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9.11 07:03 | 수정 : 2018.09.30 22:16
[아파트 맞수] 자연앤힐스테이트 vs. e편한세상1차
지난 3일 지하철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4번 출구를 빠져나오자, 커다란 공사 현장 펜스가 나타났다. ‘경기 새천년의 중심, 경기융합타운’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경기도 신청사, 한국은행 경기본부 등이 들어서는 경기융합타운 공사 현장이다. 길을 건너자 지상 35층 규모 고층 아파트가 보였다.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이하 힐스테이트) 단지다. 2012년 11월 입주한 아파트로 한달 늦게 완공한 ‘광교e편한세상1차’(이하 e편한세상)와 함께 광교 아파트값을 선도하는 쌍두마차로 꼽힌다.
힐스테이트는 광교중앙역까지 걸어서 2~8분, e편한세상은 걸어서 4~12분 정도로 모두 가깝다. 두 단지 각각 1764가구, 1970가구로 대단지지만 힐스테이트는 전용 84㎡(33~34평) 단일 면적이고, e편한세상은 100㎡(39평) 이상 중대형으로 구성됐다.
두 단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오히려 집값이 1년새 2억원 이상 가파르게 뛰었다.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반사이익을 누린 탓이다. 실제 힐스테이트 전용 84㎡, e편한세상 전용 101㎡ 기준 6억~7억원대였던 두 단지 집값은 평균 10억원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두 단지를 막상막하로 평가했다. 초역세권 입지와 중소형 선호 현상으로 힐스테이트가 3.3㎡당 가격은 조금 더 높지만, 단지 조경이나 거주 편의성은 e편한세상이 조금 앞선다는 평이다.
땅집고가 광교중앙역 힐스테이트와 e편한세상을 직접 찾아 장단점을 비교 분석했다.
■ 교통은 신분당선 더 가까운 힐스테이트가 우위
광교는 신분당선이 개통하면서 서울 강남과 경기 판교신도시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 신분당선은 광교를 단숨에 강남·판교권으로 끌어들인 핵심 노선이다. 강남까지 40분, 판교까지 30분쯤 걸린다. 경기 남부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에서 일하는 대기업 직장인 외에도 강남권, 판교권 직장인의 주거 수요까지 흡수했다.
힐스테이트는 광교중앙역 바로 앞이다. 광교중앙역 1·2번 출구를 나오면 힐스테이트 상가가 나온다. 5402동과 5403동에선 걸어서 2분, 가장 먼 5418동에선 최대 8분쯤 걸린다.
e편한세상도 지하철역이 멀지 않다. 가장 가까운 6101동에서 걸어서 4~5분이면 3번 출구까지 닿는다. 거리가 먼 6116·6120·6122동의 경우 최대 12분 걸린다.
광교신도시 E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두 아파트는 수원에 가는 것보다 강남이나 판교 접근성이 더 좋아 그 쪽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산다”며 “힐스테이트가 초역세권이어서 교통은 좀 더 편리하지만 e편한세상의 교통도 불편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광교중앙역은 버스 환승정류장이 지하에 있다. 지하 2층에 역, 지하1층엔 공항·서울 도심 등으로 향하는 버스 환승정류장이 있다. 대합실은 실내에 있다.
두 단지 모두 광교중앙역 상권을 공유한다. 광교중앙역 인근엔 스트리트형 쇼핑몰 아브뉴프랑과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이마트 등이 있다. 광교호수공원은 힐스테이트에서 걸어서 갈 수 있다. 15~20분쯤 걸린다.
두 단지는 주변에 각종 개발 호재가 많다. 두 단지 사이에 공사 중인 경기융합타운(11만8200㎡)이 대표적. 이곳엔 경기도 신청사(2020년 12월 완공)를 비롯해 경기도교육청,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기도 대표도서관, 경기도시공사 등이 들어선다.
경기융합타운 바로 옆에는 수원지방법원, 수원고등법원, 수원고등검찰청 등이 들어서는 광교법조타운과 수원컨벤션센터, 갤러리아백화점 등이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힐스테이트 주민 김재국(53)씨는 “경기도청이 들어서면 도청은 물론 도서관에 법원, 호수공원, 백화점, 스트리트몰 상권을 모두 걸어서 이용할 수 있게 돼 살기가 더 좋아질 것 같다”고 했다.
