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9.09 04:01 | 수정 : 2018.09.09 08:26
건축은 ‘시간’과 ‘하자’와의 싸움이다. 하지만 집을 지어본 경험이 없는 초보 건축주는 두 가지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건축에 소요되는 기간을 줄이고 하자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서동원 친친디CM그룹 대표는 최근 펴낸 ‘돈 버는 집짓기’ 책을 통해 “시간 지연과 하자를 최소화하려면 ‘설계’ 과정에서 건축주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축주가 설계 단계에서 건축가나 시공자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관리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설계 한번 고치는 데 1~2주 걸려
설계자와 일하기 위해 계약할 때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바로 ‘설계 공정표’다. 통상 3~4주면 계획 설계가 제출되고 계획설계에 대한 토론이 4주, 인허가 도서 작성에 4주, 실시설계 도서 작성에 2~3주면 비교 견적을 의뢰할 수 있는 공견적서(자재와 물량이 기록돼 있고 단가와 이윤이 비어있는 견적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 기간까지는 건축주의 집중적인 시간 관리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설계사무소는 소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에 여러 프로젝트를 소수의 인력이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외주 인력을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일을 시작했다면 이미 계약금이 지불된 상황이어서 다른 파트너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작은 수정 사항도 원청 역할을 하는 설계사무소와 외주 인력 일정에 따라 짧게는 1~2주, 길게는 4주 이상 소요될 수 있다.
건축주는 설계 과정에서 적정성 검토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내진(耐震) 설계를 강화하면서 구조 도면을 과잉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설계 과정에서 거르지 못하면 결국 한번 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공사 직전에 이런 문제가 발견된다면 예측한 물량과 단가가 차이나 결국 시공사와 다툼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서 대표는 “설계 도면의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이 필요하다”면서 “도면을 검토하고 물량을 산출하고 시공할 담당자, 즉 실제 집을 지을 시공사 공무팀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대로 시공해도 문제 없겠어요?”
평범한 건축주가 설계 도면만 보고 하자를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사실 건축가조차 현장 실무 경험이 충분하지 않으면 자신이 그린 도면대로 시공했을 때 어떤 하자가 생길 지 말할 수 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 대다수 건축가들은 도면과 3D, 잘해봐야 모형 정도로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건축 설계는 건축법을 준수하는 요소와 심미적 디자인 요소로 구분된다. 하자는 주로 심미적 부분에서 발생한다. 하자 위험을 줄이는 실용성이나 시공 용이성보다 디자인적 만족에 우선 순위를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공자는 설계에 대한 불만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관행적으로 설계자가 시공자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 시공자가 설계자에게 밉보이면 다음에 일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시공과 하자 보수에 경험이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대로 시공해도 문제 없겠어요?” 이 말에 확신있게 대답해줄 만한 인재가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다. 투명한 건축 플랫폼을 운영하는 친친디와 같은 CM(건축사업관리) 회사가 필요한 이유다.
■“건축가와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라”
같이 토론할 수 있는 참모진으로 시공자가 확보됐다면 시공을 확정짓는 순간까지 하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난상 토론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기록·저장하며, 주변 기술자가 있다면 공유해 두고 그의 의견을 온라인으로라도 받아야 한다. 훗날 하자가 발생할 경우 어떤 보완 계획을 세웠는지, 혹시 그 계획대로 하자 관리가 안됐다면 어떻게 할지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의욕만 앞서면 곤란하다. 건축주는 건축가와 시공자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게 된다. 건축주는 한쪽 편을 들기도, 힘을 실어주기도 쉽지 않다. 설계자이자 감리자인 건축가, 건축주, 그리고 시공회사가 어떤 구속 관계도 없는 상황에서 건축주를 매개로 움직이다 보면 때로는 각자의 입장이 달라 갈등이 발생한다.
갈등은 최종 도면의 내역을 집행하려는 건축가와 예산 한도를 지켜야 하는 건축주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서 대표는 “모든 갈등의 봉합은 ‘헷갈릴 때는 돈이 멘토’라는 말처럼 ‘정해진 예산’ 앞에서 적절한 화해를 이끌어낼 수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다만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