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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뛴 지역 '더 센 종부세'

    입력 : 2018.09.13 03:07

    부동산대책 오늘 발표… 서울·세종시 등 지역별 차등
    과세 형평과 위헌 논란 예고, 1주택자 양도세 혜택도 축소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 주택을 가진 사람에게는 다른 지역 주택보다 높은 종합부동산세율을 매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지역에 주택을 가졌다는 이유로 세금을 더 매기는 조치여서 입법 과정에서 과세 형평과 위헌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청와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집값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 대책'을 13일 오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발표한다.

    대책의 핵심은 막후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밀어붙인 종부세 추가 강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과 청와대 일각에서 강하게 주장해 주거 선호 지역에 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종부세를 더 매기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서울과 세종시 전역, 경기도와 부산·대구 일부 지역 등 정부가 지정하는 '조정 대상 지역'에만 종부세율을 추가로 올리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 대상 지역은 집값 상승률이나 주택 청약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으로 매년 정부가 지정한다.

    정부는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혜택도 축소하기로 했다. 현재 1주택자에 대해서는 부동산을 3년 이상 가지고 있다가 9억원 이상에 파는 경우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깎아주는 장기특별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축소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를 80%까지 깎아주지만 정부는 앞으로 최대 공제율인 80%는 그대로 두고 거기에 도달하는 기간을 15년으로 늘리는 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주택자 장기 보유 특별공제율

    당정은 그동안 종부세의 1년 인상 한도를 기존 150%에서 300%로 높이고, 기존의 종부세 인상안보다 세율 인상 폭을 높이는 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민주당 내 일각에서 "이 정도로는 투기 세력을 잡기에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번 대책 수위가 높아졌다고 복수(複數)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정부는 이번 부동산 종합 대책에 전방위적인 세제·금융 규제를 담을 전망이다. 특히 1주택자에 대한 보유·양도세 강화를 통해 '일정 가격 이상의 집 가진 사람 전체'를 겨냥했다. '다주택자·투기꾼이 집값을 올린다'던 기존 정부 입장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다주택자인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예고대로 축소한다. 이 밖에도 각종 대출과 세금 규제 강도(强度)를 노무현 정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8·2 대책이 원하던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당·정·청에 '이번에도 시장에 밀리면 끝장' '어느 정도 경기 위축을 감수하더라도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거론되는 수준의 높은 강도 대책이 발표될 경우, 펄펄 끓던 서울 주택시장이 일단은 진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1주택자도 보유·양도세 다 올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보유세와 양도세 양측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여당 관계자는 "다주택자만 규제해서는 서울 집값 급등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이미 드러났다"고 말했다.

    보유세의 경우, 당정이 '조정대상지역' 내 종부세 대상 주택에 대해 가격에 상관없이 과표구간마다 일률적으로 추가 세율을 부담하도록 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서울과 세종시 전역, 경기 주요지역(과천, 성남, 하남, 고양, 광명, 남양주, 화성 동탄2, 구리, 안양 동안구, 수원 광교), 부산 6개 지역(해운대, 연제, 동래, 부산진남, 수영구, 기장군),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이다. 조정대상지역이란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이상이거나, 청약경쟁률이 5대1 이상인 지역으로 정부가 매년 지정한다.

    양도세 강화 조치인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은 주택 투자의 '회전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다. 1주택자가 최대한의 소득세 감면을 받으려면 지금까지는 '10년'을 보유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15년'을 기다려야 한다. 예컨대 1주택자가 집을 5억원에 사서 10년을 채운 뒤 14억원에 파는 경우, 기존 제도로는 양도세를 2211만원(지방소득세 포함)만 내면 됐지만, 바뀐 제도로는 7271만원을 내야 하고, 5년을 더 버텨야 최대 공제를 적용받는다. 청약조정지역 등 시장 과열이 우려되는 곳에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최대 공제율 적용 요건에 2년 또는 3년 이상 '실거주' 요건을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임대사업자 세금 혜택·대출 축소

    이미 주요 타깃이던 다주택자 규제도 더욱 강화된다. 정부에 등록한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을 줄이고 대출을 옥죈다.

    임대사업자가 앞으로 새로 사들이는 주택에 대해서는 '6억원(수도권 기준) 이하 임대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70% 적용, 종부세 합산 배제' 등 기존 세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앨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 방안으로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연간 임대소득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수치) 상향,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도입 등이 거론된다. 현행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택 임대업의 경우 RTI가 1.25배가 넘으면 대출이 가능하고, 사업자 대출은 투기과열지구에서도 LTV 40% 적용을 받지 않아 사실상 집값의 90%까지 대출이 이뤄진다. 구체적인 LTV 규제 비율은 유동적이긴 하나 일반 주택 담보대출과 같이 40%로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작년 8·2 대책 이후 다주택자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해왔다. 하지만 최근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고, 세금 혜택도 크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지금까지 주택에 투자하지 않던 이들까지 주택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을 종합하면, 작년 8·2 부동산 대책에 맞먹는 고강도 조치가 예상된다"며 "특히 다주택자는 추가로 주택에 투자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최소한 급하게 집을 사려던 수요자들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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