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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째 물바다…새만금, 매립율 12%에 공장 4곳뿐

    입력 : 2018.05.14 06:31

    단군 이래 최대 국책 사업으로 불리는 새만금 사업. 세계에서 가장 긴 33㎞ 방조제로 바다를 메워 여의도 140배 정도인 409㎢ 땅을 만드는 대역사(大役事)로 1991년 첫 삽을 떴다. 당시 국민들은 새만금이 다가올 서해안 시대를 주도할 엘도라도(황금의 땅)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흥분했다.

    하지만 27년이 지난 현재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사업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당초 매립 목표의 10%를 겨우 넘었다. 기대했던 외국 기업도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2010년 방조제가 완공됐지만 방조제 내부에는 기대했던 옥토가 아닌 물만 넘실댄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작년 5월 31일 새만금에서 열린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속도감 있는 새만금 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땅집고는 전환점을 맞고 있는 새만금 사업의 현재와 앞으로를 살펴봤다.

    ■시작은 창대했지만…27년간 12% 매립에 그쳐

    2010년 완공한 새만금 방조제는 총 길이가 33.9km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조선DB

    새만금 사업의 시작은 창대했다. 통일시대를 대비한 대규모 식량단지 조성, 21세기 서해안 시대의 미래를 여는 지역발전의 중심지 조성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뉴욕 맨해튼의 5배, 파리의 4배, 바르셀로나의 3배 면적의 국토가 새로 조성된다는 꿈에 부풀었다. 1991년 첫 방조제 착공 당시 정부는 13년 뒤인 2004년까진 내부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환경단체 반대에 부닥쳐 사업은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고,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끊이질 않았다. 역대 정부마다 새로운 계획이 제시됐지만 실현된 건 많지 않았다.

    그 사이에 당초 1조3000여억원이었던 총 사업비는 22조원으로 급증했다. 그 중 국비는 10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매립이 끝나면 409㎢(매립용지 291㎢, 호수·연못 118㎢)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18년 현재 매립 완료비율은 목표치의 12.1%인 35㎢에 불과하다.

    새만금 개발 사업 개요. /조선DB

    새만금 사업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외국 기업 유치도 지지부진하다. 새만금개발청은 73개의 기업과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실제 투자까지 이어진 경우는 3건에 불과하다. 2016년부터 기업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현재 일본 소재기업 도레이와 벨기에 화학기업 솔베이, 한국 OCI 등 4개사가 산업단지에 입주해 공장을 돌리고 있다.

    새만금 내부 인프라 건설도 이제 초기 단계여서 사업이나 정주 환경이 열악하다. 새만금 내부의 교통 동맥이 될 남북 도로와 동서 도로는 2020년과 2022년이나 돼야 개통될 예정이다. 아직 신항만과 공항은 착공도 못한 상태다.

    ■정부, “속도감 있게 추진”에 민간은 “글쎄”

    정부는 올해부터 새만금 사업에 다시 속도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 정부는 새만금의 공공 주도 매립을 추진하고 올 9월엔 새만금개발공사도 만들어 공공 주도로 각종 선도 개발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이미 올해 예산에 사전타당성조사 용역비 5억원도 반영했다.

    그러나 정부 의지에도 불구하고 새만금의 미래에 대해서는 싸늘한 시선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은 “냉정하게 새만금에 투자할 이유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매립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그나마 매립된 용지에도 아직까지 기반시설이 거의 없는데 왜 투자하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새만금 투자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당장 매립 사업의 경우 인허가가 까다롭고 매립 이후 토지를 감정가격으로 평가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새만금 사업을 추진 중인 A사 관계자는 “관광레저 사업하겠다고 매립 허가를 받는데만 4년이나 걸렸다”면서 “인허가가 너무 까다롭다”고 했다. 이어 “예컨대, 민간에서 1000억원 투자해서 330만㎡(100만평)의 용지를 조성해도 도로나 공원 빼면 실제 개발 가능한 용지는 절반도 안된다”면서 “그나마 땅 소유권을 전부 인정받지도 못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매립 사업의 메리트가 낮다”고 했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외국 기업으로는 처음 입주한 일본의 도레이첨단소재 공장. /조선DB

    기업체들이 새만금까지 들어올 이유도 크지 않다. 인근에 배후 수요도 없고, 굳이 수도권이나 충청권을 놔두고 새만금까지 와서 공장을 짓거나 기업 활동을 할 유인이 아직 크지 않다는 것.

    물론 기업에 혜택이 있긴 하다. 3000만달러 이상 투자 시 법인세와 취득세, 재산세, 소득세 등을 5~10년 간 최고 100% 감면받는다. 땅도 싸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외국 법인에만 해당한다. 한국 기업은 외국 기업이 받는 혜택조차 못 받는다. 한 기업인은 “시장과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을 제쳐두고 새만금까지 와서 공장을 지을 인센티브가 하나도 없다”며 “정부에서 수도나 전기·통신 등 인프라를 깔아줬다고 하지만 실제로 공장 지으려면 디테일한 인프라는 기업들이 직접 돈 들여서 깔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는 중국 등 통큰 지원을 아끼지 않는 외국 산업단지에 밀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 현황. 새만금 뿐만 아니라 경제특구가 여럿 중복돼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DB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오는 9월부터 새만금개발공사를 설립해 공공 부문의 선도적 매립을 통해 사업을 주도하려고 한다”며 “세제혜택 확대와 국내 기업에 대한 적용 문제는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개발 더뎌도 인근 땅값은 크게 올라

    새만금 개발은 더디지만 배후 지역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올랐다.

    새만금 땅 자체는 공공 주도로 매립된 경우가 많아 일반인들이 매립 용지를 사고 팔기는 사실상 힘들다. 현재 새만금 매립지에 입주한 기업들도 공공 분양으로 땅을 사거나 100년 장기 임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연맹 총회에서 전북 새만금이 폴란드 그단스크를 꺾고 '제25회 세계 잼버리 대회' 유치권을 확보하자 유치단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그렇지만 거래가 가능한 새만금 주변 땅값은 강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새만금과 붙어있는 전북 부안군 일대 토지거래량은 8486필지로,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땅값도 급등했다. 새만금과 인접한 부안군 하서면 일대 토지는 4~5년 전 3.3㎡(1평)당 10만원대에 거래됐던 대지가 현재 4배 이상 폭등했다. 군산시 주민 박선신(48)씨는 “새만금 배후 지역인 고군산군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외지인 투자 광풍(狂風)이 불었다”면서 “땅주인이 서울 사람으로 바뀐 경우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부안군의 A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는 향후 5년 안에 땅값이 2배 이상 오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만금 주변 땅 투자는 리스크가 적지 않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매립이 언제 끝날 지 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 기대감만 갖고 땅값이 많이 오른 측면이 있다”면서 “결국 20~30년 후까지 감안한 장기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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