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8.17 04:00
[발품 리포트] 지방 집값 하락세에도 여수는 상승세
지역 기반 기업들 호황ㆍ관광산업 활기로 '겹경사'
지난 1일 찾은 전남 여수시 웅천지구. 남해안 바다와 맞닿은 웅천지구에는 이미 입주한 새 아파트 단지 사이로 대형 크레인이 군데군데 뒤섞여 아직도 공사판이었다. 해양 레포츠를 즐기기 위해 수영복과 래쉬가드를 입은 관광객은 해안가를 따라 오가고 있었다. 도로 곳곳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레지던스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여수는 예외적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수 집값 변동률은 대구 수성구에 이어 지방 도시 중 둘째로 높았다. 상반기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0.44% 하락했다. 하지만 여수는 거꾸로 2.5% 상승했다.
여수는 아파트 공급량도 많다. 부동산리서치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여수에는 2019년 2067가구, 2020년 722가구가 각각 입주한다. 웅천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사람들이 보면 별 것 아니지만 5년간 여수에 이렇게 아파트가 많이 입주한 적이 없다”며 “그래도 여수에는 미분양이 없고, 집값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호황에 지역 경제 탄탄…실수요도 몰려
여수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지역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관광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겹호재다.
우선 여수 삼일·중흥동 일대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탄탄한 실수요가 지속적으로 주택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 매출 증가율 9.9% 중 석유화학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14.5%다. 경기 불황에도 반도체(18.6%)와 함께 그나마 ‘잘나가는’ 업종이다. 최근 여수산단에 있는 LG화학, GS칼텍스, 한화케미칼은 석유화학공장을 각각 신설하기로 했다. 3개 회사의 투자액을 합하면 총 5조원에 달한다.
지방 대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주택 구매력도 높은 편이다. 반면, 여수의 아파트 공급량은 적은 편이었다. 2012년 여수엑스포 개최를 기점으로 2700여 가구가 들어서긴 했지만 기존 아파트는 1980~2000년에 입주한 단지가 대부분이다. 지은 지 20년 안팎이어서 새 아파트 수요가 넘친다. 게다가 2015년과 2016년에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아예 없었다.
새 아파트가 많은 웅천지구 집값이 가장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작년 12월 3억6500만원이던 웅천동 신영웅천지웰2차(614가구) 전용 84㎡는 올 6월 4억원에 팔렸다. 6개월여 만에 3500만원이 뛰었다. 바로 옆 신영웅천지웰 3차(672가구)도 작년 5월 3억4400만원에 팔리다가 올 4월 최고가인 3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웅천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웅천지구 아파트들은 분양 이후 매매가가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며 “구 도심 집값도 덩달아 소폭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관광지 1위는 여수…숙박 시설 투자 활발해
여수의 관광산업도 활황이다. 덕분에 호텔·레지던스 등 숙박 시설에도 수도권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수는 국내 최대 관광지로 떠올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7년 전국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에 따르면 여수시는 전국 시·군·구 1967개 관광지 중 43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여수를 찾은 관광객 수는 1508만명으로 전국 1위다. 에버랜드와 민속촌 등을 보유해 집계를 시작한 2013년부터 쭉 1위를 지켜온 수도권 용인시(1270만명)를 큰 폭으로 제쳤다.
관광지로서 여수의 명성이 높아진데에는 여수엑스포와 KTX(고속철도) 영향이 크지만 2012년 밴드 ‘버스커버스커’가 ‘여수밤바다’라는 노래를 발표한 영향도 있다. 여수밤바다라는 노래 덕에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오동도·돌산공원·해상케이블카 등 해양 관광 자원에 20~30대 감성을 자극하는 이미지까지 더해진 것이다.
지난 5년간 여수에는 서울의 연남동이나 가로수길 못지 않은 독특한 가게가 많이 생겨났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여수시의 ㎡당 상가 평균 임대료는 1층이 6616원, 2층 이상은 2772원 정도다.
젊은 관광객 사이에선 중앙동 ‘낭만포차거리’가 유명하다. 여수시가 구 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바닷가에 조성한 100m 가량 주점 거리다. 지난해 점포당 평균 매출은 9700만원. 평일 저녁에도 해산물과 술을 먹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한 점포 주인은 “장범준(‘여수밤바다’ 작곡가)씨를 만나면 큰절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몰리자 구 도심인 교동과 중앙동 일대 낙후된 ‘모텔 골목’에도 게스트하우스나 미니 호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숙박 시설이 부족해 관광 수요를 겨냥한 호텔이나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 분양 인기가 높다. 작년 9월 분양한 여수웅천디아일랜드 345실은 사흘 만에 ‘완판’됐다. 돌산공원 근처에 짓는 라마다프라자여수호텔(427실)도 이달 초 분양해 현재 90% 이상 팔렸다.
수도권 투자자들도 여수에 몰려들고 있다. 중앙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지인보다 외지인들의 투자 문의가 좀 더 많은 편”이라며 “서울 부자들이 여수로 꽤 내려왔다”고 했다.
■집값 강세 지속될 것…수익형 호텔 투자는 주의
전문가들은 여수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과 관광산업이 여수 부동산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어 ‘반짝 호황’이 아닌 일정 기간 호황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 29만명 도시여서 외부 투자 수요에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다.
분양형 호텔은 주의가 필요하다. 여수에선 60㎡ 호텔을 2억원 가량에 분양받으면 연간 6~7%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업체가 많다. 하지만 분양회사가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여수는 지역 경제가 워낙 탄탄해 집값만은 당분간 쉽게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여수가 지방 도시라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