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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뉴스테이 가보니…입주자 40%가 50~60대

    입력 : 2018.07.02 06:00

    국내 1호 뉴스테이 입주단지인 경기 수원 오목천동 '수원권선 꿈에그린' 아파트. /이상빈 기자

    “생활 환경이나 커뮤니티 시설은 참 좋은데, 교통이 조금 불편해요. 아무래도 30~40대 중산층보다 교통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노인분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경기도 수원시 오목천동에 들어선 ‘수원권선 꿈에그린’. 이 아파트는 국내 첫 입주한 뉴스테이 단지다.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뉴스테이는 임대료가 시세보다 저렴하다. 대형 건설사가 지어 품질 좋고 다양한 주거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민간 임대주택 시장의 새 모델로 주목받았다.

    지하 2층~지상 최고 20층 32개동에 전용면적 59~84㎡ 총 2400가구로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수원권선 꿈에그린은 현재 입주율이 90%를 넘었다.

    땅집고 취재팀이 최근 국내 민간 1호 뉴스테이 단지를 직접 찾아가 입주민 만족도와 문제점 등을 살펴봤다.

    '수원권선 꿈에그린' 뉴스테이는 지하철역이 멀고 주변 기반시설이 아직은 부족하다. /땅집고

    ■임대료·커뮤니티 시설은 합격점…입주자 만족도 높아

    현장에서 만난 입주자들은 주거환경과 임대료 수준에 대체로 만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달 초 입주한 김화영(35·가명)씨는 “아이들 데리고 입주했는데 전세 대출 받아서 다른 아파트 들어가는 것보다 싸고, 무엇보다 커뮤니티시설이 괜찮아 살기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이 아파트 임대료는 주변 아파트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전용 59㎡가 보증금 7900만에 월세 40만원대부터 보증금 1억2900만원에 월세 30만원대까지 있다. 전용 84㎡는 보증금 9790만원에 월세 50만원대부터 보증금 1억7700만원에 월세 30만원대까지 있다.

    수원권선 꿈에그린 아파트 조경은 일반 분양 단지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상빈 기자

    오목천동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인근에 있는 오목천 푸르지오 전용 59㎡가 보증금 7000만원에 월세 60만원, 전용 84㎡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만원에 거래된다”면서 “푸르지오가 2006년에 지어진 점을 감안하면 꿈에그린의 임대료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했다.

    기존 공공임대 아파트와 비교하면 어떨까. 공공임대 아파트에 살다가 입주했다는 박모씨는 “기존 공공임대는 아무래도 마감자재 품질이 떨어지고 편의시설도 부족해 싼티가 많이 났다”면서 “이곳은 브랜드 있는 건설사가 지어서 그런지 조경이 훌륭하고 커뮤니티시설도 일반 분양 아파트 못지 않다”고 말했다.

    이 단지에는 대형 커뮤니티 시설과 7500㎡에 이르는 야외 선큰광과 조깅 트랙이 있다. 커뮤니티시설엔 실내체육관, 맘·키즈카페, 골프연습장, 피트니스센터, 도서관, 독서실 등을 갖춰 입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커뮤니티시설엔 평일 오후 4시 무렵이었는데도 많은 주민들로 북적였다. EX룸에선 필라테스 강의가 한창이었고, 입주민 전용 카페도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던 유채연(29·가명)씨는 “밖에 나갈 필요없이 여러 운동시설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서 기대했던 것보다 좋다”고 했다.

    수원권선 꿈에그린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골프연습장(왼쪽)과 헬스장에는 퇴근 전 시간대에도 이용하는 주민들이 여럿 있었다. /이상빈 기자

    이 아파트는 이사하고 싶으면 퇴거 3개월 전까지 통보하면 위약금 없이 아무 때나 나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 주민은 “보통 전세나 월세는 이사 시기를 맞추는데 애를 먹는데, 입주와 퇴거 시점이 자유로운 점은 매력적”이라고 했다. 임대료 상승률이 연 5% 이하로 제한되고 최대 10년까지 살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교통·기반시설 미흡…고령자용 주택 전락 우려

    뉴스테이는 당초 20~40대 청장년층이 암대료 부담없이 맘놓고 살 수 있는 질좋은 임대아파트를 내세웠다. 그러나 1호 뉴스테이 단지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의외로 고령층이 선호도가 높았다.

    업계에 따르면 단지 입주자 중엔 은퇴연령대인 50~60대가 약 40%로 많았다. 40대가 20%, 20~30대가 30%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계약 당시엔 30~40대가 많았는데 학교와 교통편이 아직 부족해 계약 취소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나이드신 분들도 많이 입주했다”며 “있는 집을 팔거나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들어온 노인들이 많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입주했다는 최미자(70·가명)씨는 “단지에 녹지가 많고 주변 환경도 조용해 노인들 살기에 적합한 것 같아서 선택했다”고 했다.

    계약자들의 대부분은 수원시에 살던 사람들이고, 인근 화성시 및 기타 경기도에서 온 사람도 꽤 됐다. 서울에서 이사온 비율은 많지 않았다.
    수원권선 꿈에그린은 수원에서도 화성시와 가까운 외곽에 있다. 주변에 버스, 택시 차고지들이 보인다. /이상빈 기자

    20~40대 젊은층 입주가 예상보다 저조한 결정적인 이유는 교통과 학교다. 학교가 단지 밖에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셔틀버스를 운영하지만 중·고등학교 통학엔 지원이 되지 않는다. 단지 앞에서 수원역까지 가는 버스가 있지만 노선이 3개 뿐이고, 30분 넘게 걸린다. 버스노선도 외길이어서 출퇴근 시간엔 정차가 심각하고 배차 시간도 10~15분이나 된다. 아파트 관계자는 “지자체에 버스노선 증설과 주변 기반시설 확충을 계속 건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집안에 인덕션 외에는 별다른 빌트인 가구가 없다. 입주시 직접 장만해서 갖고 들어가야 한다.

    ■10년 후에도 뉴스테이는 살아남을까?

    입주자 평가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뉴스테이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10년 간 임대가 끝난 뒤 이 단지가 임대로 남아있을지, 분양 아파트로 전환할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장기 주거안정을 꾀한다는 아파트가 10년 후 운명이 결정되지 않은 건 우스운 이야기”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뉴스테이의 분양 전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뉴스테이의 입지가 달라진 것도 변수다. 우선 공공성을 강화한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이름부터 바꿨다. 공공성이 강해져 세입자 권리를 강화된다는 의견과 민간의 참여를 억제해 결국 민간 임대시장의 동력을 잃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뉴스테이 사업이 지적받았던 기업 특혜 논란이나 고소득층의 임대주택 살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성을 강화하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기업 참여 유인이 낮아져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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