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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분양은 건설사, 후분양은 소비자가 더 유리"

    입력 : 2018.07.30 05:00

    정부가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이른바 ‘후(後) 분양’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후 분양이란 아파트를 짓고 난 이후에 공급하는 것. 소비자 입장에선 실물을 보고 구매 여부를 정할 수 있어 하자로 인한 분쟁이 크게 줄어들고, 분양권 투기도 차단해 집값 안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의 후분양 확대 정책은 반쪽 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률 60%’ 시점에 공급하도록 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 공정률에서는 아파트 골조(骨組)만 확인할 수 있어 하자 분쟁의 주된 원인인 마감이나 도장(塗裝) 상태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탓이다.

    땅집고가 아파트 분양 방식에 따른 장·단점을 집중 분석했다.

    ■ 건설사 부담 적은 선 분양 vs 품질 높이는 후 분양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중 공급 시기에 관한 규정. /국가법령정보센터

    국내 아파트 시장에서는 선(先) 분양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통념이다.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주택 공급은 후 분양이 원칙이며, 선 분양은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토지 확보가 100% 끝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을 받는 등 요건을 갖춰야 선 분양이 가능하다. 골조 공사가 3분의2 진행되면(공정률 50% 정도) 시행사와 건설사 두 곳의 연대보증을 받으면 완공 전에도 공급할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선분양이 훨씬 유리하다. 착공만 해도 아파트값의 10%를 계약금으로 받고 공사을 하면서 중도금도 받기 때문에 자금 부담이 거의 없다. 완공 후 분양하려면 거건설사가 자기 자금을 투입하거나 금융권에서 공사 자금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금융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서는 건설사 입장에서 선분양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후분양제 장점과 단점. /조선DB

    소비자 입장에서 선분양이 좋은 점도 있다. 분양받은 뒤 입주 전까지 아파트값이 상승하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된다. 선 분양하면 2년 정도 자금 융통에 여유가 생긴다. 기존 집을 팔거거나 전세보증금을 빼 잔금을 치를 수 있다. 또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가 발코니 확장·시스템 에어컨뿐 아니라 가변형 벽체를 이용해 주택 내부구조도 고를 수 있게 하는데, 이것 역시 아파트를 짓기 전에 주인이 정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선 분양은 건설사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여 분양가를 낮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HUG는 지난해 10월 용역보고서를 통해 후 분양제를 의무화할 경우 사업비 대출 이자부담이 커져 분양가가 약 3~7% 상승한다고 발표했다.

    2009년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된 경기 고양시 원당뉴타운 '래미안 휴레스트' 아파트. /삼성물산 제공

    하지만 정부 생각은 다르다. 후분양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실제 집을 보고 사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아파트 완성도와 품질 향상에 노력할 유인이 커진다. 최근 급증하는 하자분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분양권 투기 수요로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현상을 막고, 공급과 입주 시기를 일치시켜 수급 불균형 완화도 기대할 수 있다.

    후분양 외에 아파트를 골조만 지어 분양한다는 의미로 쓰는 ‘골조 분양’이란 분양 방식이 있다. 이는 ‘완공된 아파트’를 분양(선분양 혹은 후분양)하는 대신 ‘골조만 완성한 아파트를 분양(선분양)’ 한다는 의미로 골조까지 완성된 시점에 공급하는 후분양과는 다른 개념이다. 골조분양을 하면 골조만 지어진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마감재와 인테리어는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한다. 한때 유행했던 ‘마이너스 옵션’ 아파트와 거의 동일하다.

    ■ ‘준공 60% 후 분양’은 민간 끌어들이기 역부족

    국토부가 제시한 ’공정률 60%’ 기준은 선 분양과 준공 후 분양의 장단점을 절충한 형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정률 60% 시점에 분양하면 마감까지 완전히 확인하기가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지만 골조 공사는 거의 마무리돼 동별 배치나 주변 지형 정도는 확인이 가능하다”며 “모델하우스가 아닌 실제 부지에 지은 ‘샘플하우스’를 보고 주택 청약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공정률 60% 분양은 소비자에게 붙박이 가구나 가전제품, 마감재 선택권을 줄 수 있고 청약 후 잔금 납부까지 1년 정도 시간이 있어 자금 마련에도 여유가 있다. “준공 분양이 아니면 후 분양은 의미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선 분양이 갖는 장점도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범적으로 60% 분양을 확대하는 방안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공정률 60% 후분양의 장점과 단점. /심기환 기자


    문제는 후분양 확대 정책이 공공 분양 아파트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경기 시흥장현, 강원 춘천우두 등 2개 단지를 내년에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등 공공부문 후분양 비중을 2022년까지 7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공공분양 아파트의 후분양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는 이미 공정률 60% 선에서 후분양을 하고 있고, LH도 과거 수차례 후분양으로 공급한 적이 있다.

    정부는 기금 대출·후분양 대출보증 한도 확대 등을 통해 민간 건설사의 후분양을 유도하고, 공공택지 일부를 후분양 사업자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융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약간 보완하는 정도여서 당장 건설사들이 후분양을 할 메리트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이어 “후분양을 늘린다는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갑작스럽게 후분양을 확대하면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건설사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급하게 추진하기보다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실효성을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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