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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에 끝낸 인테리어라고 믿기 힘든 사례들

    입력 : 2018.06.13 04:04 | 수정 : 2018.06.13 09:16

    “단순히 집을 예쁘게만 꾸미는 건 인테리어가 아닙니다. 보기 좋기만 한 인테리어는 무의미해요. 우리가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을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두고 집을 꾸미는 것이 진정한 인테리어의 목적이죠.”

    홈스타일링 전문가로 17년째 활동 중인 강은정 백석대 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 그는 인테리어란 삶의 양식을 바꿔 놓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모던시크 인테리어’, ‘북유럽 인테리어’ 등 어떤 컨셉으로 집을 꾸며야 할지부터 고민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테리어를 통해 우리집의 생활 불편을 해결하는 것이란 의미다.

    강은정 백석대 교수.

    땅집고가 의뢰인들의 생활 양식을 확 바꾼 강 교수의 홈스타일링 사례를 알아봤다. 의뢰인들은 모두 20~30만원 정도 예산으로 저렴하게 집을 꾸몄다. 모든 아이템에 동일한 비율의 돈을 쓰기 보다 제대로 된 아이템 1~2개를 과감하게 구입하고, 나머지는 저렴한 것으로 구색을 갖춰 ‘소품투자 강약조절’에 성공한 사례들이다.

    ■육아로 사라진 부부만의 공간…로맨틱 침실 만들기

    육아 탓에 엉망이 돼버린 부부 침실. /강은정 교수 제공

    첫번째 의뢰인은 강 교수에게 부부만의 침실을 되돌려달라고 부탁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안방이 육아 공간으로 변한 탓에 남편은 작은방으로 쫓겨났다.

    주어진 예산이 30만원 정도여서 가구를 새로 사는 대신 방이 넓어보이도록 가구 배치를 바꾸고, 다정한 부부 침실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침구와 커튼에만 투자하기로 했다. 우선 풀이 미리 발라져 나오는 2만원대 벽지를 발라 공간의 전체적인 톤을 정리했다.

    가구 배치를 바꿔 로맨틱하게 변신한 부부 침실. /강은정 교수 제공

    침실치고는 방 규모가 작아 침대를 중앙에 두고 옆에 협탁을 둬 공간에 여유를 줬다. 부부만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호텔 콘셉트의 하얀 침구를 10만원 정도에 마련하고, 오렌지 컬러의 베드러너와 헤드샴을 놓아 풍성하게 연출했다.

    좁은 방에 얇은 속커튼을 치면 시원해 보인다. /강은정 교수 제공

    지은 지 30년된 빌라여서 문틀이 너무 낡아 커튼으로 가렸다. 좁은 방에 두꺼운 겉커튼을 달면 답답하고 무거워 보이는 법. 속이 비치는 은색 속커튼을 달았더니 한결 시원해 보인다.

    저렴한 물건일수록 심플한 디자인을 골라야 실패 확률이 적다. /강은정 교수 제공

    마지막으로 쨍한 형광등을 떼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려줄 간접 조명을 달았다. 조명은 2만원대로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가격이 저렴한 아이템일수록 화려하고 장식이 많은 것보다 단순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싼티’를 피하는 방법이다. 마치 시장에서 옷을 살 때 화려한 패턴보다 기본 면티나 청바지를 사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엄마와 아이의 라이프 스타일 고려한 집

    전셋집에 사는 가족들은 주거 환경이 불편해도 인테리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 집 느낌이 없고, 조금만 버티면 이사간다는 생각에 불편을 꾹 참고 지내는 것이다.

    쇼핑몰 업무와 육아 활동을 함께 하는 거실. /강은정 교수 제공

    재개발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두 번째 의뢰인 역시 벽에 에어컨을 달았다가 뗀 자리에 얼룩이 그대로 남을 만큼 집이 낡았지만 전셋집이라는 이유로 인테리어를 미뤄왔다. 의뢰인은 쇼핑몰 운영과 육아를 맡고 있다. 방에서 일하면 아이를 볼 수 없어 거실에 조그만 앉은뱅이 책상을 놓고 불편하게 일하곤 했다.

    아이에게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책장이 너무 작아 책끼리 꽉 끼어있는 상태여서 아이가 책을 빼다 우르르 쏟아지는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집 인테리어의 목적은 의뢰인이 쇼핑몰 업무와 육아 활동을 전보다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더불어 아이를 위한 책장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의뢰인이 좋아하는 그린 컬러로 산뜻하게 변신한 거실. /강은정 교수 제공

    인테리어에 많은 예산을 쓸 수 없지만 큰 효과를 보고 싶다면 컬러를 잘 써야한다. 강 교수는 연한 회색으로 거실 톤을 정리하고, 의뢰인이 좋아하는 산뜻한 초록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베란다를 확장하면서 거실과 베란다 경계에 아치형 프레임이 남았는데, 여기에 초록색 페인트를 칠해 이 집만의 독특한 구조를 살렸다.

    책장 안에 의뢰인의 작업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강은정 교수 제공

    우선 거실에 수납 공간이 넉넉한 책장을 마련했다. 책장 안에 의뢰인이 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따로 마련해 공간 효율을 높였다.

    넉넉한 책장을 마련해 아이의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강은정 교수 제공

    거실 벽에는 인터넷 화방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패브릭으로 액자를 만들어 걸었다. 남은 패브릭으로는 소파 쿠션을 만들어 소품끼리 통일감을 줬다. 공간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지만, 산뜻한 초록색 덕분에 전과는 확 달라보이는 집이 완성됐다.

    칙칙한 전셋집이 달콤한 신혼부부 집으로 변신

    신혼부부 침실인데 칙칙하고 어둡다. /강은정 교수 제공

    세번째 의뢰인은 작은 다세대 주택에 신접살림을 차린 신혼부부다. 깨끗한 집이었지만 침실에서 신혼부부 분위기가 아닌 남자 고등학생이 사는 삭막한 방같은 느낌이 난다는 이유로 강 교수에게 홈스타일링을 의뢰했다.

    침실은 의뢰인 남편의 작업 공간으로도 쓰인다. /강은정 교수 제공

    남편은 디자인 관련 직종에 근무하는 프리랜서다. 직업 특성상 야근이 많지만 침실을 작업실로도 쓰고 있어 의뢰인이 잠을 자면 긴장감이 풀려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침대를 방 중앙에 배치해 공간 확장 효과를 냈다. /강은정 교수 제공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는 신혼부부여서 큰 가구를 바꾸는 대신 기존 가구의 배치만 바꾸기로 했다. 잠자는 곳과 작업 공간을 분리하는 데 신경써서 홈스타일링했다.

    침대와 같은 색의 작업용 원목 책상을 마련했다. /강은정 교수 제공

    침대를 방 중앙에 둬서 공간을 넓어보이게 만들고, 침대 발밑에 남편의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 기존 책상은 다소 투박한 디자인이어서 침대와 비슷한 원목 재질 책상을 새로 구입했다.

    창문이 작아도 긴 커튼을 달아야 공간에 여유가 생긴다. /강은정 교수 제공

    창문이 작아 커튼을 짧은 것으로 달면 아이 방 같은 유치한 느낌이 든다. 따라서 긴 쉬폰 커튼을 달아 여유롭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렸다.

    침실에 어울리는 디자인 조명을 달아 은은한 분위기를 냈다. /강은정 교수 제공

    마지막으로 침실다운 부드러운 느낌을 더하기 위해 조명을 새로 설치했다. 쨍한 형광등 대신 따뜻한 조명 불빛으로 바꿨더니 신혼 분위기가 나는 침실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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