리적인 디자인을 하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땅집고가 다음달 초부터 예비 건축주 대상으로 문을 여는 실전 건축 교육프로그램 ‘제 4기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에서 ‘돈버는 상가주택 인테리어’를 주제로 강의한다.
그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디자인 업계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돈 많이 안들이고 집을 편하게 꾸미고, 안되는 장사를 잘되게 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한식이 세계화되기 이전인 2006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미스코리아’라는 한식당을 열어 화제가 됐다. 현지에서도 인기를 끌어 3호점까지 열었다. 지금은 규모를 키워 큰 건물이나 리조트 인테리어까지 전담하고 있다.
-도대체 돈버는 인테리어란 무엇인가.
“대개 집은 아름다움과 만족을 위해 인테리어한다. 하지만 상가 인테리어는 돈을 벌기 위한 투자다. 인테리어에 비용을 쓰면 금전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돈을 많이 쓴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고객에게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인테리어도 달라진다. 장사가 잘되게 하기 위해 과욕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땐 나도 공간을 예쁘게만 꾸미려고 했고 돈도 많이 썼다. 하지만 나이들고 보니 아낄 건 아끼며 목적에 맞는 디자인이 결국 더 오래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테리어도 손익분기점을 생각해야 한다. 투자했을 때 일정 기간 안에 본전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타깃 고객층과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을 감안해야 한다. 찾아오는 고객이 일반적인 샐러리맨인가, 전문직 고소득자인가에 따라 투자 규모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고객 가운데 대전에 9층짜리 건물을 매입한 의사가 있었다. 상업공간으로 지하 1~2층 일반 음식점, 그 위로는 모텔이 있었다. 관리인을 두고 관리하다가 나중에 수익이 떨어졌다. 모텔이 안 되고 임대료도 잘 안나왔다.
건물주는 서울 거주 70대 부부였다. 멀리 떨어져 있는 건물을 골치아프게 관리하는 것보다 팔기로 결정했다. 인테리어를 다시 해서 건물을 예쁘게 만들고 매출을 올려달라는 의뢰였다. 그런데 오히려 최소 비용만 들여 팔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건물 전체를 다 바꾸기보다 수익이 많이 나는 모텔을 리모델링해 수익을 올리고 공용공간을 새로 손봤다. 건물 가치를 올릴 때는 엘리베이터나 간판 등 몇개 포인트만 잡아서 바꿔줘도 충분할 때가 있다.”
-건축주들이 인테리어 할 때 주의해야 점은.
“요즘 인터넷이 발달해 건축주들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접하지만 전문 영역에서는 정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건축가나 시공사에게 파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훈수두는 것보다 자신이 어떤 건물을 지을지 자신에게 묻고 그 대답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임대냐, 판매냐, 수익이냐, 거주냐. 이를 진단하고 이 문제의식을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재무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내가 돈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해결책을 선택할 수 있는 예산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은 투자에 따라 내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얼마나 도될지 파악해야 한다. 주택이라면 심리적 만족이겠지만, 수익용 건물이라면 수익을 계산해야 한다.
다음으로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이다. 단지 유명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건축 규모나 건축 재료에 전문적인 회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다가구주택을 많이 지어도 단독주택은 약할 수도 있다. 이쪽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건축가나 시공사가 어떤 곳인지 확인하라.”
-건축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는데 사실 선택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는 어렵지 않나.
“아주 단순해도 괜찮다. ‘나 여기서 돈 벌거야’, ‘수익 낼거야’, ‘멋있는 건물을 지을거야’, ‘조상 대대로 기념비적인 건물을 만들거야’, ‘노후를 위한 재투자로 하는거야’ 등 이런 다양한 목적을 뚜렷하게 정리하는게 필요할 것 같다. 이를 정리하면 나머지는 어렵지 않다.
기회가 된다면 공부해야 한다. 전문서적도 보고 전시회도 다니고, 좋은 강의도 들어야 한다. 이를 모를 땐 건축가와의 대화가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게 뭔지를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고객에게 좋아하는 것을 스크랩하라고 하는 편이다.”
-건축주들이 시공사 선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어떤 기준이 있나.
“한 분야를 가장 많이 시공한 회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전문 분야 기준으로 다른 건축 분야도 시도하는 회사를 고르면 금상첨화다.
개인적으로는 한가지 분야를 70%, 다른 분야를 30% 정도 시공한 업체가 좋다고 본다. 한 분야만 하는 회사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싸다고 능사가 아니다. 건축은 큰 돈이 들어가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싼 가격에 혹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경우가 있다. 자재를 싼 걸 쓸 수도 있고, 나중에 추가 견적이 나올 수도 있다.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동일 업종에서 10년 이상된 업체를 고르고, 이름이 자주 바뀐 업체는 피하라고도 이야기하고 싶다. 건축은 상호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올바로 된 회사가 아니라면 처음에 한 이야기와 다른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그 회사가 만든 현장은 최소 한곳 정도 방문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있는 회사라면 예전에 지은 건물을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강의 초점은.
“20년 동안 이 일을 하다 보니 많은 프로젝트를 맡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도 많다. 공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강의하려 한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 파트너들과의 협업도 같이 할 것이다.
신청자를 미리 받아 실제 사례를 가지고 어떤 공간의 문제를 진단하고 배운 내용을 적용해 해결할 수 있는 과정도 함께 진행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