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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자들 2세대 동거형 주택 좋아하는 이유

    입력 : 2018.05.13 06:31

    “아이가 서른이 넘어가니 부모, 자식 간이어도 한 집에 사는게 좀 피곤하네요. 그렇다고 독립시키자니 집을 따로 구하기도 쉽지 않고…. 사는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면 좀 괜찮을 것 같아서 그런 집을 찾고 있어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 구미동에서 분양하는 타운하우스 ‘더 포레 드 루미에르’ 모델하우스를 찾은 허모(63)씨는 집 안팎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이 집은 지하1층부터 다락층까지 5층 구조다. 집 한 채에 주방이 2개 있고, 층마다 욕실이 있어 2가구가 한 집에 살아도 완벽하게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다. 127~175㎡ 크기의 주택 29가구로 전형적인 대형 고급 타운하우스다.

    허씨는 “아들 결혼 후에도 같이 사는 것도 생각 중이다”며 “주방과 거실, 욕실이 따로 있으면 예비 며느리도 같이 살겠다고 하는데, 이런 구조면 딱 맞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분당신도시에 선보인 2세대 동거형 타운하우스인 '더 포레 드 루미에르'의 1층 내부. /더포레드루미에르 제공

    ■아파트, 타운하우스도 2세대 동거형 인기

    최근 주택시장에서 집 한채에 2가구가 함께 독립적으로 살수 있는 2세대 동거형, 세대구분형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세대구분형 주택은 2가구 각각 살 수 있도록 별도 주방과 욕실, 침실을 갖춘 집이다. 세대구분형은 자녀와 동거하는 용도는 물론, 월세 수익형 상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세대구분형 주택은 3~4 년 전까지만 해도 ‘틈새 상품’ 수준이었지만, 최근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와 타운하우스는 물론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2차 아파트 188㎡(57평·공급면적 기준)는 집 한 채를 두 채로 나누는 세대구분 공사를 마쳤다. 1999년에 입주한 이 아파트는 방이 5개인 대형 아파트다. 세대구분 공사를 진행한 종합인테리어 회사 ‘얼론투게더’는 현관 쪽에 있던 작은 방 3칸과 욕실을 묶어 공급면적 기준 23평(전용 19평)짜리 소형 주택을 만들었다. 기존 주택의 남은 공간은 공급면적 기준 34평(전용 30평) 크기 중형 주택으로 변신했다. 공사비는 약 5000만원, 공사 시간은 한달 정도 걸렸다.

    기존 아파트를 세대구분한 대치삼성2차 아파트의 평면도. 왼쪽이 시공 이전이다. /얼론투게더 제공

    세대구분한 집 중 작은 집에는 올해 초 결혼한 집 주인의 딸과 사위가 입주했다. 집주인 A씨는 “현관, 주방, 거실, 욕실까지 완전히 분리돼 있어 한 집에 살아도 다른 집에 사는 것과 똑같다”며 “2~3년 뒤 딸이 외국으로 나가면 월세로 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가에 인접해 있는 이 지역의 20평대 투룸 월세 시세는 보증금 3000만~5000만원에 월세 150만원 안팎이다. A씨는 “노부부 2명이 57평이나 되는 집에 살면서 방을 텅텅 비워놓고 살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얼론투게더’가 진행하고 있는 기존 아파트 세대구분 사업인 ‘투·하우스’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 시작돼 서울과 용인, 김포 지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투·하우스 사업이 ‘투자형 상품’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얼론투게더 최한희 대표는 “용인 수지·기흥구 일대에는 가격이 폭락한 70~80평짜리 대형 아파트를 투자형으로 사놓았거나 매입하려는 수요가 많은데 투하우스로 만들어 전·월세 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자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세대구분으로 새로 만든 대치삼성 2차 아파트 작은집의 주방 겸 거실. /얼론투게더 제공

    새 아파트 시장에서도 세대구분형 주택은 이미 일반화됐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설계할 때부터 현관문을 2개 만들고, 주방 2개를 만들어 분양하는 것이다. 대학가는 물론 지방에서도 세대구분형 아파트가 나온다. 2012년 입주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흑석한강센트레빌 2차’의 경우 전용 84㎡ 주택이 세대구분형으로 공급됐다. 18㎡(전용) 크기의 분리형 주택 원룸 시세가 보증금 2000만~3000만원, 월세 8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흑석동의 B부동산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중앙대 학생을 중심으로 월세 수요가 꾸준하다”며 “같은 크기라도 세대구분형 집값이 훨씬 비싸 매매 시세도 5000만원 이상 높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세대구분형 주택, 양도세·증여세 절세 효과도

    소비자들이 세대구분형 주택을 찾는 이유는 출가한 자녀와 함께 살거나 임대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다양한 ‘절세’ 효과를 목적으로 세대구분형 주택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선 세대구분형 주택은 1가구 1주택으로 간주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대구분형 주택으로 주목받는 더 포레 드 루미에르 완공 후 예상모습.

    또 1세대 1주택자가 집을 한 채 가진 60세 이상 직계 존속(아버지나 어머니)과 함께 살려고 세대를 합친 경우에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있다. 추연길 세무사는 “이런 경우를 동거봉양에 따른 비과세 혜택이라고 하는데, 세대를 합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먼저 양도하는 주택(1세대1주택 비과세요건 충족 기준)에 대해 양도세를 비과세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자산가들 사이에선 자녀와 동거할 수 있는 고가 타운하우스를 통한 증여세 절세 방식도 유행이다. 부모가 동거형 타운하우스를 매입해 중도금을 내다가 중간에 자녀에게 증여하고, 부모가 전세로 입주해 2가구가 동거하면 증여세를 거의 내지 않고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자산가들 사이에선 2세대가 동거할 수 있는 타운하우스가 절세상품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며 “세대구분형 주택은 절세와 임대수익, 자산가치 상승 등 다양한 효과가 있어 수요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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