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6.25 06:00
[세상을 뒤흔든 新 랜드마크] ⑤ 세계에서 가장 ‘어지러운’ 집, 크시비 도메크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었나? 집이 왜 이렇게 찌그러져 보이지?”
인구가 약 4만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인 폴란드 소폿(Sopot)시. ‘발트해의 진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이 소도시에는 누군가 억지로 쥐어짠 것처럼 일그러진 건물이 있다. 마치 초현실주의 그림 속 장면을 보는 듯한 이 집은 ‘크시비 도메크(Krzywy Domek)’. 영어로 ‘비뚤어진 집’이란 ‘크룩트 하우스(Crooked House)’다.
소폿시의 번화가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크시비 도메크는 폴란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틀에 박힌 모양의 상가가 즐비한 거리에서 홀로 춤을 추는 듯한 이 건물은 2003년 완공되자마자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폴란드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2013년엔 미국 CNN방송이 선정한 ‘유럽에서 가장 기이한 건물 11개’ 중 하나로 꼽혔다.
크시비 도메크는 대지면적 약 4000㎡(1208평)에 지상 3층이다. 건물 주인은 폴란드 바르샤바의 부동산 개발업체 ‘레지던트 S.A.(Rezydent S.A.)’. 레지던트 S.A.는 크시비 도메크를 짓는 데 7350만즈워티(약 219억원)을 투자했다.
이 건물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레지던트 S.A. 측은 건축가 슈틴쉬 잘레브스키에게 설계를 맡겼다. 그는 고민 끝에 폴란드의 유명 동화 삽화가인 잔 바신 스탠서와 스웨덴 출신 작가 퍼 달버그의 동화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크시비 도메크를 구상했다. 잔 바신 스탠서의 그림은 약 150개의 동화에 실릴 만큼 폴란드 국민들에게 친숙하다. 옅은 색을 써서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주면서도 생동감있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석재 외벽과 유리창으로 지어진 크시비 도메크의 곡선 지붕은 에나멜 타일로 장식됐다. 푸른 빛깔의 에나멜 타일은 빛을 받으면 물가에 비춘 것처럼 일렁이는 효과를 내 건물 특유의 ‘어지러운’ 느낌을 극대화하는 데 안성맞춤인 건축 재료다.
저녁에는 크시비 도메크의 기이한 외관이 더 돋보인다. 널찍하게 난 창문과 유리창으로 마감한 건물 중정(中庭) 부분을 통해 빛이 새어나오면서 ‘마법사의 집’같은 분위기가 난다.
범상치 않은 외관과 달리 내부는 의외로 평범하다. 원래 쇼핑센터로 지어 분양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세입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것이다. 현재 30여개의 가게가 크시비 도메크에 입점해 있다. 1층에는 레스토랑, 카페, 서점, 아울렛이 들어왔다. 2층과 3층에는 치과, 안과, 각종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다.
크시비 도메크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단연 1층의 테라스를 낀 카페다. 독특한 건물 외관을 감상하면서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레지던트 S.A.에서 크시비 도메크 운영을 맡고 있는 엘즈비에타씨는 땅집고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정확한 임대료는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 입점한 업체들의 최소 임대 기간은 12개월이며, 보증금은 월세 3개월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