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8.26 04:10
[발품 리포트|서울 4대 집창촌, 지금은 ② 청량리588]
90년대까지 200여개 업소 운영되던 곳…2016년부터 철거 진행
지상 65층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호텔·쇼핑몰 등 들어설 예정
청량리역 일대도 집값 급상승…정부 투기지역 지정 가능성 있어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지하철 청량리역 5번 출구를 빠져나오자, 커다란 펜스가 마치 벽처럼 이어졌다. 펜스를 따라 좀 더 안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 부서진 건물들이 보였다. 깨진 유리창과 낙서가 얼룩진 건물은 모두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이곳은 한때 대한민국 성매매 1번지로 불리던 ‘청량리588’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은 성매매업소만 200여개에 달하고 종사 여성도 1000여명에 이를만큼 번성했다. 그러나 이제 집창촌 흔적은 사라지고 개발 바람이 본격화하고 있다.
2023년이면 청량리588 터에는 초고층 랜드마크가 세워진다. 지상 65층 주상복합 아파트 롯데캐슬SKY-L65(1425가구)와 오피스텔·호텔·쇼핑몰 등이 들어선다. 청량리역 중심으로 각종 교통망 확장 계획이 속속 발표되면서 주변 부동산 시장도 기대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15년 만에 일반분양 앞둔 청량리588 재개발
청량리588은 상업지역인데다 입지가 좋아 과거에도 개발 움직임이 여러차례 있었다. 하지만 2003년에야 청량리균형발전촉진지구 내 청량리 4구역에 포함되면서 개발이 추진됐다.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집창촌 철거 갈등 등으로 10년 넘게 표류하던 끝에 2014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2016년부터 철거가 진행됐다. 집창촌을 둘러싼 영업비 보상 갈등으로 철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집창촌은 대부분 사라졌다. 청량리 4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집창촌을 포함한 구역 전체 땅 중 80%가 철거된 상태”라고 했다.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는 구역 지정 15년만인 이르면 다음달 일반 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분양가 책정을 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농동의 일등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HUG와 협의가 남아있어 정확한 가격 예측은 힘들지만 주변 시세를 감안할때 평당 2500만~2600만원, 전용 84㎡ 기준으로 9억원 이하에 책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했다.
■새 아파트 속속 입주…기존 정비사업도 탄력
청량리4구역을 비롯해 청량리역 일대는 재개발 사업이 속속 진행되며 대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청량리역 뒷편에는 재개발 사업을 통해 새로 지은 아파트가 하나둘씩 입주하면서 지역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지난 5월 답십리18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답십리미드카운티’(1009가구)에 이어 6월엔 전농뉴타운 11구역을 재개발해 지은 ‘롯데캐슬노블레스’(584가구)도 완공됐다.
전농동과 청량리동 일대 주택 재정비 사업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농 8구역과 전농 9구역은 모두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상태다. 8구역은 주민 총회를 준비하고 있고, 아직 구역이 정해지지 않은 전농9구역은 구역지정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 전농동 집값 상승세
청량리역 주변 전농동 일대 집값도 올 상반기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농동 아파트값은 작년 말과 비교해 평균 1억~2억원 가량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동대문구 전농동 아파트의 3.3㎡ (1평)당 평균 가격은 2076만원으로 동대문구 평균(1818만원)보다 높다. 청량리역을 둘러싼 전농·답십리·청량리동 집값 상승으로 동대문구 전체가 작년 12월 대비 12% 이상 집값이 올랐다.
실제 롯데캐슬노블레스 전용 84㎡는 올 7월 10억원에 거래됐다. 최고 5억9000만원이던 분양가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는 11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래미안크레시티(2013년 4월 입주·2397가구) 전용 84.96㎡는 올 3월 9억3000만원(7층)에 팔렸다. 작년 10월 7억3000만원(5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2억 올랐다.
■집값 왜 뛰나? 교통 거점된 청량리역
청량리역 일대 집값이 뛰고,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청량리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농·답십리뉴타운 재개발 단지가 입주하면서 대규모 새 아파트촌이 형성됐을 뿐만 아니라 각종 교통 호재까지 더해져 집값이 뛰어올랐다”고 했다.
현재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경춘선과 KTX(고속철도)·ITX 등이 지나는 청량리역은 강북 교통의 핵심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KTX 경강선이 개통됐고 연말엔 분당선 왕십리~청량리역 연장선도 뚫린다.
청량리역에서 중랑구 신내동을 잇는 면목선도 서울시 재정 사업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여기에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광역급행철도(GTX-B) 노선과 함께 C노선까지 청량리역을 지나기로 확정되면 사통팔달의 철도망을 갖추게 된다.
■ 재개발 지분값 껑충…투기지역 지정 가능성 있어
교통망 확충 계획이 발표되고 기존 집값이 오르면서 재개발 구역 지분 가격도 강세다. 전농8구역의 경우 90㎡(약 30평) 단독주택 기준으로 작년 말까지 3.3㎡ 당 지분 가격이 평균 16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2500만원까지 올랐다. 전농9구역도 마찬가지다. 올해 지분 가격이 2000만원을 돌파해 최근 2200만원에 거래된다. 전농8구역 조합 관계자는 “올 들어 재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면서 “최대한 빨리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청량리재정비촉진지구도 지분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청량리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청량리 6·7·8구역은 3.3㎡당 지분 가격이 2000만원 정도이며, 대출과 전세금 등을 뺀 초기 실투자금은 3억원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정부가 최근 투기지역 확대를 검토하면서 동대문구를 포함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량리역 일대는 성동구 성수동처럼 과거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해 새로운 주거단지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다”며 “올해 집값이 급등해 정부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 붉은조명 꺼진 미아리텍사스에 초고층 우뚝선다 김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