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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빼고 다오른 영종도…카지노는 썰렁

    입력 : 2018.07.21 04:00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이상빈 기자

    지난해 4월 인천 영종도에 국내 최초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개장하면서 한국에도 복합 리조트 시대가 열렸다. 개장 이후 1년간 120만명의 관광객이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찾았다. 복합리조트 개장 1년, 영종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꿈꿨던대로 라스베이거스·마카오와 같은 화려한 관광도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을까.

    땅집고가 복합카지노가 들어선 영종도 파라다이스리조트와 주변 부동산 시장을 점검했다.

    영종도에 완공했거나 진행 중인 복합리조트. /조선DB

    파라다이스시티 복합리조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면 닿을 수 있다. 지난 6일 리조트 현관 앞에는 평일임에도 택시를 호출하고 기다리는 투숙객들로 붐볐다.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내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파라다이스시티에는 올 연말 스파(spa)와 초대형 클럽이 추가로 들어서고, 2022년까지 호텔과 상업시설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핫 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인스타그램에 3만여명이 팔로우하고, 5만여개의 해시태그(SNS에서 비슷한 종류의 글을 분류하기 위해 쓰는 기호)가 달리는 등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젊은층 사이에선 파라다이스시티의 수영장이 유명하다.

    인스타그램엔 파라다이스시티의 해시태그가 5만개 넘게 달려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영종도 복합리조트 개장 1년…부동산 시장 훈풍

    복합리조트 개장은 인근 부동산 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시티에 근무하는 카지노 딜러, 호텔 근무자들이 영종도로 유입되며 1~2인 주거 수요가 늘었다. 비슷한 시기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도 개장했고, 반도체 패키징 기업 스태츠칩팩코리아 공장도 확장해 2만여명의 근로자가 영종도로 유입됐다.

    영종도 내 1~2인 가구용 주택은 공항철도 운서역 주변에 몰려 있다. 오피스텔은 운서역세권에, 원룸은 운서역에서 하늘도시 방향으로 10~20분 거리에 있는 ‘넙디’(운서동의 마을 이름)에 많다. 오피스텔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60만원, 원룸은 보증금 300만원에 35만원가량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공항이나 인근 대기업 물류창고, 복합리조트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영종도 곳곳에 상권이 생기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인근(위)과 운서역 인근 은골카페거리. /이상빈 기자

    운서역 인근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파라다이스시티 개장 이후 오피스텔과 원룸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며 “임대 수익을 올리려고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찾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운서역 인근 오피스텔 ‘더 예스스카이’ 분양회사 관계자는 “영종도 오피스텔 임대 수요가 괜찮다는 소문이 나면서 투자자들이 몰려 2016년, 2017년에 분양한 1차, 2차 분양 물량이 완판됐고 올해 4월 시작한 3차 분양 성적도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요 만큼 공급도 이어지면서 원룸과 오피스텔 매매 시세가 오르지는 않고 있다.

    공항철도 운서역 인근엔 오피스텔 공사가 한창이다. /이상빈 기자

    ■ 토지 시장도 급등세, 아파트 시장만 ‘침체’

    영종도 토지 시장도 호황이다. 리조트 개발이 진행되면서 영종도 땅값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였던 2014년에 비해 2~3배쯤 올랐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운서역 인근 상업지역 토지 시세는 2014년 3.3㎡당 600만원에서 현재 15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시저스 리조트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미단시티 역시 3.3㎡당 5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3배가량 올랐다.

    미단시티에 사업을 추진 중인 시행사 관계자는 “각종 리조트 사업이 본격화되고 부동산 시장 호황기를 지나면서 개발이 진행되는 토지는 3배 정도 올랐다”며 “최근 인천도시공사에서 내놓는 토지의 감정평가액도 기본적으로 3.3㎡당 10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운서동 운서초등학교 인근 '넙디'는 공항과 카지노에서 일하는 20~30대 1·2인가구 1000여가구가 모여사는 원룸촌이다. /이상빈 기자

    그러나 영종도 아파트 시장은 2016년 이후 가격이 잠시 오르는듯하다가 올 들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영종하늘도시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하늘도시의 대표 단지인 영종힐스테이트 전용 111㎡가 지난해 3억5000만원 정도까지 올랐다가 올해 4000만~5000만원 떨어졌다”며 “다른 단지도 대부분 하락세”라고 말했다.

    아파트 시장만 유독 침체된 이유는 뭘까. 영종도 내 직장인들이 대부분 1~2인 가구인 영향이 크다. 영종하늘도시 Y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파라다이스시티와 공항 근무자가 1~2인 가구가 많아 아파트 수요가 확 늘어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게다가 영종하늘도시 내 아파트는 중대형이 많아 수요가 거의 없는 편이다. 영종도에는 여전히 가족 단위 거주자를 위한 학교나 병원 등 인프라도 부족하다. 영종도 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김모(45)씨는 “영종도 직장에 다녀도 자녀가 있으면 일산, 김포, 청라, 송도 등에서 출근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인천 영종하늘도시 곳곳에 아파트 공사 현장이 눈에 띈다. /이상빈 기자

    ■ “한국의 라스베이거스? 아직은 먼 얘기”

    영종도가 ‘한국의 라스베이거스’처럼 성장할 수 있을까. 리조트업계와 부동산 시장에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먼 얘기”라고 말한다.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는 카지노 도시에서 시작해 공연과 축제, 식음료, 역사와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쇼비즈니스 도시’로 진화했는데, 영종도는 쇼비즈니스 도시가 되기에는 여전히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종도는 2021년까지 파라다이스시티(위),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중간), 시저스 리조트(아래) 등 3대 대형 복합리조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각사 제공

    실제로 영종도 내 추진 중인 사업들도 대부분 삐걱거리고 있다. 인천공항 옆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는 공동 사업자인 KCC가 지분을 팔고 사업에서 철수해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당초 이 리조트는 미국 카지노 업체 모히건 선과 KCC가 각각 70%, 30% 투자했었다. 올 2월 착공이 목표였지만 연기됐다. 시저스가 미단시티에서 진행 중인 카지노 사업도 추진 속도가 더딘 편이다.

    지난 4월 문을 열었던 파라다이스시티리조트도 호텔 자체는 인기가 있지만 ‘메인 비즈니스’인 외국인 대상 카지노의 영업실적은 신통치 않다. 기대했던 중국인 고객 수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영종도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계획만 거창하다”며 “파라다이스시티 외 복합카지노 1~2개 정도가 실제 개장을 해 봐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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