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6.21 08:08 | 수정 : 2018.06.21 08:11
[★들의 빌딩] 죽은 상권 살려내 건물 가치 끌어올린 백종원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등장해 재치있는 입담과 독특한 ‘쿡방’(요리방송)으로 매스컴에 등장한 사업가 백종원(51)씨. 그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가인 백씨는 방송에 나와 그의 이름 석자를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부동산 투자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엔 ‘백종원 거리’가 있습니다. ‘△△길’, 'OO거리’는 인기 많은 상권에나 붙여지는 이름인데요. 백씨는 강남대로 옆 논현동 먹자골목에 16개나 되는 체인점을 운영하며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 거리에 소유했던 두 개의 건물을 매각해 4년 만에 75억원대 시세차익을 얻습니다.
백씨는 2012년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강남대로 뒷편 먹자골목에 있는 대지면적 204.9㎡, 연면적 480.88㎡,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건물을 44억원(3.3㎡당 7100만원)에 매입했습니다.
이 건물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있었는데 매입 당시 같은 지역 인근 시세가 3.3㎡당 6000만원이던 것을 감안하면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산 셈이었습니다.
9호선 신논현역이 2009년 개통됐지만 당시만 해도 논현시장 일대엔 대부분 1~2층만 영업하던 상가주택들이 많았고 조그만 골목상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백씨의 프랜차이즈 가게가 속속 들어서면서 상권이 활성화됐습니다. 메인 골목에서는 윗층을 빼면 모든 층이 상가로 바뀔 정도였습니다. 단독주택도 층수를 더 높여 근린생활시설로 재건축하기도 했죠. 이 골목에 들어간 백씨의 프랜차이즈는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본가, 빽다방 등 최대 19곳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최근엔 많이 사라져 5곳 정도 남았죠. 그런데 이 골목의 다른 가게를 보면 재계약률이 높지 않습니다. 결국 이 골목에서 백씨의 영향력이 그만큼 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백씨 소유 건물은 신논현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고, 코너여서 접근성과 가시성이 뛰어납니다. 그는 자신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상권을 활성화시켰고 그에 힘입어 4년이 지난 2016년에 74억3000만원(3.3㎡당 약 1억2000만원)에 매각해 약 30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뒀습니다.
2014년엔 이 건물 맞은편에 있는 또 다른 건물을 사들입니다. 대지면적 444.4㎡, 연면적 2029.88㎡,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로 매입가격은 130억원(3.3㎡당 약 1억원)이었습니다.
이 건물의 경우 눈여겨볼 점은 백씨의 상권 활성화 노력과 함께 ‘용적률의 마법’입니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연면적 비율입니다. 지하층을 제외한 지상 건축물의 총면적을 계산합니다.
이곳은 2003년 일반주거지역이 제1·2·3종으로 세분화되기 전엔 일반주거지역으로 획일적인 용적률을 적용받았습니다. 그런데 획일적인 용적률이 도시미관을 해치고 난개발을 조장한다고 해서 2003년부턴 일반주거지역도 위치와 목적에 맞게 세분화하도록 바뀌었죠.
2003년 이 지역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됐습니다. 그런데 건물 용적률은 304.19%로 3종 일반주거지역 법정용적률 250%보다 54.19%를 더 받았습니다. 덕분에 백씨 건물은 같은 용도지역에 있는 다른 건물보다 약 240㎡(72.85평) 정도 더 지을 수 있었죠. 백씨는 이 건물이 가진 숨은 경쟁력을 알아봤던 것입니다.
종세분화 이전 지은 건물은 대부분 노후하죠. 그러나 백씨 건물처럼 주변 땅보다 높은 용적률을 받았기 때문에 임대 면적에서는 이득을 봅니다. 백씨는 2년 만에 약 174억7000만원(3.3㎡당 약 1억3000만원)에 매각하며 약 45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둡니다.
정리하자면 백씨는 상대적으로 상권이 낙후한 지역에 부동산을 사놓고 자신이 가진 다수의 브랜드와 영업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상권을 살려낸 뒤 시세가 오르면 되파는 부동산 개발자, 즉 디벨로퍼로서의 면모를 발휘했습니다.
실제 신논현역 인근 먹자골목은 강남역 상권에 밀려 개성없던 거리였다가 ‘백종원 거리’로 불릴 만큼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자연스레 백씨 가게 근처에 들어오겠다는 상가 임차인도 덩달아 늘어나고 임대료 역시 오르자, 인근 건물 수익률도 오르고 매매가도 동반 상승한 겁니다. 백씨는 하루 유동인구 20만명에 이르는 거대 상권의 진정한 승자가 됐던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