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8.06 06:30
[땅집고 발품리포트] 미군기지 철수, 용산국제업무지구, GTX 개통, 용산 마스터플랜까지 초대형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용산. 올초 용산 노른자위 땅 한남동 재개발 지역의 땅값이 3.3㎡(1평)당 1억2000만원을 육박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들까지 투자자의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용산 미군 기지 북쪽의 후암동이 대표적이다.
후암동은 남산의 남쪽, 용산 미군기지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후암동은 용산고등학교에서 북쪽으로 뻗어 있는 후암로를 기준으로 서후암동과 동후암동으로 나뉜다. 서후암동은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갈월동· 동자동도 서후암동 개발구역에 포함돼 있다. ‘동후암동’은 남산 자락이어서 경사가 심하고, 구역 지정은 돼 있지 않지만 한강쪽 전망이 우수하다. 땅집고는 후암동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추진위도 없는 후암동…평당 7000만원, 1년새 30% 올라
후암동 일대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추진됐지만, 사업 속도가 느려 조합이 결성된 곳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사업속도가 더디다. 한남동 일대처럼 뉴타운으로 지정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1년 새 후암동 일대 집값은 거의 30% 정도 급등했다.
후암로 서쪽의 서후암동과 동자동, 갈월동은 2010년 ‘후암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2015년 총 32만1282㎡ 부지가 7개의 획지로 분할돼 각각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을 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현재 특별계획구역의 부동산 시세는 지분 3.3㎡(1평)당 가격이 최고 7000만원까지 최근 1년간 급격히 상승했다.
후암동 특별계획구역은 현재 계획상 평균 12층(90m)으로 된 주거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후암동의 개발구역는 다소 복잡하다. 현재 3개의 구역으로 분할됐으며 그 안에서 다시 한번 7개의 획지(후암1~7획지)로 나눠진다. 1구역(동자동 7만300㎡)과 3구역(갈월동 7만9852㎡)은 각각 2개의 획지(1·2, 6·7)로, 2구역(후암동 17만1130㎡)은 3개의 획지(3·4·5)로 됐다.
후암동 특별계획구역 전체 평균적으로는 소형 지분(33㎡·10평 안팎)을 기준으로 1평(3.3㎡)당 5000만원 후반에서 6000만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7개 획지 중 4획지는 추진위가 구성됐다는 이유로 가격이 가장 높은 편이다. 후암동 부동산 관계자 A씨는 “지난해까지만해도 소형 빌라 건물 지분 3.3㎡(1평)당 5000만원에 팔렸는데 최근 인기 좋은 획지는 7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최근 이 가격에 2건 정도 계약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역 중개업소들은 “수요는 많지만, 매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후암동 재개발 지분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미군 기지 주변 지역에선 가장 저렴한 편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지구 지정 등이 되지 않은 동후암동 지역은 3.3㎡당 3000만원~3500만원 사이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교통의 중심 서울역 앞 주거지…남산·용산공원과 맞닿아
후암동은 서울역과 숙대입구역, 한강대로를 끼고 있다. 서울 강남, 강북, 여의도로 가는 교통이 편리하다. 남산·용산공원과 붙어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후암동과 붙어 있는 미군기지 북측 지역은 미국 대사관 이전 부지다. 대사관 이전 부지 맞은 편은(후암동 168번지)에는 2020년 서울시 교육청이 옮겨 온다. 숙대입구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주거지로도 입지가 좋지만, 숙대입구역 동쪽 지역으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 동후암동 루프탑 카페 즐비…맛집 골목으로 부상 중
동후암동 지역은 상권으로 더 주목을 받는다. 가수 정엽, 붐 등 연예인들이 건물을 매입해 맛집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동후암 신흥로20길 방면으로는 산자락 아래 경치가 유명해 옥상에 테이블을 두고 운영하는 ‘루프탑 카페’가 인기다.
동후암동 상권은 해방촌 상권에서 이어져 내려왔다. 해방촌 B부동산 관계자는 “해방촌이 골목 상권으로 부상하고 그 자리를 모두 차지하자 후암동까지 내려왔다”며 “젊은이들이 해방촌에서 놀다가 산자락 아래 경치를 즐기기 위해 전망 좋은 루프탑 카페를 종종 찾는다”고 했다.
용산고등학교에서 남산 방면에 있는 두텁바위로 40길은 현재 서울시의 ‘서울형 골목길 재생’ 시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 일대 상가 건물은 33㎡(10평)을 기준으로 평균 월세가 70만원에 형성됐다. 임대료가 50만원~100만원 사이에 형성된 해방촌 상가건물 시세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작년부터 시세가 오름세다.
■층고 제한, 느린 사업 속도가 약점
후암동의 입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핵심인 ‘층수 제한’과 ‘사업 속도’에 약점이 있다. 서울시는 남산 조망 등을 이유로 특별계획구역의 평균 기준 용적률을 170%로 제한했다. 층수는 평균 12층으로 7층부터 18층(총 90m)까지 지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더라도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조합원의 부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한남동 등과는 달리 ‘지분 쪼개기’가 덜해 조합원 수가 적다는 점은 강점이다.
사업 추진 속도도 느리다. 갈월동의 B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4획지가 포함된 후암재건축 1구역만 추진위 승인을 받은 상태로 현재 특별계획구역은 어느 곳도 추진위도 구성되지 않았다”며 “재건축 1구역에 속한 특계 3획지와 4획지는 각각 사업속도가 달라 4획지에 주민들이 서울시에 구역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만약 특별계획구역에서 2020년까지 사업이 추진되지 않으면 기존 지구단위계획으로 환원되는데, 이 때 층고 제한이 5층· 20m로 현재의 절반 이상 높이가 낮아진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인한 사업성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2년 정도의 기간이 남았지만, 2구역을 제외하면 나머지 획지들은 재개발로 진행할지, 혹은 재건축으로 진행할지 등의 사업방식 조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 리스크가 큰 편이다.
전문가들은 후암동 입지가 우수하지만 단점도 많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용산공원과 붙어 있는 후암동 일대가 최고의 주거지로 부상할 수도 있지만 사업 속도가 느리면 수익성은 떨어지고, 투자한 돈이 묶일 수도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