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8.08 06:00
서울 강북구 미아동 '삼각산 아이원'(1344가구·2003년 입주) 아파트. 이 아파트는 지난 6월 중순 전용 84가 4억7000만원에 팔리면서 준공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5~6월은 서울의 주택 거래량이 급감했던 때였지만 이 아파트는 한 달에 10여건씩 거래돼 거래량 역시 올초 대비 오히려 늘었다.
미아동 R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투자보다는 실거주를 위한 매수자가 많아 주택 경기를 크게 타지 않고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아파트에 둘러싸인 지역이라 거주 여건이 괜찮고 무엇보다 서울 아파트이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젊은 직장인들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에 강력한 규제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서도 ‘서울의 싼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규제가 강남권(재건축 규제)과 고가 주택(종합부동산세 강화)에 몰려있고, 지방과 수도권 외곽은 공급 과잉 우려로 전망이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서울에 속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아파트’가 가격 상승 전망과 안전성을 동시에 갖춘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 시장 침체 속 ‘조용한 상승’…신고가 줄줄이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비싼 아파트부터 나열했을 때 중간에 오는 아파트 가격)은 약 7억5000만원이다. 4억~6억원 정도의 아파트라면 서울 외 지역에선 비싼 아파트지만, 서울에서만큼은 ‘싼 아파트’에 속하는 셈이다.
‘서울의 싼 아파트’들은 서울 주택 시장이 침체에 빠졌던 지난 5~6월에도 가격이 꾸준히 올랐다. 지난 4월 이후 두 달 간 전체 아파트 중 비싼 순으로 20%에 속하는(5분위) 아파트 값은 약 1.2% 떨어졌다. 하지만 비싼 순으로 40~60%에 속하는(3분위) 아파트 가격은 이 기간에도 1.7% 올랐다. 가격 순으로 5개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중간에 속하는 그룹의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의 비싼 아파트들이 5~6월 두 달간 가격 하락을 겪는 동안 중위가격 이하 저렴한 아파트들은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84㎡)는 6월 초 6억9000만원에 팔려 연초보다 1억원 높은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 두산아파트(전용 59㎡)도 연초보다 7000만원 높은 5억5000만원으로 이달 초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역별로 놓고 봤을 때도 ‘싼 아파트가 잘 팔리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25개 구 중에서 아파트값 상승률 1~3위는 관악구(1.25%)·성북구(0.98%)·강북구(0.94%)였다. 5월에는 성북구(0.99%)가 1위를 차지했다. 공통적으로 전용 84㎡ 기준 6억원대 이하의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 밀집 지역이 형성된 곳들이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규제 속에서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들이 꾸준히 거래된 탓에,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 중 ‘싼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크게 높아졌다. 올해 6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전체 3900여 건) 중 중위가격인 7억5000만원 이하의 아파트(3239건)가 81%를 차지했다. 2년 전인 2016년 6월에는 전체 1만3200건 중 중위가격(5억5000만원) 이하가 65%(8600건)에 불과했다.
■ “불안감 때문에 ‘막차’ 알면서도 탔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규제 속에서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들이 꾸준히 거래된 탓에,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 중 ‘싼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크게 높아졌다. 올해 6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전체 3900여 건) 중 중위가격인 7억5000만원 이하의 아파트(3239건)가 81%를 차지했다. 2년 전인 2016년 6월에는 전체 1만3200건 중 중위가격(5억5000만원) 이하가 65%(8600건)에 불과했다.
■ “불안감 때문에 ‘막차’ 알면서도 탔다”
서울에서 지난 5~6월 ‘싼 아파트’를 산 사람은 스스로 ‘막차’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도 주택을 매입한 실수요자가 많다. 직장인 강모(34)씨는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를 4억9000만원에 매입했다. 강씨는 “집값이 떨어질 줄 알고 지켜보는 사이 호가가 오르기만 해서 급하게 계약했다”며 “앞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 놓치면 평생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싼 아파트’의 거래가 꾸준한 요인을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선행적으로 상승한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와의 격차 메우기’다. 두 번째로는 대출 규제까지 겹쳐 강남권 아파트 값은 아무리 작은 아파트라도 10억원 안팎이어서 평점한 직장인이 엄두을 내기 어렵다. 반면, 중위가격 이내의 집은 아직까지 대기업 맞벌이 부부 등이 대출을 끼고 살 수 있는 정도여서 ‘구매력을 가진 수요층’이 많다는 점이다. 끝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여간 해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시점의 저가 아파트 매입은 투자 면에서는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장주’ 격인 강남권의 상승세가 꺾인 시점에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며 “주거안정을 위한 실수요층의 매입은 괜찮지만 한 동안은 시세 하락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 면에서는 위험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7월 들어 강남권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오히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강남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사려면 7억~8억이 필요한데 강남권은 개발이 마무리단계인만큼 투자 금액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싼 아파트라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재개발·역세권 개발 등의 호재가 있는 서울의 저렴한 아파트를 잘 골라 사는 편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싼 아파트’의 거래가 꾸준한 요인을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선행적으로 상승한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와의 격차 메우기’다. 두 번째로는 대출 규제까지 겹쳐 강남권 아파트 값은 아무리 작은 아파트라도 10억원 안팎이어서 평점한 직장인이 엄두을 내기 어렵다. 반면, 중위가격 이내의 집은 아직까지 대기업 맞벌이 부부 등이 대출을 끼고 살 수 있는 정도여서 ‘구매력을 가진 수요층’이 많다는 점이다. 끝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여간 해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시점의 저가 아파트 매입은 투자 면에서는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장주’ 격인 강남권의 상승세가 꺾인 시점에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며 “주거안정을 위한 실수요층의 매입은 괜찮지만 한 동안은 시세 하락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 면에서는 위험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7월 들어 강남권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오히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강남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사려면 7억~8억이 필요한데 강남권은 개발이 마무리단계인만큼 투자 금액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싼 아파트라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재개발·역세권 개발 등의 호재가 있는 서울의 저렴한 아파트를 잘 골라 사는 편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