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25 06:00
‘부동산의 중심’ 조선일보 땅집고가 예비 건축주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면서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로 가는 바른 길을 제시할 ‘제3기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www.csacademy.kr)의 문을 6월 2일 엽니다. “좋은 건물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말처럼 건축주 스스로 충분한 지식과 소양을 쌓아야 좋은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 3기 과정을 이끌 건축 멘토들을 미리 만나 그들의 건축 철학과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집짓기 멘토]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 “리모델링도 콘텐츠가 있어야 성공”
[집짓기 멘토]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 “리모델링도 콘텐츠가 있어야 성공”

“이제는 리모델링도 빅데이터을 기반으로 수익형 상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업계에서 ‘리모델링 마스터’라고 불린다. 낡은 건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새 생명을 얻는다. 쓸모없던 주택은 매달 월세를 벌어주는 효자로 탈바꿈한다.
25여년 동안 도시 건축과 수익형 주택 개발에 잔뼈가 굵은 서 대표는 결국 리모델링의 최우선 목표로 ‘새로운 가치 창출’을 꼽았다. 그는 “리모델링이라고 하면 신축보다 좀 저렴한 비용으로 건물을 새로 고치는 정도로만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방 개수나 늘려 월세 더 받겠다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은 단순한 용도변경이 아닌 새로운 혁신 공간을 창출해 변화를 이끌어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임차인)의 마음을 읽어 니즈(needs)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 3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완공한 ‘마이바움-연희’가 대표적 사례다. 이 집은 국내 1호 셰어하우스(share house)다. 겉보기엔 그저 디자인이 예쁜 원룸 주택이다. 하지만 완공 후 집주인은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받고 있다. 그야말로 대박이다. 비결이 뭘까.
“세입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넣은 것이 주효했죠. 결국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이뤄낸 셈입니다.”
서 대표는 제주도와 인천 영종도에서도 혁신적인 주택 공간을 선보였다. 제주시 조천읍 스위스마을은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던 허허벌판에 들어선 특이한 건축물이다. 주거문화와 경제활동이 공존하는 선진국형 생활공동체라고 평가받는다. 인천 영종도의 ‘갤러리84’는 총 84개 동의 점포 겸용 단독주택으로 이뤄진 국내 최초 아트빌리지다. 마을 전체의 통합 마스터플랜를 미리 만들고 필지별로 소유자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식으로 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서 대표가 리모델링에 꽂힌 계기는 1998년 IMF 외환위기다. 당시 그는 “저렇게 죽어가는 수많은 공간을 어떻게 하면 되살릴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후 리모델링 시장의 선구자이자 리더로 2000년엔 한국리모델링협회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서 대표는 리모델링의 신시장으로 도시재생사업을 꼽았다. 실제 그는 ‘옐로우 트레인(Yellow Train)’ 브랜드로 신개념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앞으로 마을단위 대규모 리모델링을 통해 아파트 못지 않은 신개념 주거공간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과 리모델링의 관계는.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의 경우 정부 정책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신축이든, 리모델링이든 모두 건물 소유주 부담을 덜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과거 개별 필지 단위의 리모델링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두 필지 이상의 소유주와 함께 주거환경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된 리모델링의 특징은 무엇인가.
“지난 2월 9일부터 시행된 ‘소규모주택정비사업 특례법’에 따라 17개의 집을 동시에 리모델링할 수 있다. 이 경우 ‘맞벽개발’이 가능하다. 맞벽개발이란 보통 미국식 주택 형태 중 하나인데, 담장이 없이 옆집끼리 벽으로 연결된 구조다. 한 채씩 리모델링하는 것보다 공간 효율이 훨씬 좋아진다. 임대료 수익도 대폭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목건축은 이에 관한 첫 모델로 옐로우 트레인이라는 브랜드로 내년 상반기 선보인다. 17개의 집을 맞벽개발 방식으로 하면 마치 하나의 기차처럼 보일 것이다. 브랜드 이름을 옐로우 트레인으로 정한 이유다. 상상해 보라. 17개 집의 모든 1층 상가를 연결하면 일명 ‘스트리트 상가’가 되는 것이다.”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에 속하지 않는 건물은 어떻게 하나.
“물론 한 개의 건물을 리모델링 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각각의 개성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면에서 그렇다. 하지만 마을 단위의 통합 관리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건축주는 반드시 전문가 집단에 적극적인 자문을 구해야 한다. 건물 디자인에 앞서 땅과 용도에 대한 정확한 맥을 짚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에서도 빅데이터가 중요한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건축계도 변화해야 한다. 단순히 리모델링을 통해 방 개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그 동네의 인구구조, 상권, 기타 임대수익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콘셉트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역별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리모델링의 목표는 수익성이라고 했는데.
“거듭 강조하지만 리모델링을 통한 수익창출에서 방 개수는 중요하지 않다. 입주자와 소통하고, 주거 개념의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 즉 소비자와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종합서비스도 가능하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하고 있는 세탁, 택배, 식사 등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이웃 간에도 커뮤니티 시설과 서비스를 통해 서로 얼굴을 자주 보고, 대화하는 것이 최고의 보안이라고 생각한다.”
-수강생에 대해 조언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등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말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한 개의 단위 건축물에 대한 좁은 시야와 눈앞의 임대료 수익 같은 단편적인 문제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리모델링을 통한 지속 가능한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모델에 집중해야 한다.”
-향후 계획은.
“지금까지는 건축과 디자인 측면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 금융 사업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결국 좋은 콘텐츠 상품을 구체적으로 실행할려면 자본, 즉 금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도시재생전문 부동산자산운용사를 설립해 1차로 1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조성할 것이다. 단순히 건축 개념을 벗어나 자유롭게 가치 공간을 창출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