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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삼성·LG" 미분양 줄고 땅값 뛰는 평택

    입력 : 2018.05.05 06:31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서정리역(지하철 1호선). 전철역에서 나오자 역사(驛舍) 동쪽으로 아파트 단지와 상가들이 보였다. 서쪽에는 대규모 택지지구인 고덕국제신도시가 나타났다. 이곳에선 이제 막 아파트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난해 4월 고덕국제신도시에서 분양된 제일풍경채센트럴(1022가구)은 84대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 청약 마감됐다. 같은 택지지구의 자연&자이(755가구), 평택고덕파라곤(752가구), 신안인스빌시그니처(500가구)도 모두 1순위 청약 마감됐다.

    평택시에 추진 중인 주요 개발 사업들. /땅집고

    불과 2년 전만해도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던 평택의 주택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평택은 한때 미분양 아파트가 4000가구를 넘었다. 하지만 현재 미분양 물량은 700가구 수준으로 뚝 떨어졌고, 땅값도 강세다. 분양하는 아파트도 1순위 마감이 이어지고 있다.

    평택 주택시장에선 “10여년째 ‘계획’으로만 있던 평택 삼성공장이 지난해 하반기 실제 가동에 들어갔고, 산업단지에 중견·중소기업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주택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택 개발 심장부 ‘고덕국제신도시’…산업단지만 20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고덕국제신도시. /김리영 인턴기자

    2005년 말 정부는 전국 주한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모두 이전하는 대가로 평택 일대를 ‘환황해(環黃海)권 국제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투자금액이 18조8016억원이다.

    평택에선 이 때부터 초대형 개발계획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전국에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계획이 실현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10년 넘게 끌어오던 ‘장미빛 계획’이 지난해 7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가동하면서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평택 인구도 50만명 수준까지 빠르게 늘고 있다.

    연도별 평택시 가구 및 인구수 변화 추이. /평택시 제공

    평택 개발의 핵심인 고덕국제신도시 사업개요. /땅집고

    현재 평택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고덕국제신도시다. 평택 서쪽의 서정동, 지제동, 고덕면 일대 1743만㎡에 조성됐다. 인구 13만5000명, 주택 5만4000가구를 수용하는 것이 목표다. 고덕신도시에는 삼성전자 산업단지가 포함돼 있다.

    삼성은 2008년부터 지제역 인근 394만9967㎡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시작해 1단계 사업이 완료된 작년 7월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은 앞으로 2020년까지 추가로 100조여원을 들여 산업단지를 확장할 계획이다. 예상 상주 인원은 4만5000명이다. LG전자는 고덕신도시 북쪽 진위면에 60조원을 들여 ‘LG디지털파크’를 짓고 있다. 이 밖에도 평택에선 총 20개의 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다.

    평택에 들어선 산업단지(예정단지 포함). /평택시 제공

    평택 지역 교통망도 속속 확충되고 있다. 2016년 12월 9일 평택~수서고속철도(SRT)가 개통된 것을 비롯해 평택시 서부지역을 관통하는 서해선 복선전철(89.2km)은 2020년 개통 예정이다. 평택의 동서를 잇는 철도인 포승평택선(30.3km)도 2020년 개통한다. 이 철도망이 완공되면 수도권의 대곡~소사 복선전철, 신안산선 등과 이어져 평택에서 서울과 수도권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평택 서부지역의 교통 동맥이 될 서해선 복선전철과 평택 포승선. /국토교통부 제공

    ■‘미분양의 무덤’은 옛말, 2년 만에 3700가구 줄어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교통망 호재가 이어지면서 주택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평택시는 불과 4개월 전인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정하는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돼 있었다. 2015년 11월부터 급증했던 평택 미분양 아파트는 2016년 8월 4596가구까지 폭증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줄기 시작해 지난해 4월에는 2256가구 수준으로 줄었다. 올 3월엔 736가구까지 떨어졌다.

    현재 고덕국제신도시와 안중읍 일대가 수요자들에게 관심이 가장 높다. 지난해 고덕신도시에 분양한 아파트 분양권에는 현재 3000만~4000만원 정도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서해선 복선 전철과 포승평택선이 교차하는 역인 안중역(가칭)이 들어서는 안중읍 송담지구 아파트들은 분양가에 최대 2000만원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송담지엔하임1·2차(1073가구) 전용 84㎡는 2017년 4월 분양가보다 2430만원 오른 3억770만원(22층)에 분양권이 거래됐다. 2016년 10월 입주한 힐스테이트 송담(952가구) 전용 84㎡도 분양가보다 2000만원 정도 비싼 2억9195만원에 거래됐다.

    이 지역들을 제외하면 평택의 아파트 가격은 약보합세다. 고덕신도시의 A부동ㅇ산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2~3년 평택에서 분양한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너무 높아 많이 오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평택시 아파트 매매가격과 땅값 추이. / 국토교통부 제공

    땅값도 상승세다. 고덕국제신도시를 비롯한 서정리역 인근은 4~5년 전 3.3㎡(1평)당 평균 150만원이던 시세가 현재 300만~50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평택 땅값은 7.5% 올랐다. 경기도 전체 평균(3.5%)의 두 배가 넘는다. 토지 거래(1만 8216필지)도 활발해 경기도에서 3번째로 거래량이 많았다.

    평택은 경기도에서 수도권 집중과 관련한 규제를 받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다. 기업들이 평택 말고는 경기도에 공장을 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평택에서 공장들이 실제 가동에 들어가 리스크도 크게 줄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평택 부동산이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하지만 건설사도 분양 가격을 다소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새 아파트에 투자할 때는 주변 시세를 좀더 냉정하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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