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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는 80% 급감했는데 집값이 아직 버티는 이유

    입력 : 2018.06.27 04:30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2006년 입주·3002가구) 아파트. 교통과 학군이 좋은 대단지로 강남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파트 중 하나다. 올 1월에만 23건이 팔리는 등 지난 3월까지 거래가 활발했다. 그런데 4월 이후 거래가 뚝 끊겼다. 4월에 달랑 1채가 팔렸을 뿐이고 5월 이후엔 실거래 신고가 1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곡동의 유명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4월 다(多) 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고 보유세 강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투자 문의가 완전히 끊겼다”면서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춰 팔 생각이 없어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 월간 주택거래량. /국토교통부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땅집고 취재 결과 올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1월 대비 5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집주인들이 호가(呼價)를 낮추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 아직 거래량 급감이 가격 급락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거래 절벽이 계속되면 가격 하락도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주택 거래량, 올 연초 대비 5분의 1로 줄어

    국토교통부는 5월 서울의 주택 거래량이 전년 같은 달 대비 37%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래량 감소 현상은 실제로는 훨씬 더 심각하다. 국토부가 작성하는 통계는 ‘신고일’ 기준이다. 올 5월 거래량에는 3~4월 거래량이 많이 포함돼 있는 탓이다. 5월 거래량이 실제보다 많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2018년 월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국토교통부

    땅집고는 국토부 실거래 자료를 토대로 ‘계약일’ 기준 월별 거래량을 정리해 봤다. 그 결과 5월에 계약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467건으로 올 1월(1만2567건)의 19%에 그쳤다. 넉달만에 거래량이 5분의 1 토막이 된 것이다. 계약일 기준으로 월간 거래량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첫 달인 4월에 4376건으로 전달(9419건)과 비교해 반토막 났고, 5월(2467건)에는 또 다시 전달인 4월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물론 계약일 기준으로 한 5월 거래량에는 아직 신고기일(60일)이 되지 않아 신고하지 않은 거래는 빠져 있다. 실제 신고가 끝난 뒤에는 이보다 거래량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 “거래량 급감, 3~6개월 뒤 본격 하락 시작”

    6월 셋째주 서울 구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한국감정원

    주택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면 대개 거래량과 가격이 동반 하락한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량만 급감했을 뿐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강남(-0.09%)·송파(-0.09%)구 등 일부 지역만 하락했다. 평균으로는 0.05% 상승했다. 올 들어 주간(週間) 조사에서 서울 전체 집값은 전주대비 한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 주택 시장이 ‘추세 전환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아파트값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거래량 감소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려면 3~6개월 정도 시차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가격 상승을 경험한 집주인들이 추가 상승을 기대하면서 매도 호가를 쉽게 내리지 않아서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부 수요자들의 ‘막차 효과’로 가격이 한동안은 유지되는 것이다.

    또 다른 분석도 있다. 아직 가격 상승 여지가 남았다고 추정되는 강북 등 일부 지역이 뒤늦게 국지적으로 오르면서 하락 흐름이 본격적으로 관측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기준 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 보유세 인상안 발표나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 등 불안 요인도 많아 하반기에 본격적인 집값 하락이 시작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량뿐 아니라 전세금·매수심리 하락 등을 볼 때 대세적 가격 하락기에 접어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금 같은 거래 절벽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르면 내달부터 본격적인 가격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숨고르기 후 다시 오른다” 전망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김연정 객원기자

    하지만 반론도 있다. 조정 장세가 지나고 나면 다시 상승세로 반전된다는 것이다. 현재 거래 급감 현상은 연초 아파트값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매수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강남구·송파구 등 일부 지역 가격 하락은 집값이 단기간 수억원 오른 직후 일부 집주인이 차익 실현을 위해 수천만원 내려 팔았기 때문이며 진정한 하락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다주택자 중 상당수가 준공공임대사업자로 전환하면서 장기 보유 추세로 전환했기 때문에 시장에 매물은 줄고 반대로 매수자는 많아진 상황”이라며 “당장 9월 새 학기를 앞두고 이달 말부터 매수세가 살아나면 본격적인 가격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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