■힐스테이트는 대기업 직장인… e편한세상은 전문직이 선호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아이를 둔 젊은 대기업 직장인은 힐스테이트를 선호하는 반면 직주근접을 지향하는 전문직 직장인들은 e편한세상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힐스테이트는 역과 가까워 직장인들의 이른바 ‘최애(最愛)’ 단지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현대차 등으로 가는 통근버스가 힐스테이트 앞 2번 출구에서 출발한다.
전용 84㎡로만 구성돼 신혼부부 선호도가 높다. 모든 타입이 방 3개다. 판상형 중에 84D, H, I, K타입의 경우 알파룸이 있는데, D타입 알파룸에는 미닫이문을 달아 방을 하나 더 쓸 수 있다.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힐스테이트의 알파룸은 컴퓨터나 책상, 옷장 등을 놓는 용도로 쓰는데 공간 활용도가 좋다”면서 “알파룸을 갖춘 판상형 타입이 다른 타입보다 매매가나 전세금 모두 5000만원 정도 더 나간다”고 말했다.
e편한세상은 전용 100㎡(39평) 이상 중대형만 있다. 전용 100㎡, 101㎡, 119㎡, 120㎡ 등 20개 타입이다. 중대형이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거주자 연령대도 조금 더 높다.
E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인근에 역세권 대단지와 메이저 브랜드를 갖춘 중대형 아파트가 많지 않고, 신도시 내에 들어설 관공서와 공기업 등에 다니는 공무원, 법조인, 회계사가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두 단지 모두 일명 ‘초·중품아(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품은 아파트)’다. 힐스테이트는 신풍초와 다산중으로, e편한세상은 산의초와 연무중으로 각각 진학한다. 고등학교는 수원남부 학군 ‘선 지원 후 추첨’ 배정이다. 다만 힐스테이트는 단지에 광교고까지 품고 있다.
힐스테이트는 인근에 조성된 ‘에듀타운’ 학원가를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e편한세상은 아브뉴프랑쪽 학원가를 이용할 수 있다. 둘 다 단지 입구에서 도보 5분 이내다.
■ 집값 평균 10억원 돌파 앞둬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아파트 가격은 힐스테이트 84㎡가 8억7000만~9억6700만원이다. e편한세상은 전용 101㎡ 기준 9억7500만~10억5000만원대다.
두 단지 모두 지난 8월 기준 평균 10억원에 육박한다. 작년만해도 e편한세상 50평대(전용 145㎡)만 10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올 들어 30평(전용 100㎡)대도 10억원에 육박한다. 힐스테이트는 지난 7월 전용 84㎡가 9억6700만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두 아파트 모두 2억원 넘게 올랐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경기도청 신청사 주변으로 컨벤션센터, 법조타운, 상업시설 등 각종 개발사업이 진척되고 지난해 8·2 대책 이후 정부 규제 대상에서 빠지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입은 것 같다”고 전했다.
e편한세상의 경우 면적이 작은 매물이 큰 매물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다. 100~119㎡는 역이 가까운 반면 145㎡ 등 대형은 역에서 더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힐스테이트가 200만원쯤 더 높다. 같은 시기에 분양했고 힐스테이트가 공공택지에 지어 e편한세상보다 분양가가 저렴했지만 초역세권 입지와 중형 아파트 선호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두 단지의 단점도 있다. 힐스테이트는 붙박이장이나 내부 마감재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공공택지에 짓다보니 분양가를 싸게 하려다보니 마감재가 기대보다 떨어진다는 불만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열을 가리긴 힘들지만 지하철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고 중형 인기를 감안해 힐스테이트의 근소한 우위를 들었다.
이남수 신한은행 PWM도곡센터 PB팀장은 “두 단지 모두 지하철이 가깝고 단지 내 학교가 있다는 점에서 우수한 주거 환경을 갖췄다”면서도 “초역세권 입지에 전용 85㎡로만 구성된 힐스테이트가 인기가 좀 더 많다”고 말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두 단지 모두 역세권이고 경기도 신청사를 앞마당에 둬 교통이나 교육, 상권, 환경 모두 광교신도시에서 가장 좋다”면서 “힐스테이트는 주택형이 작아 투자자와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게, e편한세상은 대형이라서 자녀가 컸거나 좀 더 지불 능력이 있는 전문직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