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8.31 04:00
“과거 IMF 경제위기 때 달러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국내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록 해외 부동산은 자산 보호와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처로 주목받게 됩니다.”
국내 부동산 시장 규제가 강해지면서 외국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각종 경제 지표와 통계에서 우리 경제의 위기 상황을 알리는 징후들이 나타나면서 외국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안타깝지만 ‘돈’의 흐름은 냉정하다.
땅집고는 윤창선 키웨스트자산운용 대표를 만나 해외 부동산 투자의 장단점과 꼭 알아둬야 할 기본 지식에 대해 들어봤다. 윤 대표는 세빌스코리아자산운용 대표와 맥쿼리투자신탁 CMO를 거친 해외 부동산 투자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다. 키웨스트자산운용은 2016년 설립해 해외 운용자산 규모 100억원, 자문 규모 2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윤 대표는 땅집고가 오는 6일 개최하는 ‘2018 해외 부동산 투자로드쇼’에도 참가해 강연할 예정이다. 강연에 앞서 윤 대표를 만났다.
Q. 최근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국내에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면서 유동 자금이 해외로 쏠리는 경향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런 변화는 글로벌 시대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히려 늦은 감도 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로 눈을 돌렸어야 한다고 본다.
경제 성장률이 3%대로 들어가면서 국내 부동산으로는 물가 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내기 어렵다. 국내와 국외를 섞어 어느정도 리스크(위험)를 분산하는 것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측면에서 옳다고 본다. IMF 때 봤듯이 달러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국내 경기 침체로 원화 가치가 폭락했을 때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Q. 일반인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데 제약이 따르지 않나?
A. 해외 투자 제약은 무엇보다 투자 지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지에서도 부동산 중개인들이 해외 투자자에 크게 신경을 안쓴다. 다행인 건 컬리어스나 세빌스 같은 세계적인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들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이 업체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어느정도 얻을 수 있다. 현지에서 매도인과의 관계에서 역할을 해 줄 사람, 즉 에이전트를 잘 골라야 한다.
국외로 자금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신고 절차와 과정이 까다롭다는 점도 제약이다. 여러 어려운 용어와 개념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어렵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컨설팅 회사가 있으면 좋고, 외국 부동산에 처음 투자하는 경우에는 간접투자도 방법이 될 수 있다.
Q. 각 나라별 환율 차이 때문에 수익률에 변화가 생길 수 있지 않나?
A. 해외 자산을 살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환 헤지(hedge·환율변동 리스크를 피하는 기법)이다. 외국에서 임대료가 입금되면 외화로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헷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각국 환율 변동 전망에 따라 추가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고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이나 일본에 투자해 헤지를 하면 연 1% 정도 추가 수익이 난다, 반면 베트남 돈을 헷징할때는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
Q. 추천하는 투자 자산과 투자금·예상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가?
A. 본인이 여유 자금에 맞춰서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 도심권 중심업무지구(CBD) 주변의 아파트를 사는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뉴욕 맨해튼 아파트를 사겠다고 하면 스튜디오(원룸)타입이 8억원 정도, 침실 1개짜리가 12억~13억원 정도 필요하다. 물론 20억원 이상 고가도 있다. 미국 다른 도시, 예를 들어 댈러스나 시카고 등지로 가면 4억원짜리 투자 물건도 있다.
Q. 외국 부동산 투자에서 ‘대출’은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
A. 기본적으로 외국 부동산 투자는 자기자본을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선 투자 대상 국가의 현지 대출을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가마다 외국인에 대한 대출 규정은 까다롭다. 국내 대출도 금리가 오르는 추세여서 차입금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는 권하지 않는다. 대출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외국 부동산에서 자기 자본 투입 대비 연 3.5%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Q. 글로벌 주택 경기에는 거품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걱정할 필요 없나?
A. 저금리에 따라 돈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어느 정도 버블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크게 활용한 투자는 좋지 않아 보인다. 과거처럼 아무데나 가서 사면 된다는 상황은 아니다. 자산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
이 때문에 외국 부동산 투자도 해당 국가의 중심업무지구 주변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어느 도시든 도심 주변은 땅이 제한적이어서 대체 자산이 생길 리스크가 가장 적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해 신속하게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Q.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면 목표 수익률과 투자 기간을 어느 정도로 잡는 게 좋은가?
A. 개인들이 특별하게 시세차익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길게 보는 것이 좋다. 보통 개도국은 7년, 선진국은 10년 정도로 경기가 한 사이클을 돌아가기 때문에 최소 7~8년 이상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목표 수익률은 코어(core) 자산(가격이 비싸지만 임대료 수입이 안정적인 오피스 건물 등)은 4% 정도, 부가가치(value added) 자산(저개발 지역이어서 리스크가 큰 대신 자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은 10% 이상으로 잡는다.
Q. 해외 부동산 투자자들이 주의할 점은?
A. 부동산은 무엇보다 자산에 대한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는 위치(로케이션), 둘째는 공급 예정 물량이다. 두 가지가 자산 가치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 두 가지만 잘 평가하면 소위 ‘평작’은 할 수 있다.
초보자들은 간접 투자로 시작하길 권한다. 외국 투자의 어려운 점인 현지 정보와 노하우 부족을 전문가들이 보완해 준다. 서류 준비나 환헤지도 알아서 해준다. 10년 전만해도 운용사나 리츠사들이 현지에서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물건을 가져다 팔기도 했지만 지금은 꽤 이름이 높아져 좋은 물건을 잘 가져온다. 단점은 이런 투자가 대부분 외국 오피스 건물로 대상이 한정돼 있다는 점인데 앞으로 아파트 등으로 투자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창선 키웨스트자산운용 대표는 오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땅집고가 개최하는 ‘2018 해외 부동산 투자로드쇼-호주편’(선착순 100명, 참가비 무료)에 출연해 강의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이날 ‘최근 3년 한국 투자자의 해외부동산 투자 동향과 향후 실전 투자 전략’을 주제로 강연한다. 윤 대표는 “해외 부동산 투자는 관심은 많지만, 수요자와 공급자간 ‘정보 불균형’이 심각한 분야”라며 “강연을 통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 필요한 실전형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